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이 제도·기구 마련 계기 순기능화
독특한 자연 경관과 삶의 문화가 융화되는 도시 경관은 일반 도시계획이나 정책사업과 달리, 시민·전문가들의 참여와 합의를 핵심 요소로 두고 있다. 고도 제한, 광고물의 색깔·크기 등에 관한 규제가 불가피해 행정·주민·사업자간에 분쟁이 빈발하고 분쟁 해결에 따른 올바른 대안이 제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전문가들의 참여는 도시 경관의 분쟁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제도와 기구 설립의 계기를 마련하는 등 민원 처리의 순기능 역할을 하면서 지속적인 도시 경관의 관리에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도시 경관의 모델지로 꼽히는 교토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쳤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을 휩쓴 ‘버블’경제로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면서 단층의 전통 가옥을 허물고 아파트를 짓는 사례가 허다했다. 아파트 신축으로 인구가 늘게 되자 또다시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역사 도시인 교토가 무분별한 고층 건물에 둘러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지역 주민들은 전통 가옥 옆에 들어서는 10층 이상의 고층 건물이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발하는 등 주민·사업자간에 분쟁이 종종 초래됐다. 이에 따라 마찌야 공동주택연구회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교토에 알맞는 주택, 교토형 공동주택 건설에 관한 의견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 결과, 주민·사업자·전문가로 구성된 ‘지역공생의 토지이용검토회’(1999년 1월∼2000년 12월)가 만들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토지 이용과 용적률 등에 대해 연구하고 대안을 마련했다.
전문가가 찬·반 입장이 아닌 중간적 입장에서 제시한 대안을 놓고 주민·사업자가 토론을 벌이면서 양측이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토지이용검토회가 운영된 2년간, 공동주택은 종전의 box형 아파트가 아닌 전통 가옥의 특성인 현관과 정원이 반영된 아파트로 만들어졌다.
교토시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도시부마을보전재생보존에 관한 심의회, 경관 심의회를 구성하고 주민·전문가들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었다. 이는 도시 경관에 대한 행정·주민·전문가·사업자간의 파트너십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카다 미츠오 교토대학 교수는 “토지이용검토회내에는 어떤 사안을 놓고 찬성·반대를 주장하는 인사들이 있었으나 전문가들은 중간적 입장에서 찬·반 인사들과 함께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며 “이런 기구와 논의 과정은 당시 일본에서 획기적이었다”고 밝혔다.
일정 부분 규제가 불가피한 도시 경관 조성·관리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행정·주민·사업자간에 분쟁이 초래되고 심지어 극한 대립으로 치닫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안을 제시하고, 주민·사업자는 이 대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면서 접점을 모색하는 등 시민·전문가·사업자간의 파트너십 형성은 도시 경관의 조성은 물론 지속적인 관리에 핵심 요소이다. /이창민 기자 lcm9806@jemin.com
이창민 기자
lcm9805@je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