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도시의 모습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 중에 하나가 건축물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하나의 건축물은 비록 그것이 개인의 소유라고 할지라도 공공성이라는 차원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생겨난 것이 건축물 심의제도라는 것이다. 즉, 사유재산인 건축물을 지음에 있어서도 공공의 미적 대상이라는 입장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최근에 이러한 건축물의 심의도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십수개의 도면을 제출하여 심의위원들에게 나눠주어서 검토하는 방법에서 이미지파일로 접수하고, 컴퓨터로 심의하는 방법으로 제도가 개선되고 있다. 심의위원들이 현직교수가 다수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개가 사 오십 대의 나이임을 감안할 때, 컴퓨터 파일을 심의의 1차적인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은 매우 도전적이면서 고무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기존 방식을 보완하기 위하여 새로운 제도를 채택할 때에는 또한 우려되는 바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컴퓨터파일로 심의제출 도서를 가름하는 방법을 채택함에 있어서도 또한 몇 가지의 우려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첫 번째는 과연 컴퓨터파일로 전송하는 것이 출력된 도서를 제출하는 것보다 더 자료를 보관하고 정리하고 분류하는데 진보된 방식인가 하는 점이다. 각종 바이러스 등으로 위협받는 컴퓨터환경이라는 것이 자료를 보존하고 기록하고 또한 선별하여 파기하는 과정을 유용하게 할 수 있는 작업환경인지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컴퓨터 화일로 도면을 보는 것이 출력물로 보는 것보다 더 편리한가 하는 점이다. 특히 이미지 파일로 변환하였을 경우에는 숫자로 표기하지 못한 부분의 치수는 가늠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감각적인 이해는 출력물보다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설계사무소에서도 도면을 검토할 때에는 출력해서 확인하는 것을 보아도, 디자인의 이해를 위해서는 차라리 출력물이 나은 경우가 있다.
세 번째는 혹시나 파일로 제출하기로 했다가, 검토가 번거로워서 출력물을 같이 제출하게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이다. 이는 지금의 허가접수 시에도 컴퓨터파일을 제출하게 되어있지만, 반드시 출력물도 같이 협의 부서의 수자대로 제출해야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얼마든지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이는 설계사무소에서도 인력의 낭비가 될 것이고, 행정적인 측면에서도 업무량만 늘어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실무 측에서 프로그램을 확보해야하는 문제와, 인적자원의 문제 등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고려가 되었는지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렇듯 하나의 제도의 변화는 많은 사회 인프라의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그만큼 모든 제도와 규제의 변화는 신중하고 철저한 검토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