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신음하는 제주의 허파 곶자왈] ⑥도채꾼들의 표적이 된 곶자왈 용암석

곶자왈 지역에 대한 훼손은 골프장 등 대규모 개발사업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에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일부 도채꾼들에 의한 희귀식물 및 용암석 훼손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수준이어서 이를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 전형적인 곶자왈 지형을 보이는 화순곶자왈 전경<조성익 기자>  
 
△희귀 용암석 절취 흔적 역력

지난 10일 곶자왈사람들 회원들과 함께 나선 정기탐사에서도 도채꾼들에 의해 용암석이 무참하게 훼손된 현장이 발견됐다.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의 큰병악과 작은병악에서부터 산방산까지 넓게 분포된 상창·화순 곶자왈 지역에 대한 탐사 도중 취재진은 거대한 용암석 암반을 조각조각 떼내면서 2m 가량의 깊이로 동굴처럼 용암석이 훼손된 현장을 보면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장 주변에는 일명 ‘라면석’이라고 불리는 희귀 용암석 조각이 널려 있고, 동굴 모양으로 훼손된 내부에는 괭이 등 도구를 이용해 용암석을 떼낸 흔적이 역력했다.

곶자왈사람들의 김효철 사무처장은 “용암석을 떼낸 흔적이 분명한 점 등을 보면 최근에야 훼손이 이뤄진 것 같다”며 “바로 인근에 경작지가 있는 데다 도로에서도 가깝기 때문에 추가 훼손 우려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 화순 곶자왈 탐사중 불법 도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조성익 기자>  
 
△“도로 나는 순간부터 도채꾼들 몰려”

탐사에 참여했던 곶자왈사람들 회원의 “곶자왈 지역 주변으로 도로가 나는 순간부터 주변 곶자왈 지역은 도채꾼들의 표적이 된다”는 말을 그대로 현실로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이처럼 음성적으로 도채꾼들의 용암석 절취 및 희귀식물 도채 등 행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작 이들 도채꾼들이 용암석을 절취하다 적발된다고 해도 가벼운 처벌에 그치면서 이들의 손길로부터 곶자왈 지역을 보호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월 한경면 곶자왈 지역에서 용암석을 떼내 절취한 혐의로 3명이 붙잡혀 기소됐으나 지난 8월 1심 판결에서 법원은 모두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같은 훼손 사례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환경 훼손 사범에 대한 보다 엄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김봉찬 대표가 곶자왈 외래수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성익 기자>  
 

△전형적인 난대림 숲의 천이과정

이 일대 숲은 참식나무와 종가시나무 등 상록활엽수에 밀려 때죽나무 등 낙엽활엽수림이 조금씩 자리를 내주고 있는 식물 분포 상황을 보이고 있다.

김봉찬 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는 “전형적인 난대림 숲의 천이과정을 잘 보여주는 곳이 제주 곶자왈”이라며 “거대한 암반 지형이나 현재 식생 상태를 보면 20∼30년 후에는 참식나무며 새덕이나무 등이 우점하는 극상림으로 숲이 성장하게 돼 양치식물 등 초본류 식생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탐사를 마치고 나오던 중 방목지 인근 도로변에서 숫노루 두 마리가 뿔이 엉킨 채 숨져 있는 모습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탐사 일정이었다.<글 홍석준·사진 조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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