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나리’ 예고된 재해…항구적 저감책 필요
기후변화·개발 따른 도시화로 피해 확산
‘이상기후’ 대응 제주형 수해대책 수립을

<1>프롤로그


제주에서의 자연재해가 급증하고 있다. ‘같은 현상이 반복, 발생할 수 있는 횟수’를 나타내는 빈도라는 말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이상 기후변화, 도시화 등의 영향으로 과거와 같은 강우량이라 할지라도 피해는 더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제주도 사상 최대의 피해를 가져왔던 지난해 9월16일 태풍 ‘나리’가 던져준 시사점은 크다. 수해에 강한 것으로 치부됐던 제주 역시 더이상 예외일수는 없으며, 제주도의 재해저감 및 예방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 필요성이 높게 제기됐다.

기후의 이상변화와 함께 도시화 등으로 인해 더욱 피해가 커지는 수해, 인간이 만든 재앙을 최소화하고 예방할 수 있는 항구적인 대책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제주와 유사한 기후 및 지질·지형적 특성을 보이고 있는 하와이의 선진재해저감대책을 통해 제주가 나가야 할 수해방지책을 모색해본다.



   
 
   
 

△ “잦은 이상기후 급증하는 수해”

제주도는 투수성이 좋은 지질구조로 인해 국내에서 가장 높은 지하수 함양률(전체 강우량의 46.1%)을 보이고 있으며, 자연하천의 발달 등으로 ‘비’에 강한 지질·지형적 특성을 보여왔다.

그러나 ‘물이 잘 빠지는 지역’으로만 인식됐던 제주에서 물난리에 따른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큰 피해를 끼친 각종 수해는 제주 역시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는 무분별한 개발이 동반되는 도시화 등으로 과거에 비해 동일한 규모의 재해에도 불구, 피해액은 더욱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다 이상강우현상 등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에 따른 제주의 수해는 이미 3년전 예고되기도 했다.

2004년 9월11일 새벽 제주 동부지역에는 시간당 최고 110㎜의 기록적인 국지성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택과 상가 630여채 침수 및 도로와 농경지 유실, 육상양식장 어류 폐사 등 66억여원의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11~12일 2일간 동부지역의 강수량은 표선면 토산지역 416㎜, 표선면 성읍1리 383㎜, 구좌읍 송당리 347㎜ 등으로 동부지역 연 강수량(1840㎜)의 20%가 단 이틀만에 쏟아진 것으로 기록됐다.

이러한 동부지역의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그에 따른 막대한 피해는 당시 제주도 수해방지대책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줬다.

이상기후변화와 각종 개발사업 및 도로개설 등으로 피해가 나날이 증가할 것이 전망되는 만큼 ‘수해 안전지대’라는 인식을 접고 중·단기 수해대책을 수립·시행, 제2·3의 피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게 대두된 것이다.

그러나 동부지역의 3년전 경고에도 불구, 제주도의 수해대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마침내 2007년 제주는 또다시 기록적인 ‘물 폭탄’을 맞음으로써 사상 최대의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 2007년 태풍 나리, 도 사상 최악 자연재해

2007년 9월16일 제주를 강타한 제11호 태풍 ‘나리’는 강풍과 함께 1일 500㎜가 넘는 기록적인 비를 퍼부으며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남겼다.

무려 13명이 사망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물론 도내 주택과 상가, 농경지, 도로 침수 등으로 13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차량 파손 등 직간접적인 피해를 감안하면 피해액은 더욱 크다

태풍 나리가 내린 비의 양은 당시 ‘물폭탄’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할 만큼 기록적인 이상기후로 간주되고 있다.

16일 새벽 0시부터 오후5시까지 단 5시간만에 성판악지역 556㎜를 비롯해 제주시 오등동 482.5㎜·제주시 420㎜ 등 시간당 100㎜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서귀포 265.5㎜·남원 249.5㎜·성산 177㎜·고산 113.5㎜ 등 도 전역에 막대한 비가 퍼붓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제주시 지역의 강수량은 1927년 기상관측 이래 1일 강우량으로는 가장 많은 양으로 기록되는 등 제주 기상역사에 많은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폭우와 강풍으로 제주 지역 전역이 쑥대밭이 됐다.

특히 인구가 집중된 제주시 도심권내 모든 하천의 범람은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우면서 태풍 나리 피해를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 해석하게 했다.


△ 수해관리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태풍 나리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운 데는 사상 최악의 하천범람이 주요원인으로 지적됐다. 산지천, 병문천, 한천, 독사천 등 4대 하천은 교량 및 복개지점에서 어김없이 범람, 피해를 가중시켰다. 즉, 통수능력 무시한채 하천 복개와 정비가 제멋대로 이뤄진 때문이다.

한천교 복개구간은 하천의 통수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기둥을 빽빽하게 채워놓음으로써 한라산 상류에서부터 떠내려온 부유물과 함께 물의 흐름을 차단, 범람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독사천은 20~30m 넓이의 하천을 돌연 지름 6~7m 박스 구조로 복개, 하천의 통수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상식적인 복개방식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병문천, 산지천 역시 원인은 유사하다. 교량 및 복개구간의 지지구조물이 하천의 통수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마구잡이로 세워졌다는데 공통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천정비 역시 문제다. 하천 내 사행구간에 대한 저감책이 수립되지 않으면서 병문천 등의 급커브 구간은 어김없이 하천이 범람했으며 화북천은 하천폭을 30m-15m-30m로 편의대로 정비함으로써 피해를 키웠다.

도로개설 및 시가지화 등으로 도시개발이 확대되면서 빗물이 하천으로 집중, 하천 유출량이 크게 증가한 것도 하천정비계획 수립때 간과해서는 안될 대목이다. 크게 낮은 하천정비율, 홍수예경보 체제 및 유관기관간 협력체계 미흡 등 문제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태풍 피해로 인해 투입된 복구비만 1604억원에 달했다. 인명피해를 비롯해 추산되지 않은 직간접적 피해를 감안하면 복구비는 천문학적 숫자로 늘어난다.

‘1000년에 한번 오는 이상기후’라는 방만한 인식에서 벗어나 제주에 걸맞는 항구적인 수해저감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미라 기자 mrpark@jemin.com

◆특별취재반=조성익 사진팀 차장, 박미라 자치팀 기자

※이 연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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