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새롭게 디자인하자, 경관이 미래다] 2부 국내도시경관 <23>걷고 싶은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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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길. 차로를 줄이고 도로를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시민들이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 ||
최근들어 국·내외 자치단체들이 내세우고 있는 도시 슬로건중 하나인 걷고싶은 도시의 출발점이다.
도시화·산업화가 진전되면서 '바둑판'으로 대변되는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지면서 도시는 점차 팽창됐다.
하지만 보행자보다는 자동차의 속도와 이동을 고려한 택지가 개발되면서 차에게 도로를 몽땅 내주고 보행자들은 길가에서 겨우 걸어야 했다. 아동 시설과 공원이 도로로 둘러싸이는 등 시민 휴식공간마저 차량의 위협을 받고 있다. 도시의 주인이 사람인지 자동차인지 판가름하기 힘든 지경이다.
사람이 주인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 제시된 프로젝트중 하나가 서울 정동길(덕수궁 돌담길-경향신문사) 걷고싶은 거리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연인이 걸으면 헤어진다는 믿지못할 얘기로 유명한 이 길은 보행자 우선도로로 불린다.
1990년대말, 2차선인 덕수궁 돌담길의 도로를 1차선으로 줄이면서 일방 통행 도로로 만들는 대신 보행자 도로를 넓혔다. 또 도로 형태를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자동차가 속도를 못 내도록 하고 보행자들은 편안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게 했다.
걷고싶은 거리가 단순히 '걸을 만하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걸을 수 있도록 보행 환경을 제대로 갖추는 것 못지않게 보행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시설과 공간 배치가 중요하다.
정동길 인근의 정동극장과 유관순기념관, 퇴계 이황 집터, 옛 광혜원터, 배재학당터 등 역사적인 시설물에 조각물과 조경을 결합시키면서 서울이라는 딱딱한 콘크리트 이미지를 탈피해 문화적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정동문화축제 등 이벤트를 통해 시민·관광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정동길을 걷고싶은 문화거리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인 '멋진 신세계, 꽃이 피다'에는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를 비롯한 수많은 예술인과 건축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100여년전, 수많은 열강의 공관들이 들어선 정동길을 외국인들은 멋진 신세계라고 말했으나 근대화의 과정속에 한민족의 쓰라린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대표적인 거리이다. 이 거리를 100년이 지난 지금 시민과 보행자, 우리의 입장에서 멋진 신세계 거리로 만들자라는 표현이다.
청와대 진입로인 효자로도 걷고싶은 거리로 꼽힌다. 충분한 녹지 공간을 확보해 쾌적한 보행환경과 군데군데 어린이 공원을 마련해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또 보행자 도로 인근에 국립고궁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 시설이 있어 길이 단순한 이동 통로가 아닌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모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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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양예술공원. | ||
무엇보다 유명 건축인과 미술인들의 건축과 조각작품을 하천변 일대에 전시하고 있고 2년 단위로 공공예술프로젝트를 개최하는 등 공공예술공원으로 변모해 다른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인 관광지를 꿈꾸는 제주는 어떤가. 각종 공원은 도로로 둘러싸이고 인도는 자동차로 위협받고 있다. 건축물의 외형과 색채는 거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고 크고 작은 간판이 뒤덮혀 거리 풍경을 즐길 여유를 못 느끼게 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 녹지 공원을 조성하고 이들 공원을 자동차 도로가 아닌 보행자 전용도로와 연결시켜 시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걷고싶은 거리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