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나누는 넉넉함에 행복”

   
 
  ▲베트남 출신 동미귀씨가 한국문화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조성익 기자  
 
“처음 맞이한 추석 명절을 온 가족과 함께 보냈어요. 마음을 나누는 넉넉함이 있어 늘 행복하답니다”

여전히 한국말이 서툰 베트남 출신 동미귀씨(23·제주시 일도동)는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다.

자식 키울 생각에 걱정이 따를 법도 하지만 그의 얼굴에선 늘 환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그에게는 마음의 짐을 덜어줄 따뜻한 가족이 있기 때문이란다. 

동미귀씨는 지난 25일 제주에서 첫 한가위를 보냈다.

2006년 친구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올해 1월 결혼한 그는 설 명절도 제주에서 보냈지만 이번 추석만큼 여유는 없었다.  

낯선 이국 땅에서 머문 지 한 달을 겨우 넘긴 상황에서 말까지 통하지 않아 난처했다는 게 설 명절에 대한 그의 기억이다.

하지만 이번 추석 명절에 대한 그의 기억은 달랐다. 태풍 ‘나리’로 피해를 입은 이웃이며 가족들이지만 마음을 나누는 넉넉함이 있어 행복했다는 그였다.

시어머니를 도와 정성스레 음식을 장만하고, 서툴기는 하지만 그 동안 배운 제주어로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며 보름달처럼 큰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너무 따뜻하게 대해줘서 걱정할 틈이 없어요. 그렇지만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위해선 한국어부터 우선 터득해야겠다 싶어요”

동미귀씨는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국문화학교’ 한국어 강의를 빼놓지 않고 참석할 정도다. 몇 개월 뒤 태어날 ‘민수’를 위해서다.

임신 7개월째인 그는 배속에 품고 있는 ‘민수’를 생각하며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그의 모습에서 어느덧 제주여성의 강인한 이미지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는 이웃에 사는 베트남 친구와 함께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를 오가며 조금씩 제주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남편과 시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는 그에게 고향 친구까지 곁에 있어 남들이 말하는 외로움은 느껴보지 못했다. 제주에 사는 하루하루가 행복할 뿐이다.

그는 새내기 주부, 예비 엄마로서 낯선 제주 문화에 적응하며 제2의 인생을 꽃피우고 있다.

동미귀씨는 “한국말조차 미숙한 저는 제주에 대한 삶을 새롭게 배워야 하는 갓난아기나 다름없다”며 “그렇지만 조금씩 제주를 이해하고 알아간다는 재미 때문에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출생지만 달랐을 뿐 고향 베트남이나 제주인 모두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그는 “이 때문에 제주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훨씬 수월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제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상 당당한 여성으로, 강인한 엄마로 일어서겠다”며 “행복한 나날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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