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 이중섭·암탉 마사코 상징… 부부의 사랑 담아내

   
 
 

「부부」

 
 


「부부」
「부부」는 통영에서 그려진 것으로 지금까지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중섭이 통영에 가기 전, 부산에서 그린 「판잣집 화실」이란 그림에 이 그림이 그려져 있음을 나는 최근에 발견했다. 따라서 통영에서 그려졌다는 추정은 잘못된 것이다. 부산에서 그린 것, 또는 부산에서부터 이 주제를 가지고 그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보아야 옳다.

(※ 가운데 그림 「판잣집 화실」은 이중섭이 일본에 다녀온 지 한 달쯤 후인 1953년 9월 일본에 있는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동봉한 그림이다. 오른쪽 그림은 이 「판잣집 화실」의 벽에 붙여진 그림 부분을 확대한 것인데 왼쪽 그림 「부부」와 똑같은 형상의 그림이다.)

이 「부부」는 참으로 재미있는 그림이다. 암수 두 마리의 닭이 입맞춤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인데 그냥 얌전히 입 맞추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니다. 수탉은 공중에 튀어 오를 정도로 정력이 넘쳐나고, 거기에 호응하는 암탉은 다리에 맥이 풀릴 정도로 행복에 녹아있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암탉과 수탉이 단지 부리로써만 입맞춤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혀까지 사용해서 키스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발칙한 점이 이 닭 그림 「부부」의 백미이다. 여기서 수탉은 이중섭을 상징한 것이고 암탉은 마사꼬를 상징한 것이다. 앞에서 말한 이중섭의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다.

어떠한 부부가 서로 사랑한다고 해도, 어떠한 젊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한다고 해도 내가 현재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이 열렬한 애정만한 애정이 또 없을 것이오. 일찍이 역사상에 나타난 애정의 전부를 합치더라도 대향과 남덕이 서로 열렬하게 사랑하는 이 참된 애정에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게요. 그것은 확실하오. 당신의 멋지고 훌륭한 인간성이 대향의 사랑을 샘처럼 솟게 하고, 화산처럼 뿜어오르게 하고, 바다처럼 파도치게 하는 것이오.

화공 대향의 가슴에 하늘이 베풀어 준 나만의 보배로운 아내, 나만의 슬기로운 아내, 참된 천사, 나의 남덕이여. 대향의 열렬하고 참된 애정을 받아주시오.
당신은 어찌하여 그렇게 놀랍소? 당신의 발가락에 몇 번이고 입 맞추는 대향의 확실하고 생생한 기쁨은 당신 이외의 세상 온갖 여신의 온갖 입술에, 온갖 아름다운 모든 꽃잎에 입 맞추는 기쁨도 비교할 수 없는 최대 최고의 기쁨이오. 대향은 다시없이 훌륭한 당신으로 해서 참된 애정을 더욱 더 높게 깊게 확실하게 더욱 더 생생하게 느끼고 있소.

귀여운 당신에게 향한 열렬한 애정으로 나는 지금 가슴이 터질 것 같소. 제정신이 아니오. 하루 종일 생생한 감격으로 꽉 차 있소.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꾸만 걷잡지 못할 작품 제작욕과 표현욕에 불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오. (중략)

나만의 남덕아! 이 대향이 힘껏 안아줄게 조용히 눈을 감고 나의 가슴속을 들여다보며 나의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이 노래하는 사랑의 노래를 들어주오. 남덕은 이 대향의 것이오. 나는 당신을 얼마나 어떻게 소중하게 해야 좋은지 오직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소. 나는 소중하고 소중한 당신의 모든 것을 어루만지고 있소. 그 포동포동한 당신의 손으로 대향의 큰 몸뚱아리 모든 곳을 부드럽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어루만져주오. 더욱 힘껏 꼬옥 안읍시다.

   
 
 

「판잣집 화실」

 
 

「부부」는 「두 마리 사슴」과 비슷한 그림이다. (※ 「두 마리 사슴」은 1941년 작이다. 수사슴이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그림이다. 수사슴은 마치 외부에 어떤 위험이 있어서 자신이 암사슴을 보호해야만 되는 것처럼 제스처를 쓴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암사슴을 만지려고 하는데, 더욱 우스운 것은 자신의 목을 만져달라고 턱을 쳐든 암사슴이다. 수사슴의 왼쪽앞다리가 '왜곡'되어있고 허리가 '변형'되어있다. 주제는 '이중섭과 마사꼬의 사랑'이다. 본 연재 제5회 2007년 10월 5일자 참조.)

이 「부부」에 그려진 닭에는 털이 그려져 있지 않다. 이는 엑스레이와 같이 투시하는 이중섭의 '샤머니즘적 시각'에 기인한 것이다. (※ 나중에 이중섭 작품 「흰 소」를 해설할 때에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그런데 최석태씨는 이 닭을 가리켜 "봉황을 그린 것"이라고 하면서 「이중섭 평전」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위쪽에 수컷 새가 그려져 있는데 화면 너머 무엇인가에 긴박된 듯 허공에 매달려 더 이상 내려오기 불가능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래쪽에 그려진 새 역시 날개를 끊임없이 파닥거리고 있지만 다리조차 땅에서 떼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다. 다리가 엿가락처럼 축 늘어져 있다. 두 마리의 새는 서로 만나려고 애쓰나 도무지 만나기 어려워 보인다. 아니 서로 만날 수 없는데 애를 쓰고 있는 것일 따름이다. 그래서 겨우 입만 대일락말락한 상태인 것이다.

봉과 황이 만나고자 하나 그렇지 못하듯 실제로 이중섭은 아내와 결합하려고 애썼으나 결국 헤어진 채로 죽고 만다."
작품을 어떻게 보느냐? 그것은 감상자의 자유이다. 작가의 의도와 전혀 상관이 없는 엉뚱한 방향으로 감상해도 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작품의 진위를 감정할 때에는 그렇게 자신의 기분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매화」
「매화」는 최석태씨가 2005년에 가짜라고 주장한 이중섭 작품이다. 당시 최석태씨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서귀포시장과 관계 공무원을 조사하고 처벌해 달라"고 12월 19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신청을 하기도 했다.

최석태씨는 2005년 '이중섭 위작사건' 때 당시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을 비난하면서 "서울옥션 대표 이호재가 2003년 서귀포시에 기증했던 이중섭 작품 3점도 가짜였다"고 말함으로써 이중섭미술관에 큰 타격을 주었다. 지금도 이 「매화」가 가짜라는 글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고, 이중섭미술관도 이 작품을 전시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이를 안타깝게 여겨 「매화」의 진위를 여기에 밝히고자 한다. 「매화」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회에 계속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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