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말(馬)로 맺은 인연”

[기획/우리도 제주인]  <12>몽골 출신 사랑게렐 간치미그씨 : “우린 말(馬)로 맺은 인연”

마상쇼 공연단 입단하며 제주에 첫발
“바다 찾으면 할 수 있다 자신감 생겨”

   
 
  ▲ 남편·딸과 감귤밭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간치미그씨. <조성익 기자>  
 
“남편과는 말(馬)로 맺어졌어요. 어릴 적 유목생활하며 말을 다뤘던 경험 덕분에 제주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답니다”

몽골에서 유목생활을 하며 어릴 적부터 말을 다뤄왔던 사랑게렐 간치미그씨(29)는 지난 2000년 마상쇼 공연단에 입단, 제주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낯선 문화와 언어, 고향과 다른 기후여건 등으로 제주에서 지내는 하루하루가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공연단 관계자와 친구 사이였던 지금의 남편 김영삼씨(43)를 만나게 됐다.

지난 2004년 8월 경주마 목장에 근무하는 김씨가 친구와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 간치미그씨도 함께하면서 말로 인해 사랑을 꽃피우게 된 셈이다.

당시 서툰 한국말 때문에 제주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간치미그씨는 항상 따뜻하게 대해줬던 김씨의 자상함에 점차 호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남편을 결정적으로 의지하게 된 것은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면서다.

의지할 곳 없던 그가 공연 도중 말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면서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늘 곁에서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김씨가 있었다.

결국 간치미그씨는 김씨와 만난 지 2년만에 결혼, 제주여성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최근에는 생후 15개월 된 딸 아름이의 재롱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그는 간혹 제주바다를 찾곤 한다.

“몸과 마음이 피로할 때면 바다를 찾아요. 탁 트인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한 때 김씨와 결혼한 뒤 아기를 갖게 되면서 어떻게 키울까하는 걱정 때문에 항상 마음이 불안했던 그였다.

그러나 변함없이 자상한 남편의 도움으로 지금은 어엿한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지난 4월에는 운전면허까지 취득, 지역 곳곳을 돌며 제주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서툰 운전 솜씨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태우고 제주도 일주를 해보고 싶다는 게 그의 작은 바람이다.

그는 “처음 제주에 왔을 때 한국어를 전혀 못해 늘 불편하고 답답했었다”며 “지금은 제주 출신으로 착각할 정도로 제주 사투리도 능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같다. 말 때문에 남편과 결혼해 제주에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자상한 남편, 사랑스런 딸과 함께 제주에서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편 김씨는 “몽골 출신인 아내가 제주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한 때 걱정도 많이 했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적응해 가는 모습에 늘 고맙게 생각한다”며 “아내의 행복을 위해 남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면 발벗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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