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신음하는 제주의 허파 곶자왈] ⑬ 수난 당하는 곶자왈 용암석

   
 
   
 
곶자왈 지역의 희귀 용암석이나 식물 등이 도채꾼들에 의해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자연이 빚어낸 예술품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수없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 곶자왈이기 때문에 자연석이나 희귀식물 밀반출의 주된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정읍 보성리의 영어전용타운이 들어서게 될 부지에 포함된 곶자왈 지역에서도 마치 포클레인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보일 정도로 훼손 상태가 심각했다.

△ 도채꾼들의 손에 초토화된 곶자왈

취재팀이 영어전용타운 부지 안내판 옆으로 나있는 이전의 목장 관리도로를 따라 한참 들어간 후 숲 입구로 막 들어서려는데 그라인더 날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다. 도채꾼들이 바로 현장에서 돌을 잘라내면서 자연석을 반출했던 흔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마치 포클레인으로 바닥 전체를 한번 긁어낸 것처럼 거의 모든 돌들이 뒤집혀 있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돌들이 단단하게 발을 지탱해주는 것이 아니라 돌이 있던 자리에 발이 빠지거나 흔들거려 걷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누군가 가져가려다가 두고 간 듯 용암석 위에 겹쳐져 있는 돌도 쉽게 눈에 띈다.

그나마 예전 화전을 일구면서 쌓아놓은 듯한 돌무더기 주변에서 쇠고비며 곰비늘고사리, 수수고사리, 우단일엽 등 다양한 양치식물이 관찰될 뿐 도채꾼들의 손길이 닿은 곳은 거의 초토화되다시피 한 상태였다.

심지어 누군가가 조록나무 줄기 위에 올려놓고 가져가려다 두고 간 조그만 용암구가 아예 나무와 한몸이 돼버린 모습도 관찰됐다.

△ 미조사 지역에서 개가시나무 추가 발견

한참 숲을 헤매던 중 앞서 가던 수목시험소의 김대신 연구사가 발걸음을 멈췄다. 환경부 보호식물인 개가시나무가 발견된 것이다.

GPS로 좌표를 확인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김 연구사는 “이 주변 지역은 도로 반대편과 달리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곳인데 종가시나무가 우점하고 있는 숲 가장자리에 개가시나무가 한두 그루씩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재팀이 이날 새롭게 발견한 개가시나무만도 5그루나 됐다.

개가시나무는 그 희귀성과 중요도 때문에 발견된 지점을 일일이 GPS 좌표로 찍어 자료를 축적해놓고 있는데, 이 일대에 대한 보다 세밀한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사람들의 손길에 사라지게 될 곶자왈 숲

비가 그친 직후에 찾은 곶자왈 지역이었지만, 물기를 머금고 있는 것이라고는 원래 있던 자리에서 옮겨지지 않은 돌의 이끼뿐이었다.

송시태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는 “오늘 조사한 곳은 사람의 발길이 닿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숲에 길을 내놓았다”며 “도로가 가까운 데다 목장 관리도로로 도채꾼들의 접근이 쉬워 오랜 기간에 걸쳐 용암석 채취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끼 낀 돌들이 수없이 뒤집혀진 채 나뒹굴고 있는 이 일대 곶자왈을 둘러보면서, 지금은 울창한 숲과 신비스러운 함몰지형을 유지하고 있는 다른 곶자왈 지역도 특단의 보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조만간 이 숲처럼 사람들의 손길에 스러지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글 홍석준·사진 조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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