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명품을 꿈꾼다"

   
 
   
 
‘똥돼지’로 불렸던 제주의 재래흑돼지가 새로운 제주의 전략 산업으로 거론되며 일약 ‘블루오션’(Blue Ocean·알려지지 않은 시장)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의 특화 품목 가운데 하나인 재래흑돼지의 사육실태와 향후 전략 등을 점검한다.

△제주의 재래흑돼지

문헌상의 확실한 고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제주흑돼지는 고구려 시대 소·말과함께 유입돼 남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국지위서동의전에 의하면 2000년전 만주지방 일대에서 한반도와 제주지역까지 넓은 지역에서 돼지를 사육했다고 기록돼 있다. 만주돼지는 대·중·소형 품종이 있는데 이 가운데 운반하기 쉬운 소형종(성숙체중 20∼50㎏)이 제주로 유입돼 오늘날 ‘재래흑돼지’가 됐다고 추정되고 있다.

또 1800년대 대동여지도 주석에서도 제주지역에 돼지가 있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1980년대 중반 제주지역에 화장실 개량사업이 이뤄지기 전까지 재래흑돼지는 제주지역 농가에 큰 역할을 했다.

흔히 ‘똥돼지’로 불리는 재래흑돼지는 농가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재래식 화장실에서 한 두마리씩 사육됐다. 화장실을 우리삼아 인분과 농산물 부산물을 처리했다. 또 돼지우리 속에 보릿짚을 넣어 배설물과 섞인 것은 농가에 기름진 거름을 제공했다.

이와 함께 돼지는 결혼과 장례 등 집안의 경조사용으로 사용됐다. 결혼식을 앞둬 ‘도새기(돼지) 잡는날’을 둘 정도로 돼지고기는 제주문화 한 부분을 차지, 현대에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1984년 제주에서 개최된 전국소년체육대회를 앞둬 화장실 개량사업이 대대적으로 펼쳐지며 ‘똥돼지’는 자취를 감췄다.

△사육현황과 특징

1986년 제주도축산진흥원은 제주 흑돼지 암컷 4마리와 수컷 1마리를 시작으로 흑돼지 순수 계통번식에 나서고 있다.

이후 1995년에는 제주지역 농가인 길갈축산이 재래흑돼지와 버크셔종의 교잡을 통해 재래돼지의 맛을 유지하는 흑돼지를 생산, 판매에 나서면서 흑돼지가 제주의 특화된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5년말 현재 도내 300여농가에서 40만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가운데 재래흑돼지는 57개 농가에서 1만9000여마리가 사육
되고 있다.

재래흑돼지는 몸 전체가 흑색을 보이며 체구가 작고 허리와 배가 아래로 처지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지방이 단단하고 백색이며 고기는 쫄깃쫄깃하고 육즙이 풍부해 부드럽고 맛이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고가 거래 ‘명품’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살자’는 웰빙(Well-Being) 트렌드의 확산과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가 부쩍 늘면서 제주지역에서 생산되는 흑돼지는 돼지고기의 명품으로 통하며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말 대형할인매장에서 행사용으로 판매되는 삼겹살은 100g에 1080원인데 비해 서귀포시 남원 길갈축산의 ‘제주 청정 흑돈’ 삼겹살은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100g에 2650원으로 일반 삽겹살보다 2배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와 함께 다른 지역에서는 제주 흑돼지를 이용한 음식점들이 속속 등장하며 제주의 새로운 특화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청정 제주이미지와 ‘똥돼지’로 불리던 재래흑돼지를 결합,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화전략

제주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래흑돼지가 인기를 끌면서 경상남도와 강원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재래흑돼지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다른 지역과의 경쟁체제가 유지되면서 제주 재래흑돼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요구되고 있다.

생명공학(BT)와 정보통신기술(IT)을 접목, 소비자들에게 식품의 안정성을 제공하는 재래흑돼지의 농가 생산에서 육가공 라인에 걸친 생산이력추적(Traceability)시스템 등을 도입해 제주산 흑돼지고기의 고부가가치와 청정성,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생산이력제 도입과 함께 △품종에서 다른 지역 흑돼지와의 차별화 △청정 제주에 걸맞는 위생적인 생산시스템 등 3박자가 재래흑돼지가 갖춰야 될 특화전략으로 제기되고 있다.

<장공남 기자·사진 김대생 기자>

   
 
  오영익 길갈축산 대표  
 
"수출 주력 상품으로 육성"
인터뷰=오영익 길갈축산 대표

“한국 최고의 명품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브랜드가 따라 오지 못하는 특화된 것을 해야 됩니다”

지난 1995년부터 10여년째 흑돼지를 사육하며 서울 소재 현대백화점 등에 납품하고 있는 길갈축산의 오영익 대표는 이같이 차별화의 중요성을 밝혔다.

오영익 대표는 “제주지역만의 청정 자원을 가지고 반도체를 생산하듯이 흑돼지를 생산하고 있다”며 “반도체 생산 공정처럼 위생적으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흑돼지 생산에서 가공·판매까지 생산이력제를 도입, 돼지고기 뒷다리는 만두제조회사(취영루)에 보내 만두를 생산, 고가에 만두가 판매되고 있다”며 “생산이력제는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통해 어느 농장에서 생산됐으며 언제 도축됐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 안전한 식품을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 대표는 “제주 흑돼지를 선호하는 일본 수출을 겨냥할 것”이라며 “제주산 흑돼지를 집단화겙瓦???통해 대량생산 공급체계를 구축, 제주의 수출 주력 제품으로 육성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또 오 대표는 “제주 청정 축산물에 대한 홍보가 약한 편이다”며 “제주에 관광객 등이 왔을 때 음식점에서 제주산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장공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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