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 관광지’에서 ‘전통문화와 사람이 공존하는 민속마을’로 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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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관광지’ 오명
성읍민속마을(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188호). 440여 채의 제주초가, 정의현청, 돌하르방, 제주민요 등 유·무형의 독특한 문화유산과 마을의 역사를 자랑하며 제주 대표급 관광지로 각광받았다.
성읍민속마을은 지난 1984년 민속마을로 지정·보호돼 왔다. 성읍민속마을 보수정비사업(1984∼2012)이 추진된 이래 연간 50∼6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찾아오는 관광지’로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성읍민속마을은 언제부턴가‘문화재로서의 가치 보존구역’을 일탈, 상업적 공간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제주의 지역성을 그대로 재현,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유지했던 성읍민속마을이 외형적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음식점과 판매시설로 공간은 기형적으로 변했고 주변환경도 경관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문화경관측면에서도 매력적이지 못한 마을로 전락했다.
성읍민속마을로 몰리던 관광객들이 발길은 해를 넘길수록 뜸해졌다. 그나마 관광객들이 성읍민속마을에 머무는 시간은 일부 음식점과 판매시설에 그칠 뿐이다. 성곽내 민속마을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관광객이 태반이다. 대체 왜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전문가들은 “성읍민속마을 보수정비사업이 민속마을 정비보다는 관광지 수입증대에만 편향돼 왔다”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성읍민속마을은 제주를 대표하는 부조리 관광지로 낙인찍히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성읍민속마을보존회의 활동의 지지부진함, 주인의식 결여 등도 민속마을 정비사업효과를 떨어뜨렸다. 민속마을을 가로지르는 관통도로 개통, 불량시설물의 난립 역시 성읍민속마을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
성읍민속마을 보수정비사업 수립처인 문화재청도 성읍민속마을이 고질적인 부조리 관광지로 부각되고 문화재로서 보존가치가 퇴색돼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 때문인지 성읍민속마을 보수정비사업(2단계 계획)에 따른 정비사업비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성읍민속마을 종합정비계획’의 연도별 투자액을 보면, 2003년 약 31억 4000만원이던 것이 2006년 26억 원, 2007년 14억 원에 이르는 등 매년 가파른 하향곡선을 기록,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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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명성 되찾자” 움직임
성읍민속마을은 그야말로 ‘제대로운 복원이냐’아니면 ‘해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제주 행정당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대표급 관광지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도 행정의 특단의 조치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제주도는 성읍민속마을 보수정비사업의 잔여계획기간(2008∼2012) 문화재 원형 보존에 중점을 두고 정비사업을 추진, 성읍민속마을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문화관광지 탐방지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뒤늦게 밝혔다.
제주도는 향후 5년간 383억 원(국비 267억·지방비 115억)의 예산을 투입, 체험가옥 운영, 성읍 무형문화재 종합전수교육관 건립, 토지매입 및 불법·퇴락가옥 정비 등을 통해 그 동안 정비추진 과정에서 훼손된 문화재적 가치 복원과 지역주민의 오도된 인식을 회복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문화재청이 안동 화회마을, 순천 낙안읍성 전국 민속마을 5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의 등재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는 성읍민속마을을 이들에 동승, 정비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없나
제주도의 특단의 조치에도 불구, 성읍민속마을이 관광지의 한계를 벗어나 전통건축이 온전히 보존·관리되는 전통마을로 자리잡기까지는 아직도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제주초가의 옛 모습을 온전히 복원하기 위해 제주 초가 기능장의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가옥구조 변경 불가 등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온 가옥주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 전통초가가 ‘빈 집’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문화재로 지정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성읍민속마을을 알리는 홈페이지, 홍보 리플릿 조차 없는 등 제주 대표 관광지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
무엇보다 불량시설물의 난립 등 민속마을 주민답지 않은 주인의식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제주전통마을의 재현사업을 통해 고령화돼 가는 장인(匠人)의 축조기술을 자료로 정리해 연구 및 복원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는 “성읍민속마을에 제주 인간문화재를 거주케 해, 문화재 기술 전수가 이뤄지는 문화 전수장으로, 아울러 일반인들에게 제주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시공간으로의 활용하자”고 주문했다. /현순실 기자 giggy@jemin.com
“전통과 현대 조우하는 전통초가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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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읍민속마을은 현재 문화경관의 원형이 많이 상실돼 있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주민·행정간의 상반된 불만이 상존해 왔던 탓입니다. 문화재가 원형 보존하면서 현대 주거환경에 맞게 설계된다면 주민들의 불편은 없을 겁니다”
신석하 산업정보대 교수(51·산업연구소장)는 “성읍민속마을을 제대로 복원하려면 노출되는 문화경관은 가능한 원형보존하되, 비노출되는 곳은 현대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신 교수는 “성읍민속마을 복원을 위해 행정당국은 정비계획수립 전에 성읍민속마을의 역사환경보존계획을 세우고, 역사문화환경관련 프로그램 개발, 문화재전문행정요원 양성, 교육 강화, 기초자료 구축 및 문화재 관리 수립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가옥주를 대상으로 하는 의식향상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운영의 필요성과, 시공업자들을 대상으로 역사환경보존의식과 사명감 고취 및 보수공사 내용을 철저히 기록화하는 작업을 역설했다.
신 교수는 “각종 홍보매체를 활용해 대중들이 문화재에 관심 갖도록 유도하는 것은 물론 성읍민속마을처럼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시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초가, 제주 기능장이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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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성읍민속마을 정비사업은 주민을 배제한 채 행정만의 주도로 추진돼 왔습니다. 그렇다보니 정비사업은 초가 몇 채만 구입하는 차원에서 종결되기 일쑤였습니다. 향후 정비사업은 성읍민속마을을 활성화하는 데 민관이 따로 없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최근 취임한 현여송 (사)성읍민속마을보존회 이사장(54)은 “도 행정, 도의원 등 각계 인사들과 접촉하며 성읍민속마을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현 이사장은 “제주초가가 이제까지 육지목수들에 의해 복원돼 왔기 때문에 제주 전통초가 모습이 많이 훼손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문화재법 등이 까다롭지만 일부 제주 초가만이라도 제주의 기능장, 제주 옛 재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행정당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존회 차원에서 옛 제주초가 짓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최근 목수, 석공, 앙토, 초가집 잇기 등 4개 분야에 걸쳐 응모, 기능장을 선정했다”면서 “이들 기능장들에 의해 제주초가의 옛 모습이 원형에 가깝게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 이사장은 “성읍민속마을 홈페이지 개설, 사무국 실무자 영입 등과 보존회 활성화, 수입원 창출 등 앞으로 성읍민속마을을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 주민들이 살기 좋은 마을로 꾸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순실 기자
giggy@je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