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연구원의 전국관광자원 기초자료조사를 위한 조사표 작성 및 활용방안 보고서에는 신화와 전설 등을 사투리, 음식, 민속극, 농요 등과 함께 중요한 생활양식 관광자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주지역은 마을별로 신과 전설이 주민들과 상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신화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주민 생활에 녹아든 신화를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작업은 미흡한 실정이다.

   
 
  ▲ 설문대 신화를 바탕으로 한 전국체전에서 성화대 모습  
 

 

△제주신화의 특징


신화와 전설은 역사, 지형, 특산물과 밀접한 연관 관계를 이루며 다양한 형태를 가지는 특징을 갖는다. 특히 고립된 섬에서는 특수한 환경과 접목, 육지와 다른 독특한 이야기를 형성하는 등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건국신화들을 보면 걸출한 신이나 사람이 등장, 혼란한 세상을 구하고 국가를 설립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 이 과정에서 신격화된 여러 명이 등장하는 등 전쟁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탐라국의 건국신화는 전쟁에 따른 정복보다는 상존을 선택하고 있다.
고·양·부의 건국신화는 지형적인 특성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신의 탄생과정은 다른 지역과 같은 특징을 보이지만 공주가 동방에 있는 해외에서 온 점은 해양지역에 따른 국제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 신구간 등 생활양식속에서 나타나는 신화는 인간과 신의 교류를 지향하는 의사소통 과정이었으며 지역주민들의 기제 또는 잔치였다.

 

△표류하는 신화축제
다양한 신화와 전설은 존재하지만 실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무형적인 생활양식에 대한 관광자원화 작업도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신화에 대한 형상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활동과 축제 등이 없는 등 지역의 특유의 정체성과 문화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화를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문가와 민·관 주체로 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들은 무산된 도내 신화 축제에 대한 기획과정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문화적 정체성 확립과 계승발전, 문화콘텐츠 산업 활성화 등을 검토, 신화를 지역 대표 축제로 선정하고 축제 구상안을 마련해 용역과 도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올해부터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구상안에 대한 논의는 물론 주민의견수렴과정을 거치지 못해 사업 추진에 필요한 예산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올해 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업무 조정 등으로 업무 추진 부서가 정해지지 않아 사실상 사업이 사장된 상태다.
지난해 열린 송당신화축제는 한라산신제를 비롯한 신당기행, 테우리코사, 거리도청체, 전야굿, 마불림제, 바령체험, 석상세우기, 대동놀이 풀이 등 행사들이 송당리가 제주신화의 뿌리임을 확인되는 등 축제의 가능성을 타전했다.
또 지역의 문화정체성 및 신화적 정체성 찾기와 당굿을 원형복원했다는 차원에서 송당신화축제를 제주를 대표할 축제로 키워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그러나 올해에는 지자체의 냉담한 반응 등으로 개최가 불투명한 상태로 일회성 잔치로 전락할 우려가 큰 실정이다.

   
 
  ▲ 제주해녀와 어부의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는 영등굿 송별대제 모습  
 

△학문과 예술이 대상이 돼야
제주신화 전문가들은 지역 신화가 예술과 학문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의 신화와 전설을 관광자원화 하기 위해 현실에 맞도록 형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화 예술활동으로 표출되는 모습들이 신화축제에 대한 기획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신화에 대한 문화활동에 따른 지역정체성을 담은 문화콘텐츠가 바로 지역 대표축제를 만들 수 있는 기초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현대화에 따라 희석되어 가고 있는 신화에 대한 의례를 공동체의 놀거리로 재현해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화를 문화관광의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광역적인 논의의 장이 절실하다.
학계, 문화예술인, 관광업계 전문가들로 전문가 집단을 구성, 신화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마을별로 숨어 있는 신당 문화를 발굴해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축제 전문가들은 “축제에 대한 기획 부재는 역사적, 지역적, 전통적 고유성을 담은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신화축제도 기본적인 속성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현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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