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관이 미래다> 제3부 제주경관을 이야기하다 <29>바다에서 바라본 경관

   
 
   
 
제주도(濟州島), 우리가 살면서 흔하게 쓰고 사용하는 단어다. 하지만 행정 단위로서의 제주도(濟州道)가 아니라 섬으로서 제주도(濟州島)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다.

제주는 바다위에 둥실 떠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탐라국의 역사와 문화, 섬 지방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생활양식을 형성하면서 육지부와 구별되는 문화를 형성해왔다.

음식·주거문화가 독특하고 특히 한라산을 정점(頂点)으로 완만한 지형의 흐름위에 솟구친  오름의 풍경, 바다를 경계로 펼쳐진 아름다운 해변 풍경은 제주의 문화적 특성과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독특한 제주만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손에 잡힐 듯 선명한 바다와 육지가 맞닿아 있는 곳에서의 근풍경, 뒤편으로는 올망졸망한 오름들이 자리잡은 중산간의 중풍경, 멀리 실루엣처럼 보여지는 한라산의 원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라고 표현되는 감동적이고 가슴 설레이는 풍경이다. 왜 한라산을 영산(靈山)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풍경들이 바로 제주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단순히 보여주고 보여지는 관조(觀照)대상의 해안 경관이 아니라 제주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이 곳곳에서 보여지면서 느낄 수 있는 문화적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가 발간한 제주100년 사진집을 보면 제주인의 삶의 역사 뿐만 아니라  제주 곳곳의 풍경이 담겨져 있다. 이중 몇 장의 사진은 제주가 아니면 느끼거나 볼 수 없는 멋드러진 해안 마을의 풍경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해안 경관에 무분별한 개발 논리가 등장한 것은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일주도로와 해안도로를 따라 경관이 좋은 곳은 이미 상업건물과 주택, 그리고 거대자본의 상징처럼 리조트 호텔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건축물의 배치와 규모도 주변의 자연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높고 크게 자리를 잡고 있어 해안경관 훼손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해안선이 보이지 않고 오름의 경관 가치를 떨어뜨리고 실루엣처럼 연출되는 한라산은 더 이상 영산(靈山)이 될 수 없다.

197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제주 100년 사진집’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전통적 경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마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풍부한 전설, 강한 비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마을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이후, 갑작스럽게 팽창하는 토목 공사는 해안 마을과 경관을 너무 쉽고 간단하게 바꿔 버렸다.

관광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해안도로를 개설하면서 오히려 아름다운 해변경관을 파괴했고 늘어나는 자동차의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도로를 넓히면서 해안마을의 많은 역사적 문화경관을 훼손했다. 도시 계획을 하면서 길을 만들며 도시의 인프라를 구축했으나 도시를 담고 있는 주민과 문화, 역사를 고려하지 않했다.

도시와 마을은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마련한 삶의 터인 동시에 시대의 문화수준과 사회상을 표현하는 유산이다.

로마, 런던, 파리, 베네치아, 지중해의 마을을 그토록 가고싶고 찾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과거와 현재의 흔
적이 혼재하면서 조화를 이룬 역사와 문화가 존재하는 마을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탐라국이 있지 않은가. 마음의 안식처인 한라산을 배경으로 해안선을 따라 나지막하면서 옹기종기 군집(群集)을 이룬 해안 마을의 정갈스러운 풍경, 대화의 장소이면서 휴식의 공간인 마을 입구의 팽나무, 포제단, 그리고 아름다운 해안만큼이나 인정미 넘치고 여유로운 포구의 풍경. 삶의 공간과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러나 체계적이지 못한 개발 등으로 삶의 공간과 흔적이 담긴 해안 풍경을 사진에서만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쌓이고 있다. 제주의 독특한 멋을 찾고 현재와 미래가 즐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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