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원이다] <2부>제주의 혼을 심는다 : 임채정 국회의장

   
 
  ▲ 임채정 국회의장  
 
[사람이 자원이다] <2부>제주의 혼을 심는다 : 임채정 국회의장

정치의 계절이다. 제17대 대선이 불과 4개월여 앞으로, 18대 총선도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들썩거리고 있다. 신당창당에 시시각각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지금 국회수장 임채정 의장 또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회4.3특별법 제정에 보이지 않는 조력자로 제주와 인연을 맺은 임 의장을 만났다. 임 의장은 17대 국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제주도민들은 4.3특별법 제정은 ‘제주도민의 반세기 한을 털어낸 것’이라고 한다. 특별법 재정은 도민노력은 물론 많은 조력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기억나는 부분과 함께 과거사 정리작업의 의미에 대해 말한다면.

-제주 4.3사건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 역사는 한국의 민주화의 흐름과 그 맥을 함께 해왔다고 생각한다. 1960년 4.19혁명을 기점으로 시작된 진상규명논의는 5.16을 맞아 중단되기도 했고, 진상규명에 앞장선 관련자들이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처벌받기도 했다. 하지만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주도민의 열망은 결국 제주4.3사건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 냈다.

당시 추미애 의원 외 102명의 발의, 변정일 의원 외 112인이 각각 발의된 법안이 행정자치위원회에서 단일안으로 통과됐다. 여당과 야당의 법안의 내용이 다르고, 제주도민들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하는 내용도 있어서 진통을 겪었지만 진실규명과 진정한 인권구현을 위한 의지로 결국엔 여야가 합의에 이르렀던 기억이 난다.

통상 법제정과정에 비춰보면 4.3특별법의 제정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총선을 앞둬 여야간 극심한 정치공방으로 국회운영이 원활치 않았던 상황에서 법안발의 후 60여일만에 본회의 의결까지 이루어진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여야의원들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4.3특별법 제정의 진정한 공로는 온갖 어려움과 무관심을 무릅쓰고 애써온 제주도민과 시민단체, 그리고 제주도의회에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당시 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었는데, 상경투쟁단의 방문을 받고 그분들의 열정에 탄복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1999년 12월 16일 본회의에서 4.3특별법안 가결이 선포된 순간은 제주도민의 승리를 선언한 순간이었으며, 진실을 향한 민족적 양심이 살아 있음을 확인한 순간으로 저도 크게 감격했었다.    

4.3특별법 제정과 그 이후 시행과정은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의 과거사 정리 작업 중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4.3사건의 소중한 교훈을 국민통합으로 승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 어느때보다 정치적 변화들이 많았던 17대 국회에서 지난 6월 취임 1년을 맞았다. 17대 국회에 대한 평가와 함께 과제가 있으면 무엇인가.

-사회 각 분야의 민주적 발전 만큼 우리 국회에도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대통령 권력에 종속됐던 과거에서 벗어났고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도 견제․균형의 대등한 전환, 국회권한은 실질적으로 증대됐다.
그간 입법건수도 꾸준히 늘어 17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6300여건, 처리 법률안은 3100여건을 넘어섰고, 특히 17대 국회의 의원발의 법안이 정부제출 법안보다 6배나 많아진 것은 국회가 입법부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국회에서 몸싸움·물리적 격돌도 줄어들고 있고 대화와 토론을 통한 합의의 정치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도 국회의 큰 변화중 하나다.

또한 우리 국회는 1년여의 노력 끝에 ‘입법조사처’를 출범시켰다. 국회의 독자적 입법전문 조사기구를 설치하게 된 만큼, 앞으로 한층 더 수준 높은 입법활동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회가 선진국회로 나가기 위해선 아직도 많은 과제가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민생보다 정치논리가 앞서는 대립적 정치관행으로 정당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해 주요 법안의 처리가 늦어지는 것은 우리 국회가 극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선거법개정 논란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회에서도 정개특위를 운영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 확대 요구다. 올해 내 선거법 개정 논란을 국회에서 어떻게 다룰 계획인가.

-국민과 정치권의 노력으로 제17대국회의원선거에서는 ‘돈선거’가 철폐되는 등 깨끗한 선거제도는 확실히 정착됐다고 생각한다. 이는 정경유착이 더 이상 이 땅에 발 붙일 수 없는 토대를 구축한 것과 같은 의미다.
다만 급격한 변화와 발전에 따라 선거운동 방법, 선거권의 범위, 투표방법 등에 있어 국민들의 요구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민의를 가장 정확하고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 또한 이에 맞게 개선해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회에서도 이를 위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민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이고, 공정한 선거제도와 선거운동방법을 각 당의 의견을 모아 연구, 논의하고 있다.

최근 정개특위에서 논의 되고 있는 핵심적 사항들을 보면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 확대보장 방안을 포함해 재외국민 투표권 보장 문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매니페스토 운동 활성화를 위한 법정비 등이다.

각 정치세력간 이해가 다를 수 있고, 시행시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함께 나타날 수 있는 양면성이 있어 철저히 검토한 후 국민적 합의를 얻어 개정돼야 한다.

시간에 쫒겨 졸속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국회에 설치된 정개특위를 중심으로 충분한 토론과 의견수렴을 거쳐 가장 민주적이면서도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변화된 요구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공정한 선거제도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서울=변경혜 기자>

 

 

●임채정 국회의장은

1941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동아일보 기자생활을 하다 1975년 동아투위(동아일보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사건 때 상임위원으로 언론자유 운동을 벌였다. 통일주체 대의원에 의한 대통령 선거 반대 국민회의 공동대표와 민통연(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1987년 직선제 개헌 및 민주쟁취 국민운동본부 실행위원 등으로 활동하다 1992년 14대 때 국회에 입성, 2005년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거쳐 2006년 17대 국회의장직을 맡고 있다.

 


●4.3특별법 제정 과정
1980년대 후반이후 시민단체 중심으로 제주4ㆍ3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움직임 활발
1993년 3월 제주도의회에 『4ㆍ3 특별위원회』설치ㆍ운영
1998년 3월 새정치국민회의에 『제주4ㆍ3사건진상규명특별위원회』구성ㆍ운영
1999년 11~12월 국민회의 추미애 의원외 102명, 한나라당 변정일의원외 112명 의원발의로 법률안 제출
1999년 12월 6~7일 국회 행자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두 안을 절충해 단일안으로 조정
1999년 12월16일 국회 본회의 통과
2000년 1월11일 김대중 대통령 국무회의 의결, 서명
2000년 1월26일 4.3특별법쟁취를 위한 연대회의(도내 24개 단체 참여), 올해의 제주인에 제민일보 선정 시상
2000년 3월4일 행정자치부, 4.3특별법 시행령(안) 입법예고
2000년 4월6일 이철승씨(자유시민연대 대표) 4.3특별법 시행령 헌재에 위헌소송 제기
2000년 4월 국방부 등 4.3특별법 시행령 개정 문제 제기
2000년 5월10일 4.3특별법 시행령, 제주도 조례 제정
2001년 2월27일 4.3특별법 시행령개정
2002년 5월 27일 자유시민연대,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서 4.3특별법 철폐촉구 집회
2003년 5월15일 ‘제주4.3사건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희생’ 규정한 4.3진상조사보고서 확정
2003년 8월21일 4.3특별법 시행령개정 공포
2003년 10월31일 노무현 대통령, “4.3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 말씀 드린다” 공개 사죄
2004년 10월 강창일 의원, 4.3특별법 개정법안 초안 작성위한 의견수렴 돌입
2006년 9월7일 국회 행자위, 피해자범위 수형인 확대 등 1년 가까이 논란돼온 4.3특별법개          정안 국회 상임위 통과
2006년 9월 12일 한나라당 반대로 4.3특별법 개정안 법사위 회부 유보
2006년 12월4일 국회 행자위 전체회의, 강창일 의원 제출 4.3특별법 개정안 여야합의 통과
2007년 1월24일 ‘수형자도 희생자’에 포함 등 유족범위 확대하는 4.3특별법 개정 추진
2007년 3월14일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불법재판 사형·수형자 포함 등 희생자 범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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