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진 / 제주도재향군인회 안보부장

남북간에 경공업, 지하자원 협력을 위한 남북 경협추진위원회 제12차 회의가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우리고장 제주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가 제주에서 열리는 회의이기도 했지만 북한이 남북간 열차시험 운행을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이 대면하는 자리라 더욱 관심이 많았다.

회의는 서로의 입장이 대치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진통만큼이나 많은 합의를 담은 9개항의 합의문을 도출하였다. 그러나 열차 시험운행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표현이 아닌 경공업 지하자원 협력을 ‘조건조성’ 이후로 유보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이제 남북이 합의한 내용이 말로만이 아닌 실천으로 하나씩 옮겨야 한다. 또다시 책임을 전가하며 이 핑계 저 핑계로 열차시험운행 중단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북측의 성의있는 태도가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최근 남북관계는 미·북간 대결구도라는 큰 톱니바퀴와 맞물려 남북관계가 부차적으로 돌아가는 것도 남북간 신뢰 결핍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결국 정치·군사적 믿음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남북경협의 발전에 한계를 보여줄 수밖에 없고, 이는 북측의 태도여하에 달린 문제다. 그리고 우리로서도 남북문제에 대한 국민들 사이의 가치관의 혼란과 이에 따른 분열구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더욱 노력하여야 한다.

최근 북한이 설치한 덫에 걸려도 갈 수 있다는 사활을 건 모험주의가 무분별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되새겨 봐야 한다.

뜻깊은 현충일 아침, 평화의 섬 제주에서 도출된 남북합의가 이제 서로의 입장 간극을 좁혀나갈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정부는 또다시 열차시험운행 중단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잘못된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여 조급함보다는 의연하게 남북관계에 대처해 나갔으면 한다.

이번 남북경추위 회의는  제주도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남북교류의 중심지로서 다시 한번 부각되는 좋은 계기였다. 앞으로 회의장소로서 뿐만 아니라 회의의 결실을 맺는 곳으로 거듭 났으면 한다.

호국보훈의 달 6월,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생을 마친 이들이 조국과 동포, 사랑하는 이들의 행복을 위했던 고귀한 희생정신을 되새겨보며 남북관계의 진정한 진전을 기대해 본다.<고성진 / 제주도재향군인회 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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