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집' 만 만들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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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출신 마리셀씨와 남편 김병헌씨가 9개월 된 정건이와 함께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박민호 기자> | ||
필리핀 출신 마리셀씨(22·여)는 제주에서의 삶이 늘 행복하기만 하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자상한 남편과 넘치는 가족 사랑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친척집에 얹혀 살고 있지만 남부럽지 않은 게 그 이유다.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가족간의 결속을 더 강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라고 입을 뗀 마리셀씨는 “매일매일 작지만 ‘내 집’을 마련한다는 꿈을 키우며 살고 있다”고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마리셀씨는 지난 2005년 지금의 남편 김병헌씨(42)를 처음 만났다.
먼저 필리핀 여성과 결혼한 조카가 김씨에게 마리셀씨를 소개했고, 첫 만남부터 맘이 통했던 두 사람은 서로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사진을 주고 받고 조카 부인을 통해 대화를 나누며 평생을 함께 하는 인연을 맺게 됐다.
김씨는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에 결혼식도 2번 치렀다.
2005년 8월 아내의 부모와 가족을 모시고 필리핀 현지에서 결혼식을 치른 뒤 제주에서 2번째 식을 치렀다.
이처럼 김씨는 늘 자신보다 아내를 먼저 생각한다.
“나 하나를 보고 이곳 제주까지 온 아내입니다. 모든 게 낯선 아내에게 잘 해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툭 던진 한마디를 통해서도 아내를 위한 마음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김씨의 아내 사랑은 지금껏 함께 해 온 추억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겨울은 물론 태어나 한번도 눈 구경을 못해본 아내를 위해 김씨는 한겨울 산에 올랐다. 체인을 감는 등 ‘중무장’을 했지만 빙판길을 뚫고 산을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추워서 눈도 제대로 못뜰 정도였지만 눈꽃을 처음 보는 아내의 표정에 힘든 줄도 몰랐다”는 김씨의 말에 마리셀씨도 당시가 기억나는 듯 남편의 손을 꼭 쥐었다.
직접 김치도 담그고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식탁에 올리지만 아직 남아있는 언어의 벽을 넘기 위해 마리셀씨는 지금 ‘공부중’이다. 처음 제주에 온 2005년 3개월 남짓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웠지만 아직 남편의 말 속에 숨어있는 사랑을 느끼기에 모자라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 9개월된 정건이가 조금씩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마리셀씨의 마음을 급해졌다.
“혼자지만 열심히 한국어 관련 교재를 보고 있다”며 “제주사람도 좋지만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내 집’은 그런 마리셀씨의 마지막 소망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만들겠다는 소망을 이룬만큼 이제는 함께 할 공간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아내가 집에서 얼마만큼 남편과 가정을 위해 노력하는가에 따라 생활이 달라진다는 말을 들었다”며 “‘내 집’을 마련한 뒤 가족 모두와 고향에 갈 생각”이라고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이게 인생의 전부가 아닐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