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새롭게 디자인 하자, 경관이 미래다] 2부 국내도시경관 <18>파주 헤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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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적인 건축물과 곡선을 살린 도로, 자연이 조화를 이룬 헤이리 전경. | ||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 야산 자락에 들어선 헤이리마을은 도시와 건축, 자연과 삶이 어우러진 도시개발의 모델지로 꼽힌다. 작가, 건축가, 미술인, 영화인, 음악가 등의 예술가들의 삶의 공간이면서 ‘건축물 전시장’으로 도시와 시골마을의 멋과 맛이 버무려진 마을이다.
도시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꾼 파주출판도시와 헤이리마을은 ‘쌍둥이’관계로 해석될 수 있다. 헤이리의 구상은 출판단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싹이 돋았고 개발의 모토가 인간과 자연 중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출판인들은 파주출판도시를 기획하면서 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출판사, 인쇄사, 서점, 주거시설 등 모든 시설이 어우러진 ‘도시’를 희망했으나 법과 제도적인 벽에 부딪혀 주거와 문화시설 도입이 어렵게 됐다.
그래서 주거·문화시설을 위한 마을, 출판계 뿐만 아닌 문화예술인을 위한 마을로 개념이 확대된 헤이리마을이 구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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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리 거리마다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 실험적인 건축물들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설치미술품. | ||
문화예술인들로 구성된 회원들은 이에 따라 지난 1999년 토지공사로부터 도로와 기반시설이 없는 땅(50만여㎡)을 불하받고 2001년 조성 공사에 들어갔다. 현재 독특한 건축물 170여채가 들어섰다.
헤이리는 자연적인 지형을 배려한 친환경적인 생태를 유지하는 데 설계의 주안점을 뒀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공존하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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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리 거리마다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 실험적인 건축물들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나무가 자란 모양에 맞춰 지은 집. | ||
‘바둑판’으로 대변되면서 자동차의 이동를 고려한 택지개발과 달리, 도로는 당초 지형을 살린 완만한 곡선 형태로 만들어졌다. 자동차의 속도를 크게 줄이고 보행자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또 도로에 아스팔트나 콘크리트가 아닌 블록 포장을 했다. 빗물이 땅속으로 잘 스며들게 해 살아 있는 땅, 숨쉬는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포장이 필요한 공간은 블록이나 목재 등으로 제한하고 포장면적을 최소화해 야생식물과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마을 한 가운데를 흐르는 하천 등에 건설된 5개 다리의 설계를 현상 공모를 통해 확정, 예술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헤이리의 또다른 매력은 마을 전체가 건축물 전시장이라는 데 있다. 마을 자체적으로 만든 건축위원회는 건축물의 고도를 상업지역 12m, 주거지역 11m로 한정하면서 용적률은 100%로 제한하고 울타리를 없애는 등 구체적인 설계 지침을 만들었다. 또 워크숍을 열어 설계 지침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등 건축물과 경관 관리에 주력했다.
파주시도 건축허가를 내줄 때 이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서류를 요구하는 등 행정도 문화예술의 마을 조성에 동참했다. 이런 노력들이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헤이리마을이 도시개발의 모델지로 꼽히게 한 것은 구성원들의 열린 의식이다. 회원들이 낸 회비로 사무국을 운영하면서 이벤트와 축제를 열고 있고 건축 지침 등 규제와 약속을 만들고 지켜나가고 있다. 삶의 질은 자연과의 조화에 있다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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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이리 거리마다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 실험적인 건축물들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설계현상공모를 통해 만든 다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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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성 건축사 | ||
●인터뷰/ 김준성 건축사
“행정·회원 동참 통해 건축위원회 제 역할”
“회원들이 건축 지침 등 불편한 것 같은 약속을 만들고 지켜나가고 있는 등 헤이리의 매력은 구성원들이다. 도시와 자연과의 공존 필요성을 회원들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헤이리마을 코디네이터를 맡았던 김준성 건축사는 “출판도시가 산업단지로 지정되면서 주거시설을 도입하지 못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주거·문화 공간을 위해 헤이리마을이 기획·추진됐다”고 말했다.
그는 “코디네이터를 맡은 1년간 건축물의 고도와 건폐율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건축지침을 만들었다”며 “또 헤이리마을 회원중 건축과 토목 종사자들을 포함, 건축위원회를 만들고 회원·건축가 워크숍을 열어 건축 지침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헤이리마을의 건축 설계에서 가장 중요시 여긴 사항은 부지의 30%를 개발하고 70%를 자연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었다”며 “일부 회원들은 ‘자신의 땅에 왜 건물을 못지게 하느냐’는 불만을 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 건축 답사를 다니면서 자연과 조화된 건축을 직접 체험케하고 설득해 회원들의 불만을 풀어나갔다”며 “일부 건축가들의 설계 작품을 놓고 2차 워크숍을 열어 건축지침의 이행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파주시도 건축허가 여부를 판단하면서 헤이리 건축위원회의 심의 통과서류를 요구하는 등 행정도 건축위원회를 신뢰하고 헤이리마을 만들기에 힘을 실어주었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 건축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었고 헤이리도 당초 취지대로 만들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지만 헤이리의 주말은 교통 지옥을 연상케하는 등 주차 문제, 교육 프로그램 등은 풀어야할 숙제로 남고 있다”며 “법에도 없는 건축 지침 등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회원들의 공동체 의식을 보면 많은 난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헤이리의 매력이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이라면 제주는 천혜의 자연”이라며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제주 풍경에 대한 관리 방안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반=이창민 자치팀 차장, 박민호 사진팀 기자, 김경필 사회팀 기자, 김태일 제주대 교수
◆자문=정광중 제주교대 교수, 김일우 박사, 송일영 건축사
※이 연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