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신음하는 제주의 허파 곶자왈] ⑨미리 둘러본 교래자연휴양림 산책로

   
 
  물기를 흠뻑 품은 교래 곶자왈<조성익 기자>  
 
   
 
  교래 곶자왈 덩굴에 휘감진 나무<조성익 기자>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찾아가는 곶자왈은 더욱 신비감을 더해준다. (사)곶자왈사람들의 2월 정기탐사에 동행한 지난 25일 탐사도 전날부터 내리던 비가 멈춘 뒤여서 더욱 기대감을 갖게 했다. 탐사반 일행이 찾은 지역은 교래 곶자왈 중에서도 자연휴양림 조성이 한창 진행중인 늡서리오름 주변 일대였다.

△ 잔뜩 물기를 머금은 이끼와 새 순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 끝자락에 이르면서 곶자왈 숲도 본격적으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바위에 붙은 이끼도 잔뜩 물기를 머금고 있고, 나무들도 벌써 새 순이 돋아난 끝에 물방울이 달려 있다.

이 일대는 비교적 인위적인 간섭이 많았던 탓인지 때죽나무와 줄참나무 등이 여러 차례 베어낸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맹아 형태로 숲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수목시험소의 김대신 연구사가 “때죽나무는 나이테의 개수를 세기 위해 뚫어보는 코어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재질이 특징”이라고 설명해준다. 그만큼 단단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도끼나 곡괭이 자루에 주로 쓰이기도 했다.

△ 오소리 굴과 숯가마 터 발견

산책로 조성을 위해 표시해둔 코스를 따라 둘러보던 중 오소리 굴로 보이는 굴이 파헤쳐진 흔적과 함께 오소리 분비물이 발견됐다.

군데군데 쌓여 있는 돌무더기를 유심히 관찰하던 중 둥그런 모양으로 돌이 쌓여 있는 곳에서 숯을 구워냈던 흔적이 확인됐다. 불과 30∼4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이 주변에서 숯을 구우며 생활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현장이다.

새까맣게 탄 숯의 흔적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자연휴양림으로 조성되는 이 지역의 식생이 더욱 건강한 숲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김대신 연구사는 “이 일대는 인위적인 간섭이 많았기 때문에 외부 종의 유입이 비교적 많은 편”이라며 “다른 곶자왈 지역과 달리 토양층이 비교적 두껍게 쌓여 있는 편이어서 식생 분포도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4.6㎞ 산책로 산림욕엔 최적

산책로가 나게 될 코스를 따라 둘러보면서, 탐방 코스 조성이 마무리되면 이 숲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휴양림 지구 안에 휴양 및 야영지구와 승마체험지구가 함께 들어설 예정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이 일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래자연휴양림 조성 사업을 추진중인 돌문화공원관리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일단 탐방 코스 바닥에는 아무 것도 깔지 않고 거의 있는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탐방객들이 길을 잃지 않고 코스를 따라 걸을 수 있도록 산책로의 양쪽으로 얕게 돌담을 쌓아 탐방 코스를 표시해준다는 것이다.

구불구불한 형태의 탐방 코스 길이는 무려 4.6㎞나 된다. 탐방객들이 산림욕을 즐기는 데는 최적의 코스가 될 것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기존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숲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글 홍석준·사진 조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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