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남북한 축구대표팀이 제대로 한판 붙게 됐다. 해외파를 총동원한 남북한 축구대표팀이 26일 오후 8시(한국시간) 중국 상하이 훙커우 스타디움에서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1978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에 첫 무승부를 기록한 이래 10번 맞붙어 5승4무1패로 앞서있다. 국제축구연맹 랭킹도 한국이 47위, 북한은 126위다. 그러나 최근 두 차례의 경기에서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가장 최근의 맞대결은 지난달 중국 충칭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대회 2차전으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선수 개인 기량은 한국이 앞서있지만 남북대결이라는 특성 때문에 좀처럼 승부를 예상할 수 없는 이번 남북 대결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멀티 플레이어들이 만났다’ 박지성 vs 홍영조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홍영조(베자니아 베오그라드)는 남북을 대표하는 멀티플레이어들. 플레이 스타일부터 체격까지 비슷한 두 선수의 맞대결은 이번 남북전의 백미다. 박지성과 홍영조는 공격형 미드필더부터 포워드까지 모두 소화하는 선수들로 양팀 공격의 시발점이다. 키도 똑같이 175cm. 폭넓은 움직임, 순간 돌파 능력, 날카로운 패싱력을 갖춘 남북의 키플레이어다.

일단 박지성은 원톱 조재진(전북)을 받쳐주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왼쪽 날개로 이동할 수도 있다. 홍영조는 문인국과 좌우 측면을 맡아 최전방 공격수 정대세(가와사키 프론탈레)를 받쳐줄 전망. 특히 홍영조는 “박지성의 경기를 많이 봐서 잘 알고 있다”며 박지성과의 대결에 은근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북한전 첫 출격’ 조재진 vs ‘연속골 뽑겠다’ 정대세
달라도 너무 다른 남북의 원톱 공격수들이 격돌한다. 일단 허정무호의 원톱으로는 제공권 장악력을 지닌 조재진이 나설 전망. 조재진의 생애 첫 북한전이자 19개월만의 대표팀 복귀전이다. “상대 수비가 굉장히 밀집돼 있고 수비수가 많은 만큼 나오는 척 하면서 수비 뒷공간으로 돌아들어가는 플레이로 골을 노리겠다”는 조재진은 “정대세가 위협적인 선수이기는 하지만,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는다”고 한 마디. 이미 정대세와는 일본프로축구 J리그에서 붙어본 적이 있기에 남다른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허정무호에 뼈아픈 동점골을 안긴 주인공 정대세는 유럽파 홍영조의 가세로 날개를 달았다. “영조 형님이 와서 공격 옵션이 많아졌다”며 자신감을 보이는 정대세는 왼쪽 날개로 출격한 홍영조와의 유기적인 플레이로 연속골 사냥에 나선다. 정대세는 “한국 수비를 반드시 돌파해 골을 넣겠다. 따돌릴 자신있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허리 싸움에는 우리가 있다’ 조원희 vs 안영학

K-리그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조원희와 안영학(이상 수원 삼성)이 적으로 또 만났다. 지난달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남북전에서 이미 한차례 만난 바 있는 두 선수다. 당시 조원희와 안영학은 자주 부딪히며 치열하게 몸싸움을 벌였다. 조원희와 안영학은 남북 대결 이후 약속이나 한듯 “막는 입장이 되니 얼마다 좋은 선수인지 다시 느끼게 되더라”고 입을 모았다. [BestNocut_L]일단 김남일(빗셀 고베)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격할 조원희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겠다”면서 “정대세를 비롯해 북한 공격수들을 충분히 막을 자신있다”며 “한국 수비를 따돌리겠다”는 정대세의 출사표에 맞불을 놨다. K리그 개막전에서 허벅지 근육을 다쳐 출전이 불투명했던 안영학도 ‘베테랑’ 김영준과 나란히 북한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다. “유럽에서 잘 하고 있는 선수들이 들어와 힘든 경기가 되겠지만 우리도 홍영조가 들어와 지난달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때보다 더 잘 할 것”이라는 안영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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