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딛는 잠녀들의 삶-추자어촌계 하추자

예초리·묵리… 몸 의존도 높아 경계 오지박 인근 건조대 모여 있어
신양 1·2리…늦봄부터 홍합 채취 짭잘, 잔멸치 많이 잡히는 등 형평

 


하추자가 상추자보다 면적은 세배 이상 크지만 인구는 상추자가 두 배 이상 많다. 상추자가 고깃배들이 정박할 수 있는 항만이 발달하고 상업시설이 많은 까닭이다.

섬이나 뭍이나 사람은 이익을 따라 모이고 흩어진다.

하추자도에는 신양1리, 신양 2리, 예초리, 묵리 마을이 있다. 어촌계는 신양1·2리를 합해 하나, 예초리와 묵리에 각각 하나씩 3곳에 운영되고 있다.


△예초리 어촌계-참몸 유명세 톡톡

예초리 어장은 참몸이 많이 난다. 묵리 역시 참몸이 잠녀들의 수입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12월에서 2월 겨울에 작업하는 몸은 연간 1억원 상당에 이른다. 참몸이 많이 나는 곳은 예초리와 묵리 경계인 오지박 부근. 몸을 말리는 건조대가 오밀조밀 모여있는 것이 참몸 생산량을 가늠할 만 하다.

다른 마을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섬을 가지고 있다. 예초리 역시 ‘동쪽에서 달이 뜬다’고 해서 보름섬이라고도 부르는 대망서와 구멍섬, 상섬, 덜섬 등에서 작업을 한다.
배로 30분은 가야 닿는 대망서에서만 연간 3300㎏ 상당의 소라가 잡힌다. 이곳 작업은 한달 네 번 이뤄진다.

구멍섬과 상섬, 덜섬에서 생산되는 소라는 연간 6000㎏. 우비암이라고 부르는 쇠코에서 작업을 하려면 따로 뱃삯 1만원을 내고 간다고 했다.

소라 외에도 전복이나 오분작도 적잖게 망태기에 들어간다. 톳 등 해조류와 해삼 역시 잠녀들의 생계에 도움을 준다.

일년 두 번 작업을 하는 ‘신대 양식장’에서 잠녀들은 자신이 채취한 해산물을 자기 몫으로 계산한다. 대신 수수료를 높게 책정해 형평을 맞춘다.

금채기인 6~8월에는 홍합을 캔다. 쉴 틈이 없다.

△묵리 어촌계-전설, 유배 흔적 안은 관탈섬

예초리와 마찬가지로 묵리도 참몸 의존도가 높다. 말린 몸은 ㎏당 8000원에서 많게는 1만2000원을 받는다.

70대 잠녀들까지 몸을 캐러 바다에 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묵리 전 어촌계장인 윤재인씨(73)는 “70년대 말, 80년대 초반만 해도 소라만 하루 60~70㎏를 수확했다”며 “지금은 하루 20㎏도 건질까 말까하니 그만큼 바다가 황폐화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누가 일부러 바다를 헤집어놓은 것도, 그렇다고 관리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바다는 잠녀와 같이 쇠약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이곳에서 헛물질을 하는 잠녀는 26명. 역시나 마을 지선 외에도 주위 섬에서 작업을 한다.

섬생이와 수영섬, 푸랭이(청도)에서 주로 작업이 이뤄진다.

‘귀양오는 선비가 이곳에서 관을 벗는다’해서 이름 붙여진 관탈섬도 묵리 어장이다. 옛날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에 머리를 베고 이곳 관탈섬에 발을 걸쳤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어선 좌초 사고 등으로 귀에는 익숙한 만큼 눈에는 낯설다.

이곳에는 물질을 하다 죽은 잠녀의 원혼을 달래는 처녀당이 있다.

마을에 내려오는 얘기에 따르면 제주 처녀가 물질을 하러 오다 풍랑을 만나 죽은 뒤 이곳으로 시신이 떠밀려 와 그 원혼을 달래기 위해 당을 진설했다고 한다.

△신양1·2리 어촌계-참몸 대신해 잔멸치 유명

같은 하추자지만 신양리 어촌계 지선에는 참몸이 드물다. 상추자 대서리도 비슷하다.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잘 된다고 명함을 내밀기에는 부끄럽다.

대신 여름 홍합작업이나 잔멸치는 유명하다.

상추자 외에도 잔멸치잡이 어선이 있는 곳은 신양리가 유일하다. 여름에서 추석 무렵까지 개인적으로 작업을 해 가공하고 판매한다.

소라 TAC물량은 2만㎏정도로 적은 양은 아니다.

헛물질을 하는 잠녀 31명이 열세물에서 네물까지 작업을 한다. ‘쇠머리’라고 부르는 양식장에서 1년 10번에서 15번 작업을 한다. 대부분 전복과 소라를 채취한다.

양식장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밖미역(섬)이나 수덕도로 나가 작업을 한다.

늦은 봄에서 가을까지 작업을 하는 홍합은 거의 타 지역으로 나간다. 껍질을 포함해 ㎏당 1300원 안팎이니 박한 편은 아니다.

관리선을 따로 갖고 있지 않지만 작업 때마다 배를 빌려 이용한다.

많지는 않지만 톳이며 천초 작업도 하고, 풀가사리도 하루 일당벌이는 된다.
식당·여관 등을 임대하고 있는 등 수익 사업을 하고 있지만 손익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바다는 허투루 약속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의지하는 사람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도 않는다.

비록 손에 쥔 것이 모두 공평하지는 않지만 부지런을 떨면 적어도 그만큼 뭔가를 주려고 애를 쓴다.

그런 바다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종종 불평을 하지만 그런 말은 신경을 쓰지 않을 만큼 대범하다. 그것이 바다다.


‘발로 딛는 잠녀들의 삶’ 다음 이야기는 제주시 행원 어촌계이며, 관련 내용은 해녀박물관 홈페이지(www.haenyeo.go.kr)를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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