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새롭게 디자인하자, 경관이 미래다] 2부 국내도시경관 <19>세계문화유산 화성
![]() | ||
| 자연 하천과 어우러져 시민공원화된 수원화성내의 화홍문. | ||
화성(1794∼1796년)이 다른 성곽과 차별되는 것은 상업적 기능과 군사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평산성(平山城) 형태로 설계된 점이다.
당시 수원은 중국·일본과의 물자 교류가 활발한 지역인 점을 고려해 십자로 형태의 도로를 만들고 상가와 시장을 배치하는 등 국제 상업도로서의 화성의 성격을 명확히 했다. 또 팔달산 정상에 군사지휘소를 만들고 맞은편에 통신시설인 봉돈을 세우고 망루와 총구멍을 설치해 적의 침입에 대비하는 등 다목적 용도로 건설됐다.
무엇보다 실학 사상을 바탕으로 당대 기술이 총동원되는 등 18세기 국력이 집약됐다. 화성 축성의 총 책임을 맡은 다산 정약용 선생은 도르레 원리를 이용한 거중기를 만들어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등 축성·수리시설이 집결돼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냈다.
지난 1997년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화성성역의궤도 눈길을 끈다. 건축기술, 축성에 사용된 각종 기계, 건물 구조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수록되는 등 18세기,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수준의 도시건설 공사보고서를 남긴 예가 없었기 때문이다.
![]() | ||
| 수원시 화성 홍보관에 설치된 조선시대 화성의 모습. | ||
수원시는 이에 따라 지난 1996년부터 화성 정비계획에 착수해 화성 행궁을 복원하고 공원 등 각종 기반 시설을 정비하는 한편 화성복원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화성사업소를 신설했다.
오는 2020년까지 1조9922억원을 투입해 팔달산 회주도로 정비, 행궁앞 광장 조성, 수원천 정비, 역사유적 복원, 옛길 역사문화거리조성, 수원화성 문화콤플렉스 조성, 팔달로 보행 광장 조성 등 역사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핵심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화성기본계획, 화성주변정비계획보고서에 이어 도시관리(수원화성 제1종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건축선을 지정하고 건축물의 높이·색채를 정하는 등 도시경관의 관리 방향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화성내의 구역간 공동개발은 원칙적으로 금지됐고 도로변에서의 건축물은 건축선에서 2m가량 후퇴해 지어야 한다. 이동 편의를 위한 통행로 확보 차원이다.
또 자연적인 지형 조건을 고려해 건축물을 최고 높이를 2층·3층·4층 이하로 제한하는 구역을 만들었다. 즉, 화성내의 건축물을 5층이상 지을 수 없도록 했다.
역사거리 인근에 공예품과 한방 등 전통적인 색깔을 낼 수 있는 용도의 건축물이 들어올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건축물의 색채과 지붕 모양을 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일제 시대 당시의 지적도를 활용해 옛 길을 하나둘 복원하고 2020년까지 성곽내에서의 차량 통행을 금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시는 재정을 출연해 화성내의 문화 행사를 주관하는 소프트웨어 성격의 기구로 화성문화재단을 출범시켰다.
특히 화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판단해 행정·전문가·시민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원시를 역사문화도시로 만드는 도시 발전상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수원시 화성사업소 관계자는 "도시관리계획을 마련하면서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라 제기됐으나 '최고의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와 계획을 갖고 시민들을 설득했다"며 "성곽 부분을 4개 지역으로 구분하고 각 지역별로 협의체를 구성해 행정·시민·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사업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시의 화성 복원과 정비계획은 장안문(북문)-팔달문(남문)-창룡문(동문)-화서문(서문)내의 1.2㎢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린 후 개별적인 복원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인 반면 제주는 목관아지와 성지 복원 등 따로따로 개별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오늘날 신도시라면 대단위 아파트단지와 난개발을 떠올리게 하지만 200여년전의 신도시 화성은 철저한 계획 도시로 세계문화유산으로 꼽히고 있다. 정조대왕이 화성을 만들었던 신도시의 비전을 200년 후인 오늘, 꼼꼼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특별취재반=이창민 자치팀 차장, 박민호 사진팀 기자, 김경필 사회팀 기자, 김태일 제주대 교수
◆자문=정광중 제주교대 교수, 김일우 박사, 송일영 건축사
※이 연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