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 담은 도시경관 만들자

   
 
  ▲ 제주시 탑동의 변천사. 1995년 탑동 모습.  
 

 

   
 
  ▲ 제주시 탑동의 변천사. 1997년 탑동 모습.  
 

 

   
 
  ▲ 제주시 탑동의 변천사. 2002년 탑동 모습.  
 

 

   
 
  ▲ 제주시 탑동의 변천사. 2007년 현재의 탑동 모습.  
 

[제주를 새롭게 디자인하자, 경관이 미래다] <1>들어가면서
역사·문화 담은 도시경관 만들자

기원전 5000년경,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사이의 광활한 평야지대에 4대 문명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발생을 통해 최초의 계획도시가 형성됐다. 이후 이집트와 중국, 유럽 등지에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도시가 들어섰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수많은 인구가 도시로 몰리면서 교통 혼잡, 오수처리 어려움, 열악한 위생 환경 등 도시문제가 새롭게 나타났고 이를 위한 체계적인 도시계획 학문이 등장했다.

이후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선진국에서는 깨끗한 거리, 질높은 주거 환경, 녹지 공간 등 도시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자치단체·전문가·주민들의 논의와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돼갔다.

아시아지역에서 근대 문명을 일찍 받아들였던 일본은 1930년대에 풍치지구의 개념을 도입하고 해당 지역의 역사, 문화, 산업 구조, 지형 등에 맞는 도시경관 조성에 착수했다. 아울러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개성있는 경관을 조성중이다.

가나자와시(金澤)는 행정기관이 중심으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경관을, 고도(古都)의 중심인 교토(京都)시는 전문가와 주민 중심으로 역사문화 경관을, 바다와 접해있는 고베(神戶)시는 행정 중심으로 워터프론트, 상업도시인 오사카(大阪)는 행정 중심으로 인위적인 경관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시·시의회·주민들이 채택한 가나자와시의 경관도시선언만 보더라도 단순한 행정 중심이 아닌 주민들의 참여와 협조가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룬 우리나라도 도시 환경 악화 뿐만 아니라 경관적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성장해왔다. 다소 늦었지만 이런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해 지난 2000년대 들어 일부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도시경관에 대한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빼어난 자연 경관을 가진 제주는 어떨까.
제주지역도 세계의 여느 나라가 경험했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고민없이 단순히 다른 지역에서 적용됐던 개발 방식을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차별성을 잃어버리는 등 도시 경관에 ‘제주’를 전혀 담아내지 못했다.

체계적인 개발에 대한 원칙과 철학이 크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단적의 예로 제주시민들의 대표적인 친수 공간인 탑동은 경제 개발 논리에 매립되면서 과거의 장소가 지닌 가치를 상실한 동시에 아름다운 제주 해안경관을 훼손하게 됐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행정당국은 바다에 접해있음에도 바다가 보이지 않는 탑동의 문제점을 의식이라고 하듯이 과거 10여년간 탑동 콘크리트에 색칠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즉, 탑동이 물이 보이지 않는 친수공간으로 둔갑됐는 데도 행정은 10년간 근본적인 처방을 내린 지 못한 채 임시 방편적인 행태를 보여온 것이다.

탑동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그 장소가 가진 기능과 고유 풍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것이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한 도시계획의 첫 걸음이자 원칙이다.

독특한 자연 경관과 삶의 문화를 토대로 한 도시 경관은 누구나 살고 싶은 미래 도시이자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로 불리운다.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국·내외 선진 도시들의 경관 형성의 과정을 짚어보며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경관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기획시리즈를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특별취재반=이창민 자치2팀 차장, 박민호 사진팀 기자, 김경필 사회팀 기자, 김태일 제주대 교수
◆자문=정광중 제주교대 교수, 김일우 박사, 송일영 건축사

※이 연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주 경관계획을 위한 기획기사에 들어가며

   
 
  ▲ 김태일 교수(제주대 건축학부)  
 
기본적으로 제주의 풍경은 멀리 한라산의 영봉(靈峰)이 보이고, 바다의 수평선이 펼쳐지는 원풍경(遠風景), 한라산을 배경으로 나지막하고 옹기종기 군집(群集)을 이룬 마을 모습의 중풍경(中風景), 그리고 완만한 곡선과 높은 담장의 집을 중심으로 한 울안의 근풍경(近風景)으로 돼 있다.

 이러한 풍경관은 기후, 지형, 토지이용, 부락, 시가지의 존재, 사람들의 생활모습 등 자연이나 역사와 문화환경을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는데 이것을 경관(景觀)이라고 한다.

즉 경관의 개념은 환경이라는 실체의 개념보다는 관찰자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경우에 보여 지고 형성되어지는 심상(心像) 혹은 이미지(image)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주의 풍경 그리고 경관은 개발의 논리아래 너무나 많은 것을 훼손되었거나 상실되었다. 관광지로서의 개발과 아울러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적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너무나 많은 인위적인 개발이 추진되어 왔던 것이다.

 제주 고유의 경관자원을 형성하기 위한 도시계획이 수립되지 못한 채 역사성과 장소성이 강한 제주의 건축과 도시(마을)의 변화와 현대적 건축과 도시공간의 유입이라는 양면성을 지닌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결과 제주고유의 마을 풍경과 경관은 상실되고 문화재가 점차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는 상업자본의 성격이 짙은 일반적인 건축물이 메워가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 여건 속에서 2007년 제주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됨으로서 제주의 땅이 가진 인문학적 가치를 새롭게 평가받는 계기가 됐다. 제주특별자치도, 국제자유도시, 그리고 세계자연유산의 등재, 이 모든 것들이 안에서 밖으로의 성장을 추구하며 내면적 자산에서 외면적 자산으로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주의 이미지, 제주의 자연경관과 인공경관을 멋지게 형성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수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다. 문화로서의 경관을 어떻게 형성하며 관리해 갈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이다.

 이번 제민일보사가 추진하고 있는「제주 경관계획 기획기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아울러 제주경관의 가치와 의미, 국내외 선진사례의 시사점, 그리고 개선방향 제시를 통해 시민과 행정이 함께 고민하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김태일 교수·제주대 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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