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요일이 되면, 동네 초등학교에서는 얼룩 달룩한 운동복 차림의 조기축구회 아저씨들이 축구를 하러 모여드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초등학교 운동장이면 그리 넓지도 않을 텐데 그나마 그런 공간이라도 먼저 차지 하려고 아침 일찍 서둘러 나오는 모습을 보면, 도시민의 삶이라는 것이 일하는 것만 경쟁은 아닌 듯 하다.
초등학교라는 것이 도시민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고전적인 도시조직을 말할 때 근린주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도시를 구성하는 가장 최소단위의 공동 사회를 말한다. 그리고 이 근린주구의 최소요건으로 반드시 거론되는 것이 초등학교이다. 그만큼 초등학교라는 것이 중요한 지역 공동체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 이상의 교육과정은 좀 멀리 떨어진 학교를 다니기도 하지만, 초등학교는 집에서 걸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위치 조건이니, 그 마을에서 오래 살았다면 자녀가 그 학교를 다녔거나, 본인이 그 학교를 졸업하였거나 하는 인연을 아니가질 수 없는 것이다.
그렇듯 학교라는 것은 단지 학생들 교육하는 공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모든 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즉, 마을에서는 매우 중요한 공공시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공간이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휴일에 운동장을 이용해서 축구를 하는 이들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개방된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휴일에 시설을 개방하는 것이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어려운 일이기는 하겠지만, 그런 이유로 옥외화장실을 만들지 않거나 휴일에는 폐쇄해버리는 운영은 지역민을 위한 공공시설로서는 매우 소극적인 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는 과밀하다. 조그만 틈바구니만 있어도 어떻게 수입원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던 사이에 개방된 공간은 거의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엔 주차장과 대형마트가 버티고 있다. 그나마 아직 공용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 운동장이라는 것이 도시민에게는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새로 지어지는 학교 운동장이 교실과 강당은 크고 운동장은 조그맣게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었다. 이제 학교는 학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