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원이다] 인재양성 씽크탱크 제주대 누리사업

제주대 누리사업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났다. 그 동안 아열대생물산업 누리사업단 등 6개 사업단을 운영하면서 장학금 지원, 해외어학·전공 연수, 교육환경 개선, 실험실습기자재 확충, 창업지원 등에 모두 275억원이 투입됐다. 누리사업단은‘지방대학 역량강화’와 ‘제주지역 산업육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방학기간에 이탈리아와 일본 등에 문화콘텐츠 사례조사를 다녀 온 후 워크숍을 통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대생 기자>  
 
△ 세계를 누빈 학생들 실력 ‘쑥쑥’

제주 문화콘텐츠 누리사업단은 지난 겨울방학 이탈리아와 미국,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 제주 문화콘텐츠를 글로벌 브랜딩화 시키기 위한 사례조사 일환이다.

3일 제주문화콘텐츠 누리사업단은 해외탐방 후 첫 팀별 워크숍을 가졌다. 학생들은 각 나라문화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를 토대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해외탐방을 통해 견문을 넓힌 만큼 토론 열기는 뜨거웠다.

강봉조씨(컴퓨터공학과 4)는 “유적지 순례를 많이 했는데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오디어 가이드를 통해 역사적 사실과 얽힌 내용을 쉽게 알 수 있었다”며 “제주도 관광지도 휴대용 오디오 가이드를 벤치마킹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 현장을 누비며 아이디어를 찾는 것은 비단 제주 문화콘텐츠 누리사업단만이 아니다. 아열대친환경누리사업단은 뉴질랜드나 일본, 중국 등 친환경 선진국의 농장, 연구소, 대학 등을 방문해 학생들이 현장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친환경해양산업누리사업단은 해양산업분야 강국인 호주에서 전공연수 등을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청정에너지특화인력양성사업단도 해외 대체에너지 분야의 대학부설 우수연구소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 조지메이슨대학 특강  
 
△ 이렇게 달라졌다

6개 누리사업단에는 제주대 총 학생정원 9872명 중 63.8%인 6299명의 학생과 450명의 대학원생이 참여하고 있다. 협력대학으로 제주한라대학 4개학과, 제주관광대학 2개학과 총 725명도 함께 한다.

누리사업단은 학생취업률 향상을 위한 자격증 취득과 장학금 지원사업에 열의를 쏟았다. 3년간 6개 사업단에서 총 1568명이 어학·전산·전공자격을 취득했다. 학생들의 어학능력과 정보화 수준을 한 단계 올리고 학습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장학금은 총 4102명에게 총 34억9000만원을 지원했다. 이는 3년간 교외장학금 지급총액 28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최근 제주지역의 어려운 경제여건 아래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상당부분 덜어줬다.

교육환경도 확 달라졌다. 멀티미디어강의실, 어학전용강의실, 실험실습실 개선 등 교육환경개선에 총 20억2000만원을 투자해 그 동안 국고와 기성회 회계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개선하지 못했던 강의실과 실험실습실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누리사업을 통해 수질다항목측정기, 수중내시경 등 총 34억8000만원을 투입, 574종 2046점의 실험실습 기자재를 구입해 학생들에게 보다 양질의 실험실습환경도 제공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가시적인 성과를 낳았다. 청정에너지사업단의 경우 학생취업률이 1차년도 25.5%에서 2차년도 32.7%로 향상됐다. 오는 5월 마무리되는 3차년도에는 46%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 이탈리아 가죽세공장에서 사례조사를 하고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관건

누리사업단은 해마다 9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지역제한제를 통해 제주지역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역 전략산업의 특성과 여건이 고려된 사업단들을 운영, 산·학 협력도 보다 활성화되고 있다.

더욱이 전략산업과 특화산업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사업인 만큼 졸업생의 취업률 제고로 지역 기업체의 성장과 지역산업의 경쟁력 강화, 지역경제 발전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과제도 많다. 제주도 지역 전체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과 누리사업의 지속적인 지원과 확대, 새로운 아이템과 사업단의 계속 발굴이 그것이다.

지난 3년간 다양한 업체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산업구조가 취약한 제주에서는 산·학 협동의 외연을 넓히는데 근본적 한계가 있다. 때문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소량다품종이 세계 최고의 제품과 인재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립대학은 누리사업과 같은 국가재정지원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사업단 유지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더 나아가 매년 일정규모 이상의 신규사업단을 지정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조와 제주도민의 관심이다. 누리사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해 누리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각계각층의 관심과 지원 절실" 양영오 산학협력단 단장 인터뷰

“누리사업단의 유지와 성공을 위한 각계각층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양영오 산학협력단 단장은 “6개의 누리사업단은 제주의 생존과 관련된 필수 불가결한 선결과제”라며 “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한 지원이 여타의 이유로 중단되는 것은 국가발전전략의 부재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양 단장은 “인적자원의 유출로 심각한 현상을 맞고 있는 제주도로서는 사람의 곧 가장 큰 자원이자 재산”이라며 “대학의 역량강화가 곧 지역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도내·외 기업과 협력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단장은 누리사업에 대해 “지방대학의 경쟁력 약화, 인재유출과 청년실업극복, 수도권 집중화를 극복하기 위한 성공적인 시책”이라며 “그 동안 지역적 한계와 예산부족으로 수행할 수 없었던 특성화 교육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양 단장은 아울러 “매년 90억에 달하는 사업비는 지역제한 입찰을 통해 집행돼 거의 제주지역에 투자되고 있다”며 “제주의 산업과 특성을 고려한 전략산업의 지속적 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선진국형 산·학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 양 단장은 “단기적인 전시효과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지속적인 지원을 위한 의지가 중요하다”며 “이번 3차년도 중간평가에서도 또 다시 전국 최우수 사례로 선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 단장은 지방정부의 지원과 상설 협의체 구성을 꼽았다. 지난 3년간 누리 사업에 대한 지방정부의 대응자금이 8∼9%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양 단장은 “인천과 부산 등의 경제자유구역과 힘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제주도로서는 지역 인재육성을 위한 장기적인 플랜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상설협의체를 통해 제도화 된 지원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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