파라다이스 해직근로자들의 시위가 넉 달째 지속되고 있다. 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이 호텔입구와 비석거리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확성기를 장착한 차량을 윤번제로 몰고 와선 파라다이스호텔 울타리 옆 공터에서 연일 녹음된 구호와 노동가를 틀어놓고 있다. 회사 측의 일방적인 해고에 반발하여 데모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매일 방송되는 확성기의 소음으로 여장을 푼 관광객들이 숙소를 중문관광단지내 호텔로 옮기는 사태가 자주 발생하여 최근엔 숙박비를 반으로 할인 해주는 등 매출액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또한 호텔 관리자들도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환청에 시달려 병원 신세를 지는 직원도 있다고 한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80데시발을 초과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단속할 수 없다며 제재를 하지 않아 이젠 신고마저도 포기한 상태이다.
인접 관광지, 펜션 및 공동주택에서도 연일 방송되는 확성기 소리가 신경이 쓰이긴 마찬가지이다. 파라다이스뿐만 아니라 인접 지역도 소음공해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리해고 근로자 전원을 복직시키고 근로자의 파견근무를 중지하며 노동위의 결정을 수용하라고 것이 해직 근로자의 요구사항이다. 반면 호텔 측에서는 작년 20억의 적자가 발생하여 회사가 폐업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부득불 16명의 근로자를 경영상 구조조정을 했는데,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소하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서귀포는 칠십리 해안의 절경과 폭포 등 최고의 관광명소를 구비하고 있으면서도 관광객이 구경만 하고 썰물처럼 빠져버리는 천덕꾸러지 신세가 돼 버렸다. 그런데도 뚜렷한 대책이나 관광활성화를 위한 특별한 실천사항도 없이 갈수록 맥이 풀린 채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관광성수기를 맞이하여 머리를 식히려고 이승만별장지였던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투쟁노래와 구호를 들으면 모처럼 나선 제주관광에 대한 인상이 일시에 흐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해고당한 당사자의 심정이야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아플 것이다. 하지만 시위로 지역관광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자타가 공멸할 수도 있지 않는가. 관계당국에서도 수수방관만 하지 말고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도록 지원해줘야 할 시점이 아닐까. <김상호 / 제민일보 도민기자>
- 기자명 김상호 도민기자
- 입력 2006.04.13 16:32
- 수정 2012.05.08 15:07
- 댓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