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공디자인으로서의 기념탑의 모습을 생각한다.

   
 
   
 
 

 

제주에서 산지천은 성공적인 개발에 힘입어, 각종 문화행사의 장소로 사랑을 받고 있다. 산지천의 개발모형은 타 도시에서도 성공적인 모델로 인정되어 하천정비를 함에 있어서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도시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지천에 면한 동문로터리의 해병전우회 기념탑은 제주를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의아한 구조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해병전우회 기념탑은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를 모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벨리스크는 본래 이집트인들의 태양신 숭배를 상징하는 것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오벨리스크가 고대 로마인에 의해 12개 정도가 로마로 약탈되어서 성 베드로 성당의 광장을 비롯한 각종 명소에 세워지게 되었으며, 근대에 이르러는 세계열강들에 의해서 프랑스 미국, 영국 등으로 반출이 되게 되었다.

이제 세계 각국에 세워진 오벨리스크는 태양신의 숭배라는 상징성은 사라지고, 승전을 자축하는 새로운 상징이 부여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약탈한 침략자의 입장에서는 승전기념이겠지만, 피해자인 이집트의 입장에서 본다면 뼈아픈 역사를 상징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역사에 있어서 이러한 약탈의 역사는 잘못된 문명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때문에 오벨리스크를 세워서 문화적 자부심을 가지던 그들의 태도는 반대로 왜곡된 문명사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도시공간은 그 지역인들의 정서를 잘 반영하는 모습으로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문로터리에 세워진 해병전우회 기념탑의 디자인은 이제 재고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산지천이 더욱 완성도 있는 도시공간으로 만들어지고, 제주의 도시공간이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문화공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관을 바탕으로 하는 도시디자인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으며, 공공디자인으로서의 새로운 해병전우회 기념탑이 세워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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