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원이다] 국회 재경위 현성수 수석전문위원
정책결정 구조상 여당의원 부재 아쉬움
입법부 제주사람 키울 장기계획도 필요
현성수 재정경제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근무하는 국회사무처는 의원들의 입법·예산결산심사 등의 활동지원과 행정사무처리를 위해 국회법과 국회사무처법에 따라 설립된 국회의장 소속의 독립기관이다. 장관급인 사무총장과 차관급인 입법차장과 사무차장, 그리고 차관보급인 수석전문위원 등 약 12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1979년 사무관으로 출발, 차관보급까지 오르며 30년째 국회를 지켜온 현 수석을 만나 국회의 역할과 제주도의 미래에 대한 식견을 들어봤다.
현성수 재정경제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국회권한 수행위한 의정활동 지원”
현 수석은 가장 먼저 국회사무처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크게 입법지원, 행정지원, 의사지원 기능 등 3가지로 볼 수 있다”며 “결국 국회가 입법권한, 국가재정권한, 국정감사 등 행정부 통제권한을 원활히 행사할 수 있도록 모든 영역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국회와 정부의 권한은 분리돼 있으나 행정부가 민주적 통제 없이 권한을 마음대로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일찍이 베버(Max Weber)가 지적한 바와 같이 관료제는 고도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통제가 이루어지기 힘든 속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 수석은 “중요 정책과정이 주로 행정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 행정국가체제 하에서는 국회가 행정부에 대한 견제 및 민주적 통제 기능을 수행해야 권한 집중의 폐해를 방지하고 행정의 민주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의 필요성과 역할을 강조했다.
자신의 업무와 관련, “수석전문위원은 법안과 예산안 등 안건 심사, 국정감·조사 관련 검토보고 및 자료의 조사·연구와 상임위 운영을 지원하는 위원회를 관할하는 차관급 공무원”이라며 “재경위 수석은 재경위원장 운영 보좌, 경제법안과 예산안 검토, 그리고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한국은행 등 재경위 소관기관 정책현안에 대한 분석·검토 업무 등을 총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파견후 국회 청문회 도입 기여”
30년 국회 생활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지만 1984년 미국 연방의회에 파견 나갔을 때”를 꼽은 그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미국 의회에서는 청문회가 매우 활성화돼 있었다”면서 “귀국후 이 제도를 우리나라에 소개했고 이것이 훗날 우리 국회에도 청문회 제도가 도입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회고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우리 재경위에서 심의·의결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입법 과정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 법이 국내 금융산업에 빅뱅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장기간에 걸쳐 열띤 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고, 특히 심사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와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장치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의견이 반영된 점은 보람”이라고 말했다.
현 수석은 제주도내 여당 국회의원 부재 ‘사태’에 대해 “우리나라 정책결정 구조가 여당과 행정부 간의 당정협의와 같은 채널을 거치는 경우가 많아 핵심행정부에 대한 접촉창구 확보는 지역 정책현안의 해결 등에 있어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핵심 행정부로의 접촉창구는 국회의원 외에도 국회나 행정부 고위 공무원들 간의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주도에 대해 다양한 루트 개척을 조언했다.
특히 현 수석은 국회내 제주세 확산을 위해 사람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주문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강성후 협력관(제주도 서기관으로 국회 파견중)처럼 제주사람을 국회 자체에서 키우려면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면서 “그 부분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제주도의 공직구조의 문제점으로 “지자체의 문제는 권한은 넘어갔는데 인적자원의 이동은 없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 수석은 “과거 지방정부에선 정책결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중앙정부에서 결정해 내려주면 집행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중앙정부 권한이 지자체로 많이 위임되면서 지자체가 정책결정을 해야 하지만 정책결정 업무를 수행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도정 글로벌.경제적 마인드는 필수”
그는 “그렇다면 정책 결정할 수 있는 기반인 행정부나 국회내 인적네트워크 확보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느냐”면서 “정보도 얻고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과 교분을 쌓으면서 가까이 하는 게 방법일 수 있다”고 제주도의 활발한 ‘로비’를 주문했다.
현 수석은 “특히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로 미국으로 치면 법률도 새로 만들어내는 주(State) 수준 아니냐”면서 “국제자유도시 제주도 공무원들은 글로벌 마인드와 도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경제적 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를 네트워킹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고향 사람들에게 현 수석은 “제주와 인접한 중국과 동남아시아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발전은 관광산업에 있어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로 작용하고 있고 FTA로 대표되는 교역조건의 변화는 산업구조와 행정서비스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선 제3의 혁명 수준의 새로운 각오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에서는 흔히 제주 사람들이 배타적이란 선입관을 갖고 있다”며 “제주가 친환경 국제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세간의 속설을 타파할 수 있도록 스스로 마음을 열고 국제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 수석은 “이제는 제주도 자체가 달라져야 하고, 도민 자체가 달라져야 된다”면서 “오픈마인드가 돼야 한다. 배타적이어선 안되고 마음을 열고 포용력도 길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해군기지 관련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 “한 마을에서 찬반으로 갈려 경조사를 따로 본다는게 말이 되느냐”면서 “조그마한 바닥에서 소지역주의 타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현 수석은 “도정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제주도의 정무적 역할이 타 시도에 비해서 강화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어차피 정치가 이해관계를 조정 통합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제주출신 ‘2%부족’ 한계 느끼기도”
제주 출신으로 공직자의 애로 사항을 묻자 “대학 졸업 후 고시합격, 순탄하게 출발했고 나름대로 전문적인 능력과 성실성을 갖추도록 노력, 어느 수준까지 올라오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는 데는 ‘2% 정도 부족’이라는 한계도 없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공직 가운데 국회직 입문 동기에 대해 현 수석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재학 당시 동기였던 민진 현 국방대학원 교수가 입법고시를 소개해 줬다”며 “향후 국회가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면 입법부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입법지원 조직의 필요성도 증대될 것이라는 비전이 보여 선택했다”고 소개했다.
그렇지만 행정부처 공무원들을 부러워해본 적은 없느냐는 ‘짖궂은’ 질문에 그는 “입법부와 행정부는 주어진 역할과 권한이 다르다”고 응수했다.
현 수석은 “입법부 공무원의 경우 국민 전체에게 적용되는 입법 업무를 담당한다는 측면에서 보다 넓은 시각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통합을 중요시하지만 행정부 공무원의 경우에는 특정 분야에서 직접 정책집행을 하게 되므로 보다 세밀한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보다 큰 틀에서 국가 중요정책을 결정하는데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입법부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