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경관

   
 
   
 
동해와 맞닿아 있는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거리 곳곳에 만들어진 수로에 맑은 물이 힘차게 흐르고 있다. 단순히 공원에 인공 호수를 만든 것이 아니라 도로와 주택 사이에 수로 150㎞를 조성해 청량감을 더해주고 있다. 도시화·산업화의 진행으로 콘크리트로 덮여있던 것을 걷어낸 것이다.

주택과 도로를 작은 교량으로 연결시키고 교량에 꽃과 화분을 놓는 등 고풍스럽고 정겨운 도시 분위기를 내고 있다.

이타야 건페이 가나자와시청 경관정책과장은 “상·하수도 시설이 없던 1950·60년대, 수질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하천을 복개해 주차장 등으로 사용했다”며 “이후 상·하수도 시설이 설치되면서 콘크리트를 뜯어내 화재 대비와 친수 공간으로서의 수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전통 가옥들 사이로 쾌적한 물이 흐르는 풍경은 도시경쟁력을 갖춘 가나자와시의 매력중 하나다.

무엇보다 인구 45만명에 불과한 가나자와시가 도시경관의 모델로 꼽히는 것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경관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만든 수로들  
 
에도시대 상공업 중심지로 400년간 번성했던 가나자와시는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화에서 점차 소외되며 도쿄와 오사카, 나고자 등에 뒤쳐지면서 흔한 작은 마을로 퇴락해갔다.

이런 가운데 가나자와시는 발전 모델을 문화에서 찾았다. 근대화에서 소외된 탓에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을 모면, 역사적인 문화 유물들을 보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68년 전통환경보존조례를 시작으로 마을보존조례, 옥외광고물 조례, 용수보존조례, 연도경관형성조례, 야간경관형성조례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다.

특히 1995년 ‘가나자와 세계도시구상’을 발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도시를 만들어 시민들의 행복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에도시대, 밤이면 게이샤들의 웃음소리가 흐드러져 게이샤거리로 불렸던 히가시차야 거리는 일본 전통차와 지역의 특산물을 파는 거리로 탄생됐다.

국가가 역사적 거리로 지정한 이 거리에는 180년전에 지어진 찻집 내부를 볼 수 있는 등 전통가옥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특히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주인이 거주하며 생활하는 등 ‘죽은 공간’이 아닌 ‘생명의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나자와 시민들의 쉼터인 21세기 미술관. 나팔꽃으로 뒤덮여 있어 햇빛을 차단, 작품을 보호하고 녹지공원 분위기를 연출한다.  
 
   
 
  ▲21세기 미술관 내부.  
 

시가 ‘현대적 아름다움을 전통으로 만들어간다’는 발상으로 만든 ‘21세기 미술관’. 세계적인 건축가인 세지마 가즈요씨가 설계한 미술관은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고 출입구는 모두 5곳으로 도시를 향해 열린 ‘공원 같은 미술관’으로 현대 건축 기술과 디자인이 결합됐다는 평이다.

2004년 10월 개관, 관람객이 3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가나자와의 대표적인 명물로 공동화되던 시 중심부로 시민·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좋은 건축물이 도시 경관은 물론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좋은 예이다.

가나자와시는 비록 근대화에서 소외됐으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제도적인 뒷받침과 실천을 이어가면서 시민들의 삶의 질과 도시 생명력이 어디에 있는 지를 입증하고 있다.<글 이창민 사진 박민호 기자> 

   
 
   
 

 

◆특별취재반=이창민 자치2팀 차장, 박민호 사진팀 기자, 김경필 사회팀 기자, 김태일 제주대 교수
◆자문=정광중 제주교대 교수, 김일우 박사, 송일영 건축사

※이 연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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