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히어로즈 감독 이광환

 이광환 감독은 제주사람이다. "제주도민 가운데 프로야구 감독 내밖에 더 있냐"는 이 감독의 말처럼 주소지는 제주도가 확실하다. 하지만 그에게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주소 때문만은 아니다. 이 감독은 일찍이 20년전 제주에서 '스포츠 산업'의 가능성을 예견하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또 그는 올해 프로야구 롯데 돌풍의 주역인 로이스터 감독의 메이저리그식 '자율야구'를 이미 1990년대 한국에서 꽃 피운 사람이고, 우리나라 야구사의 한 부분이 돼 버린 야구박물관도 그는 사재를 털어서라도 만들어야 했다. 한 발 앞서 행동하는 이 감독을 만나 '야구 메카' 제주도를 위한 고견과 그의 야구 이야기를 들었다.

   
 
 

<이광환 우리히어로즈 감독>

 
 
△"제주도 전훈지 성공 잠재력 충분"

"프로야구 전지훈련지는 일석이조가 아닌 일석삼조의 프로젝트다"

이 감독은 프로야구 전훈지의 경제적 효과를 묻자 "전훈지가 될 경우 선수들의 숙박과 소비로 인한 직접효과와 전훈지에 대한 구단의 지원 등 간접효과, 그리고 팬들의 방문으로 인한 관광 활성화라는 파급효과 등 한마디로 꿩 먹고 알 먹고 둥지헐어 불 때는 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감귤은 미래산업이 되기 힘들지 않느냐"면서 "4계절 훈련이 가능한 기후적 특성을 감안할 때 전훈지를 통한 스포츠산업이 대안이 될 수 있고, 제주도는 일본의 오키나와는 물론 미국의 플로리다 같은 훌륭한 전훈지로서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감독은 "국내 야구팀의 경우 초등 150개.중등 130개.대학 40여개 등 프로와 엘리트 팀이 330개에 달하고 동호인들까지 포함하면 3만개를 넘는다"며 "이들이 제주도로 몰려올 것을 생각해보라"며 '결단'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그는 훈련시설 보강을 주문했다. 이 감독은 "경기장의 경우 2개 정도만 있어도 되고 나머지는 마을별 훈련장 개념으로 만들면 된다"면서 "서귀포 구장은 스탠드를 만들어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제주시 구장은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10개 정도를 예상하는 훈련장의 경우 '지역이기주의'를 탈피, 산남지역에 전부 배치할 것을 권고했다.

이 감독은 "제주도 스포츠산업 정책에 있어 (아무 시설이나) 산남에 하나, 산북에 하나 하지 말고 인도어 스포츠는 제주시 쪽으로, 아웃도어는 기후 좋은 서귀포 쪽으로 보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훈련장은 전부 산남지역 저지대에"

그는 "프로팀들이 많은 돈을 들여 해외로 나가는 이유도 기후 때문인 것처럼 전훈지에선 기후가 경쟁력"이라며 "겨울철 제주시에선 햇빛을 볼 수 있나, 바람만 불지. 오히려 서울보다 더 춥다"고 1989·1990년의 OB감독 시절의 제주시 전훈 경험을 소개했다.

이 감독은 "산남도 100m고지 이하 저지대여야 한다. 움푹 들어가 전망이 좋지 않아 오히려 관광 개발이 힘든 감귤 밭이 오히려 낫다"며 "이런 곳을 제주도가 구입해서 시설은 구단이나 KBO에게 하라고 하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프로구단을 위한 훈련장은 콤플렉스처럼 한곳에 모여 있어선 안된다"며 "떨어져있어야 각 팀별로 보안도 유지되고 홈 앤드 어웨이 경기도 치를 수 있고, 마을별 공동운동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감독은 "서귀포 사람들은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감귤이 언제까지 지탱해줄 수 는 없지 않느냐"면서 "지금 야구하는 학생들이 다 해외에 나간다. 서귀포에 야구장을 잘 해 놓으면 줄줄이 갈 것"이라고 부족한 시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한 "내 눈에는 훤하게 보인다. 강창학구장이라도 하나 지어 놓으니까 얼마나 많이 가냐"면서 "왜 해외기업만 유치하려 하나. 프로구단들이 와서 돈을 써주겠다는데 왜 안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2월 히어로즈의 서귀포 전훈시 가끔 강한 바람으로 연습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겨울철 '바람섬'이란 제주도의 약점 극복과 기존 구장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실내연습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뱃놈은 뱃전에 있어야 하지 않나"

야구 이야기로 넘어가며 "이 감독에게 야구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어려운 질문해버렸네"라며 뜸을 들였다. 이어 "한 게 그것 밖에 없고, 야구 덕분에 살아왔다"며 "야구에 고맙게 생각한다. 그래서 (야구로) 벌어 논 것 다 내놨고, 그러다 보니 가족들에게 못해준 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하다. 이 감독은 야구박물관을 지으며 돈이 모자라자 은행 대출까지 받았고 지금도 갚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금전적 가치를 가늠하기 조차 힘든 소장품 등 3000여점의 자료를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을 위해 1998년 선뜻 서귀포시에 무상 기증했다.

야구의 매력에 대해선 "인생하고 비슷하다는 거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고, 야구는 가만히 보면 하루는 좋았다가 다음날 안 좋을 수도 있고 인생하고 똑같다"고 말한 이 감독은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점도 비슷한 것 갔다"고 했다.

9회말 투아웃까지도 모르는 야구, 그렇게 오늘이 힘들어도 내일의 해가 다시 뜬다는 희망으로 살아가는 우리네 삶과 닮은 듯하고, 생각대로 성질대로 하지 못하고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5년만의 현장 복귀 소감을 묻자 "뱃놈은 뱃전에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답했다. 이어 "어부가 어디 멀리 가겠나, 산에 가서 나뭇꾼이 되겠냐"면서 외길 야구인의 삶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사실 그는 2003년 LG감독을 그만둔 뒤에도 결코 '뱃전'과 '바닷가'를 떠나지 못했다. 오히려 더욱 활발히 활동했다. 한국야구위원회 육성위원장과 한국야구발전연구원장, 한국여자야구연맹 부회장 등을 맡아 한국 야구 저변 확대와 발전을 위해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20일부터 '제주홈' 6연전 응원 당부"

우리 히어로즈의 올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골조가 돼야 목표가 나오지"라며 "지금은 기둥 5개를 박는 중"이라는 선문답이 돌아왔다.

여기서 이 감독이 말하는 5개의 기둥이란 15승 이상이 가능한 에이스, 좋은 포수, 뛰어난 마무리, 3할에 30도루가 가능한 톱타자, 그리고 중요한 순간 한방이 가능한 해결사다.

그는 "기둥 5개 가운데 우리가 그나마 확실하다고 할 수 있는 해결사인 브롬바도 요즘은 별로"라고 진단한 뒤 "올해 안에 15승 투수도 만들고, 마무리도 만들어가야 되고, 뛰어난 1번 타자와 포수도 만들어야 한다"며 여의치 않은 팀 사정을 소개했다.

이 감독은 "적어도 5개 중에 3개는 돼야 4강 플레이오프를 얘기하지. 4개가 되면 4강안에 확실히 들어가고, 3개가 되면 까딱까딱 한다.

그리고 5개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야 올해 우승 한번 해 보겠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면서 "그것도 안된 게 몇 위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공수표"라며 "싸우면서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감독은 "오는 20일부터 제주종합경기장 야구장에서 SK와 두산을 상대로 '우리 히어로즈'의 6연전이 '제주 홈경기'로 예정돼 있다"며 '홈팀' 우리 히어로즈에 대한 많은 응원을 당부했다.

이 감독은 "제주구장은 우리 홈구장이나 마찬가지다. 홈팀이라 생각하고 사랑해 달라"면서 "사실 제주도민이 감독하지 않느냐, 제주도민 가운데 프로야구 감독 내밖에 더 있냐"고 강조하고 "올 11월 마무리 훈련도 제주로 간다"고 말했다. 

 

 

자율야구의 전도사 이광환

이광환 우리 히어로즈 감독(60)의 별명은 '자율야구의 전도사'다.

1990년대 자율야구를 꽃 피우며 LG트윈스를 명문구단으로 키웠다. 강압적인 지도 체제와 달리 자율훈련을 강조한 '이광환식 야구'의 하이라이트는 1994년. 당시 LG는 정규시즌 1위는 물론 한국시리즈에서 SK의 전신인 태평양을 4전 전승으로 격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중앙고.고려대와 한일은행 선수에 이어 중앙고에서 지휘봉을 잡던 이 감독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OB베어스(현 두산) 코치로 프로에 뛰어 들었다.

OB코치 후 메이저 리그에서 선진 야구를 연수하고 귀국, 1988~1992년 OB감독을 시작으로 LG(1992~1996), 한화(2000~2002), LG(2002~2003) 등 본격적인 프로팀 감독의 시대를 열어갔다.

이후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장, 한국야구발전연구원장 등을 맡아 한국 야구의 저변 확대와 발전에 힘써오다 올 2월 우리 히어로즈 창단 감독으로 취임, 현장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이 감독이 제주 사람이다. "그 사람 대구 아니냐"는 반문도 있겠지만 진짜다. 1995년 야구박물관인 '야구의 집'을 애월읍 하귀2리에 만들며 주소를 이전한 뒤 지금까지다. 주소만 제주가 아니다.

야구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제주에 땅을 파고 '야구'라는 나무를 심고 직접 물을 주며 가꾸어온 행동하는 '제주 야구인'이다.

   
 
  이광환 감독은 국내 최초의 야구박물관을 제주에 만들었다  
 


우선 이 감독은 국내 최초의 야구박물관을 제주도에 만들었다. 특히 그는 사재를 털어 수집했던 3000여점의 자료를 서귀포시에 기증, 지금의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이 감독은 20년전 이미 제주도에서 새로운 산업 '스포츠 메카'의 가능성을 발견, 국내 프로팀들의 겨울철 전훈지로 제주도를 주창하고 행동했다.

다른 팀들이 해외로, 해외로 나가던 1989년과 1990년 그가 감독이던 OB는 제주에서 동계훈련을 했다. 올 2월엔 우리 히어로즈가 강창학야구장에서 겨울철 담금질을 했다.

그는 제주 야구 육성에도 관심이 높아 도내 학교 야구부는 물론 도내 최초의 '리틀 야구단'과 여자야구단(한라병원) 창단을 독려하고 '귀찮을 법도 하지만' 각 팀의 단장 겸 감독과 명예감독 제의까지도 응낙했다.

이 감독은 KBO육성위원장 신분이던 올 1월에는 김성한·서정환·이순철씨 등 전 프로야구 감독과 현 우리 히어로즈 박노준 구단주 등 야구계의 '거물'들이 참가한 KBO아카데미를 서귀포에서 개최, 한국야구와 제주도간 연결고리 강화를 통한 '스포츠 메카' 제주의 미래를 다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서울=김철웅 기자 cukim@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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