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close

제민일보

사이드바 열기
HOME 신년창간특집호 2008 창간호
사람, 자연, 문화를 심자[공공디자인을 말한다]
이창민 기자
입력 2008-06-01 (일) 17:19:36 | 승인 2008-06-01 (일) 17:19:36

   
 
  ▲ 시가지에 물 공원을 조성, 어린이들의 놀이공간과 시민들의 쉼터로 활용하고 있는 일본 고베 로코아일랜드.  
 
현대 도시를 향해 던지는 화두는 도시의 주인이 누구냐는 데 있다.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마천루를 연상케하는 거대한 건축물. 도로와 자동차, 건축물은 개발의 논리에 따라 도시의 주인처럼 대접을 받았다.

도시 개발의 대표적인 수법인 택지 개발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의 속도와 이동을 고려한 직선 도로, 자연적인 조건을 파괴하며 획일화시키는 바둑판 형태, 경제성에 치우쳐 고층화되는 건축물. 인간이 살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가 인간의 모습을 배제시킨 꼴이다.

특히 20세기를 관통해온 근대화로 급속히 문화변동을 경험한 우리나라는 시골은 도시로, 전통 민가는 아파트로 삶의 공간과 형식이 획일화됐다.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발길이 닿는 곳마다 자연은 다르지만 집과 마을, 도시는 똑같다. 문화가 아닌 무표정한 아파트와 상가들이 도시를 차지하고 있다. 공원은 있으나 접근하기 어렵고 인도는 자동차로 위협받고, 거리는 콘크리트로 뒤덮혔다.

도로에 자동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섰고 크고 작은 간판들이 눈을 어지럽게 해 거리의 풍경을 즐길 여유가 없다. 우리나라 도시의 공통 모습이다. 건축물 외벽에 정성스럽게 장식한 꽃 상자가 있는 캐나다 궤벡시의 가로 풍경을 동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삭막한 현실에 대한 비판을 토대로 디자인 담론이 등장했고 이명박 정부가 '디자인 코리아'사업을 발표하면서 디자인 광풍이 불었다. 전국이 앞다퉈 디자인 전담 기구를 설치하고 관련 조례 제정에 나섰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판, 가로등, 의자 등 가로 시설물에 대한 논의가 쏟아졌다.

그러나 '도시 풍경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대한 전체적인 청사진은 없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지역 문화와 맞지않은 디자인이 무분별하게 설치돼 돈만 든 성형수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디자인 재앙을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오름, 목장, 포구, 하천 등이 분포된 것이 제주의 모습이다. 이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독특한 삶의 문화와 고유 풍경을 형성해왔던 특징을 바탕으로 도시 경관의 모습을 그린 후 도시경관을 구성하는 요소에 공공디자인의 가치를 담아야 한다.

   
 
   
 
공공디자인은 다수의 시민을 위한 디자인을 의미한다. 개인의 취향에 호소하는 사적 디자인, 산업과 경제의 수단인 산업디자인과 달리, 공공성을 중요한 가치로 취하는 디자인이다.

단순히 공적 공간이나 시설물들의 외관을 치장하는 꾸미기가 아닌 도시 환경을 새롭게 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활동이다.

사회적 화두이자 국가적 관심인 공공디자인. 도시의 주인 논쟁에서 빌딩, 자동차, 도로를 밀어내고 사람, 자연, 문화 등이 제자리를 찾게 하는 것이 공공디자인의 출발점이다.

<기고=김태일(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공공디자인 소고

일반적으로 공공디자인의 관련분야는 크게 3개의 범주, 공간디자인(경관, 기반시설, 건축 및 환경), 시설물 디자인(보행 및 운송물, 편의시설, 관리시설, 정보시설, 행정시설), 그리고 이미지디자인(정보매체, 상징매체, 환경연출)이다.
그런데 추진되고 있는 이른바 공공디자인사업의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가로의 시설물디자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점에서 공공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디자인이란 아름답고 편리함을 창출해 내는 것이며, 여기에 공공이라는 단어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공공(公共)의 의미는 일반 사회의 여러 사람들과 정신적, 물질적으로 함께 하는 것을 말하며 사회적 의미, 즉 Social의 의미를 갖는다. 사회적 의미는 대중성을 갖는 것이며 함께 공유(共有)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공디자인은 가로등, 간판, 휴지통 등 개별적인 시설물의 미적 아름다움에 가치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시설물이 위치하게 될 공간과의 조화에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의 생활행위를 담는 3차원적인 공간의 크기와 깊이, 형태와 색채, 그리고 넓게는 인접한 공간과의 관련성에 의해 사회적 대중성과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 내도록 듣고, 즐길 수 있는 시설물과 그러한 생활공간을 새롭게 개선하거나 창출해 내고자 하는 것이 공공디자인의 기본 취지인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현실은 디자인이라는 이름아래 미술과 산업디자인 분야의 종사자들이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공공디자인개선사업」 행정안전부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등은 지역공간의 개선을 다루는 지구단위계획의 성격이 짙다.

제품디자인이나 시각디자인 분야가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도시건축의 본질적인 공간개선이 이뤄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공디자인의 주체는 제대로 된 도시건축전문가의 참여가 전제돼야 할 것이고,   장소가 갖는 다양성과 문화적 가치를 이해하여 대중의 생활행위를 수용하고 유발시킬 수 있는 일종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스며든 생활환경개선과 도시경관과 같은 도시건축계획의 연장선상에서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지, 공공디자인의 목적과 방향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이창민 기자  lcm9806@para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icon
"제민일보 네이버에서 본다"

도내 일간지 유일 뉴스스탠드 시행

My뉴스 설정방법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