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 언어 가운데 감정(또는 느낌)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말도 없다.때문에 ‘감정’이란 단어는 학문적·전문적 언어 보다는 ‘일상어’의 범주에 들어간다.

 프랑스 10대학 장 메종뇌브가 쓴 「감정」(한길사·김용민 옮김)은 ‘감정’에 대한 다각도의 접근을 통해 그 정의를 찾기 위한 항해일지다.새로운 처녀지를 찾는 모험가처럼 저자는 데카르트와 파스칼에서부터 정신분석학과 현대의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감정과 관련된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소개하고 비판적 안목으로 그 성과와 한계를 가늠한다.

 저자는 감정을 단지 관념의 소산이라고 치부하는 주지주의적 입장과 감정을 육체적 동요로 환원시키는 프로이트적 입장을 비판하며 ‘인간은 보다 자유로운 정신적 존재’임을 강조한다.사랑이나 희망처럼 ‘감정’은 정신의 구속이 아닌 가능성이자 차원높은 인간성의 표현공간이라는 것.

 결론적으로 ‘감정’은 인간의 본질을 규정하는 근본적인 요소로 개인의 고유한 심리적 현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사회와 상호작용하며 나아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윤리적,형이상학적 문제로 나타내는 도구로 귀결된다.

 「감정」은 ‘한길 크세쥬’시리즈중 하나.‘한길 크세쥬’는 프랑스식 책읽기를 맛볼 수 있는 프랑스 대학 출판부(PUF)의 인문교양시리즈 ‘크세쥬’의 한국어 번역판이다.

 ‘크세쥬(que sais je·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볼테르의 자문에서 인용한 말.
1941년 첫권이 나온 뒤 50여년 동안 3천6백여권이 출간,전세계적으로 1억6천만부가 팔려나간 세계적인 인문학 시리즈다.피에르 브르디외,피아제,리오타르 등 현대 프랑스 지식인이 필진으로 대거 참가했다.

‘고대철학’이나 ‘르네상스’ ‘프랑스 혁명’ ‘영화의 역사’ ‘환경’같은 다방면의 읽어봄직한 교양서로 프랑스 지성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다.

 한길사는 1999년 12월 1차분 12권을 발간한데 이어 2000년 3월 2차분 12권을 출간하는 등 모두 1백권의 ‘한길크세쥬’를 선보일 계획이다.<각권 7000원><고 미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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