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겐하임 효과' 쇠락한 도시 문화명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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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구겐하임미술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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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는 15세기 이래 제철소, 철광석 광산, 조선소 등이 즐비했던 공업도시로 영국을 비롯한 인근 여러나라에 철강제품을 수출하면서 스페인에서 손꼽히는 무역항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빌바오 철강산업이 쇠퇴하고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테러가 잇따르면서 도시가 점차 침체돼갔다. 실업률은 25%까지 치솟는 ‘쇠락의도시’였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네르비온강은 폐기물로 넘쳐 ‘죽음의 강’으로 불렸으며 강 주변의 항만과 공업지대는 슬럼이 되어갔다.
1991년 바스크자치의회의 집권 바스크국민당(PNV)는 빌바오가 몰락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문화산업이라고 판단하고 미국 구겐하임 재단과 접촉해 미술관 분관 유치에 나섰다.
1997년 세계적인 건축가인 미국의 프랭크 게리(Gehry)가 설계한 최첨단 디자인의 구게하임 미술관(미국 뉴욕시) 분관(빌바오)을 열고 도시를 문화의 도시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빌바오시와 비스카야주가 작품과 운영비를 제외하고 미술관 건립에만 약 8200만 유로(약1088억원)를 투자했다. 그러나 연간 100만명이 미술관을 찾으며 지난 10년간 986만여명이 이 미술관을 다녀갔으며 이들 관광객은 16억유로(약2조1000억원)을 이 도시에서 썼다.
미국 하버드대는 빌바오의 재탄생을 ‘구겐하임 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스타 건축가가 설계한 아름다운 건축물이 도시 전체를 발전시킨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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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밖에 전시된 루이 부르조아의 「거미」 | ||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은 빌바오는 미술관 하나가 붕괴직전의 도시를 세계적 명물로 만들었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미술관 건물은 반짝거리는 티타늄판 구조물이 50m 높이로 치솟은 기묘한 형상의 건축물이다. 기둥을 쓰지 않은 철골구조로 중심축인 아트리움에서 3층의 전시공간이 동심원적으로 올라가면서 다시 여러 방향으로 크고 작은 위성 전시 공간이 뻗어 나가도록 설계됐다.
한국의 건축물 대부분이 직사각형의 상자모양이나 구겐하임 빌바오의 구조는 기존의 관념을 완전히 탈피해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드러낸다. 19개의 전시실은 작고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상자 모양의 방 8개를 제외하면 모양이 제각각이다.
소장품은 20세기 후반 40여년에 걸쳐 미국과 서유럽에서 활동한 팝아트,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추상표현주의 계열의 뛰어난 작가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구겐하임미술관 외부 공간에는 토마스 쿤의 「강아지」와 루이 부르조아의 「거미」라는 대형조형물이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러나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은 미술관 소장품보다는 구겐하임 미술관 건물 그 자체를 보기 위해 빌바오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빌바오시는 구겐하임 미술관 건설에 앞서 시민들의 접근성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도시의 주체는 시민이지 관광객일 수 없다는 의식아래 네르비온 강물을 미술관의 일부로 끌어들이기 위해 미술관 앞 산책로 좌우를 잇는 2개의 보행자 전용다리를 만들었다. 또 전철이 강변을 따라 운행토록 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에 등록된 일반회원은 1만6000명으로 유럽에서 미술관 회원수 3번째 규모로 커지는 등 아직도 발전중이다. 김석주 기자 sjview@jemin.com
#구겐하임(Guggenheim) 미술관
미국 철강업계 거물이자 자선사업가이며 미술품 수집가로 변신한 솔로몬 R 구겐하임(Solomon R. Guggenheim)이 1937년 미국 뉴욕에 설립한 현대미술관이다. 원래는 비대상회화미술관(Museum of Non-objective Painting)이란 이름으로 개관하였으나 1959년 구겐하임미술관으로 바뀌었으며 구겐하임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현재의 건물은 1959년 완성됐으며 큰 달팽이 모양의 외관과 탁 트여 통풍이 잘 되는 천장을 중심으로 한 계단 없는 나선형 구조의 전시장이라는 독특한 설계로 인기를 모았다. 준공되자마자 뉴욕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소장 작품중 180점이나 되는 칸딘스키의 컬렉션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현재 빌바오·베니스·베를린·라스베이거스 등 4곳에 분관이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여수시가 구겐하임미술관 분관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프랭크 게리
1929년 캐나다 태생의 미국 해체주의 건축의 수퍼스타로 세계적인 건축가다. 
196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인사무소를 개설했으며 80년대 초까지는 실험적 주택건물을 주로 설계했다. 그의 건물들은 겹치는 방법과 대조적인 수법을 이용해 여러층의 구조를 가진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꽉 짜여진 구조물과 공간적인 경계를 없애버린 것들이 많다.
대표작으로는 ‘자택 1979’ ‘캘리포니아항공우주박물관’‘파리 아메리칸센터’ ‘스위스 비트라 가구박물관’ ‘산타모니카 미술관’ 등이 있으며 2009년 말이나 2010년 초 파리 다클리마타시옹 공원에 들어설 루이비통 재단 건물을 설계했다.
1989년 프리츠커 건축상과 월프예술상 건축부문(1992), 릴리안 기쉬상(1994), 프레드리히 키슬러상(1998)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