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중국 킬러' 박주영(서울)은 당당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쏟아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박주영은 17일 중국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개막경기였던 중국전에서 전후반 각각 한 골씩을 뽑아내며 3-2 역전승을 주도했다. 지난 2006년 3월1일 앙골라 평가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이래 무려 23개월만에 터뜨린 A매치 골이었다.

2004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결승전을 비롯해 2005년 카타르국제청소년대회 등 중국만 만나면 어김없이 골을 뽑아 '중국 킬러'라는 별명을 얻은 박주영은 '공한증'에 시달리는 중국 축구대표팀의 경계대상 1호였다.

예상대로 중국은 거친 플레이를 앞세워 박주영을 위협했다. 경기 시작전 내린 비로 잔디가 미끄러워 볼 컨트롤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깊숙하게 들어오는 태클로 인해 최상의 움직임을 보여주기가 어려웠다.

박주영과 함께 좌우 날개로 나서 호흡을 맞춘 염기훈(울산), 이근호(대구)도 마찬가지였다.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좀처럼 유효슈팅은 터지지 않았고, 전반 30분 이후에는 기세가 오른 중국에 밀리는 모습마저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오래가지 않았다. '중국 킬러' 박주영이 마침내 중국의 골망을 찌른 것. 박주영은 전반 43분, 염기훈이 재치있게 올려준 크로스를 골지역 오른쪽에서 돌고래처럼 뛰어 올라 헤딩슛으로 연결, 골망을 출렁였다. 2만여 홈팬들의 탄식과 함께 박주영은 모처럼만에 기도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2년만의 A매치 골 감격을 누렸다.

[BestNocut_L]박주영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반 초반 연속 2골을 내주며 2-1로 역전패 위기에 몰린 후반 20분, 박주영이 또 한번 나섰다. 그는 그림같은 프리킥슛으로 짜릿한 동점골을 연출하며 물오른 골감각을 '화끈하게' 보여줬다.

"원정경기였지만 주눅들지 않았다"는 박주영은 "프리킥 연습은 예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자신있었고 프리킥을 찰 때도 자신있게 찬 것이 잘 들어간 것 같다"며 지난해 부상으로 바닥을 쳤던 자신감이 정상괘도에 올랐음을 내비쳤다.

"컨디션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밝힌 그는 오는 20일 맞붙는 북한에 대해서도 "아시아는 비슷비슷한 기량을 가지고 있어 선수들이 좀 더 뭉치면 승산 있을 것 같다"며 팀 플레이에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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