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디자인/조윤경.  
 
아름다운 도시로 꼽히는 파리는 도시 전체가 잘 정돈돼 있다는 인상을 준다. 간판이나 도시 시설물은 감각적인 색채와 일관된 규격을 사용하고 있고 거리 표지판은 모양과 색깔이 산뜻하다. 밤이 되면 시내 전체가 마치 빛으로 화장한 것 같다.

좁은 길들, 오래된 성벽으로 이뤄져있는 캐나다 퀘백시는 건축물 외벽과 조화로운 꽃 상자, 가로수와 가로등, 휘장 등이 어우러지면서 고풍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국민들의 대다수가 도시에 사는 ‘도시 시대’를 맞아 아름다운 도시에 대한 선망과 부러움은 누구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생태 도시 또는 지속개발가능한 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노력이 수 년전부터 활발히 진행돼오고 있다.

포장 도로를 다시 흙으로 되돌리고 매립되거나 복개된 하천을 살리면서 ‘자연과 인위적으로 멀어지게 계획된 공간’인 도시를 ‘자연과 인위적으로 가까워지게 계획된 공간’으로 점차 바꾸고 있다.

그러면 제주는 어떨까. 한라산과 오름, 용암동굴 등 빼어난 자연 경관을 갖고 있으나 도시 는 다른 지역과 차별없이 비슷하다. 도시 경관에 ‘제주가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대동여지도에 나타난 제주의 모습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오름, 하천, 포구 등 자연 경관을 담고 있고 조상들은 이런 자연 환경을 바탕으로 독특한 삶의 문화를 형성해왔다. 이런 조상들의 삶의 문화, 제주 고유 풍경과 조화된 개발이 도시 경관에 없다는 것이다.

구불구불한 올래, 돌담 등 자연의 조건에 순응하려는 삶의 지혜는 개발 편의성과 경제성에 허물어졌다. 수익성을 위해 한정된 땅에 아파트를 높게 지으면서 제주인들의 마음의 안식처인 한라산을 가리고 도로와 주차장이 부족하다며 소중한 경관인 하천과 개울을 매립하거나 복개했다.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안도로를 개설해 바다와 육지를 단절시키면서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수려한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지역을 육지의 고속도로처럼 도로를 만들어버렸다. 자연·공원 녹지 등의 인근에 고층아파트가 난립하면서 경관 부조화를 초래하는 등 스카이라인이 무너져가고 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으나 친수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건축물은 외형과 색채에서 거리를 압도하고 있다. 크고 작은 간판으로 뒤덮혀 도시 풍경을 즐길 여유조차 없고 사람이 걸어다니는 거리는 콘크리트 블록으로 덮혀있고 문화적 이벤트가 부족하다.

자동차의 이동과 통행 흐름, 속도만을 중시해 도로가 확장되면서 녹지 공간과 인도는 점차 줄어드는 등 사람이 살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의 중심에 자동차가 서 있는 실정이다.

도시 개발은 이뤄져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도시 형태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듯이 개발 자체가 현재와 미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도시 개발에 체계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특히 도시 경관은 다른 정책사업과 달리, 도민 합의에 의한 참여와 다양한 노력이 뒷따라야 한다. 도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가장 제주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바탕으로 ‘제주에, 제주는 있는가’라는 역설적인 화두로 ‘제주다움’을 찾고자 한다.<글 이창민·사진 박민호 기자>

   
   
"문화·녹지공간 확보해 도민들 삶의 질 높여야"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1960년대부터 관광지 중심의 개발이 이뤄지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개발은 제주가 갖는 삶의 이야기와 자연적인 지형을 반영하지 못했다. 육지의 뉴타운 방식을 그대로 제주 개발에 적용한 것이다.

제주는 육지와 다르다. 한라산이 있고 오름과 하천이 있다. 건천의 존재를 인식하면서 건축물을 적절히 배치하고 한라산과 오름의 풍경을 고려한 도시 개발이 필요했다. 이런 개발을 위해서는 행정 기관의 인식이 바뀌어야 되고 무엇보다 도민의 참여와 협조가 중요하다. 고도 제한, 광고물의 색깔·크기 등에 관한 규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자동차가 아닌 인간 중심의 도시, 걸어서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안전한 도시, 문화·녹지 공간이 어우러진 도시를 만들 수 있다.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시가 가야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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