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제주인]필리핀 결혼 이민자 모임

   
 
   
 

"한국국적은 취득했는데 이제는 한국이름을 갖고 진정한 제주 며느리로 살고 싶어요"

18일 제주시열린정보센터. 이곳에는 40명이 넘는 필리핀 결혼이민자들이 모여 오랜만에 만난 동포들과 담소를 나누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제주지부가 필리핀 결혼이민자들을 위해 모임을 마련하게 됐고, 제주생활에 애로사항이나 출입국관리법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보는 자리도 함께 했다.

특히 필리핀 결혼이민자들은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서로 도움을 주며 제주생활에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각종 봉사활동을 통해 제주인으로 인정받기로 다짐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이 가장 궁금해 한 것은 한국국적 취득에 필요한 요건이나 준비사항 그리고 한국이름 개명 절차 등이 가장 많았다.

이들은 점차 한국과 제주인으로 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향을 떠나 머나 먼 제주에서 가정을 일구며 뿌리를 내리려는 필리핀 결혼이민자들. 이곳에서 동포들을 만나 영어와 필리핀어로 수다떠는 모습은 영낙없는 한국인 아줌마들이다.

특히 필리핀 악단 공연때 한국가요인 「사랑으로」를 따라 부르거나 흥얼거리는 모습은 점점 제주인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제주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는 892명이며 이중 중국이 415명으로 가장 많고 베트남 221명, 일본 81명, 필리핀 77명 순이다. 제주지역도 점차 다민족 사회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이민자들은 제주사회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가지 못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필리핀 결혼이민자들이 아이와 함께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상당히 제주생활에 성공한 것을 말해준다"라며 "결혼이민자들이 남편이나 시댁 가족의 압력으로 외출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임에 참석한 필리핀 결혼이민자들로 언어장벽에 의한 남편과 가족간의 교감 차단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불편과 소득을 공유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하기도 했다.

제주생활이 매우 행복하다고 밝힌 로츠마리메(35·여)씨는 "처음에 남편과 가족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고, 친정 가족과 연락도 어려워 힘들었다"며 "한국어 배우기에 많은 노력을 한 결과 제주생활에서 문제점을 가족과 대화를 통해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필리핀결혼이민자모임 대표인 마르리나 체리(31·여)씨는 "적지 않은 필리핀여성들이 제주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가정이 해체되고 결국 고국으로 돌아갔다"며 "이들 대부분은 국제결혼에 대한 준비부족으로 문화·언어 차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결혼이민자들이 성공적인 제주생활을 위해서는 한국어 교육 등 본인의 부단한 노력은 물론 남편과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도움과 이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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