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본부장
10년 누적된 세계경제 불균형 여파
수요 증가로 글로벌물가 앙등 초래
“저환율은 물가안정에 유일한 정책” 
△ 경제, 어쩌면 정답이 없는 화두인 것 같지만 지금의 상황을 얘기한다면.
- 실물경제가 악화되는 가운데 물가불안이 고조되는 양상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지난 10여년에 걸쳐 누적돼온 세계경제 불균형 상황과 관계가 깊다. 2003~2007년 세계경제는 중국.인도와 같은 신흥개도국의 고속성장에 힘입어 전례 없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성장률이 4.6%로 이전 5년간의 3.3%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이는 총수요의 증가를 의미한다. 총수요 증가는 유가 및 원자재가격 앙등을 통해 글로벌 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IMF의 비원유원자재가격지수는 1999~2002년 연평균 1.8% 감소했으나 최근 5년간엔 무려 12.9%의 급증세다. 물론 국제원유가도 같은 추세를 보였다.
△올 들어 환율이 크게 변동하고 있다.
- 외부요인으로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과 관련이 크다. 미국의 경기둔화와 금리 인하 등으로 글로벌 달러 약세가 진행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압력을 받는다. 하지만 서브프라임사태로 인한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문제가 불거지면 달러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경향이 강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압력을 받는다. 내부적으로는 새 정부가 취임 초기 환율상승을 용인하는 입장에서 최근 환율 하락안정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 선회한 것도 환율 변동의 요인이다.
△정부의 환율정책도 오락가락한다. 당초 수출위주의 성장 드라이브로 고환율(원화 약세) 정책을 쓰다가 물가 상승 압력 때문에 저환율 정책으로 돌변했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이 없다며 정부의 환율개입에 대한 우려도 있다.
- 달러약세,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 시장의 큰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변동성의 확대, 혹은 경쟁국 환율과의 과도한 이탈 등이 있을 경우에는 정부의 시장개입은 변동성의 충격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의 저환율 정책은 물가안정뿐 아니라 그동안 과도하게 상승한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측면에서 불가피하다고 본다. 현재 물가 앙등은 전적으로 고유가 등 수입물가 급등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환율이 거의 유일한 정책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물가 대책 차원 금리인상 옳지 않아”
△ 물가도 심상치 않다. 지난 6월중 국내 생산자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10.5%를 기록, 환란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춘 거시경제정책이라면.
- 만약 물건이 불티나게 팔려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라면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물가상승이 비용요인 인상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그리고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동결로 가는 것이 맞다. 환율정책의 경우 해외물가상승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이다.
△ 유동성을 줄이기 위한 금리 인상에 반대한다는 얘기인데.
- 물가상승의 원인이 비용요인에 있을 경우 총수요를 억제하는 금리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소비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금리인상은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GDP의 약 70%에 이르는 가계대출에 직접적인 금리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각종 수요 억제정책이 누적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면서 주택 및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부담 악화는 문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 국제유가가 올라도 너무 오른다. 이유는.
- 앞에서 설명했듯이 근본적인 원인은 수급 불균형에 있다. 원유 공급은 그동안 투자 부진으로 제한적으로 증가한 반면 원유 수요는 중국.인도 등 신흥 공업국들의 경제성장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외에 달러 약세에 따른 원유투자 증가, 중동지역 등지의 지정학적인 불안요인들도 있다.
“물가안정은 경기회복 대책이기도"
△ 작금의 ‘3차 오일쇼크’ 극복 방안은.
- 에너지 효율성 제고, 에너지 절약, 대체에너지 개발 등의 노력은 당연하다. 소비자, 근로자, 기업, 정부 모두 고통을 분담할 수밖에 없다. 고유가의 충격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경기가 회복 국면을 보이기는 힘들 전망이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중장기적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민간부문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과 공기업 민영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 고유가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수정 제시된 연 4.2%도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고도 하는데.
- 올 6월 수정전망을 또 발표하면서 성장률을 4.2%로 내렸다.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크게 올랐으며 대내여건도 크게 악화됐다. 정부 정책이 성장 중심에서 물가 안정으로 선회했으며 촛불시위 등 각종 사회불안으로 정책추진의 신뢰성도 훼손됐다.
△물가상승 억제와 경기침체 방어라는 상충된 목표 달성을 위한 균형적인 정책을 제시한다면.
- 지금처럼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물가안정은 경기회복을 위한 대책이기도 하다. 우선 물가안정을 통해 물가상승에 따라 발생하는 구매력 손실을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경기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감세 및 지원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자유도시 열린 자세와 역량강화 필수”
△제주국제자유도시 성공을 위한 전략을 얘기한다면.
- 무엇보다 국제화 시대에 적응하려는 능동적 자세와 폭넓은 시각, 제주 지역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미래의 전략분야는 지금 잘 하는 것부터 찾아야 한다. 교육·의료 서비스업과 같이 중앙정부 관심분야 사업을 적극 개발해야 할 것이다. 제주의 자연경관은 그 자체가 중요한 자원인 만큼 이를 보존하며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모색도 필요하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우선하는 시각이 절실하며 지역 인력 강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 제주특별자치도를 평가한다면.
-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큰 제도의 변화를 실현했으며 행정구역의 통합.개편으로 효율성 제고 가능성 확보, 추진과정에 지역주민이 참여해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새 정부 출범으로 전국 자치단체들 사이에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지금까지의 기득권 의미가 상실될 우려가 있다. 성공적인 국제자유도시가 되도록 제주특별자치도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 도민의 역량을 결집해 나가야할 것이다.
△ 은행원에 다니다 미국 유학에 오르게 된 동기는.
- 졸업 후 남들처럼 취직을 했으나 일선 은행원 업무가 맞지 않았다. 그때까지 몰입해서 공부를 해보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막연하게나마 당시 한국경제의 고도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학이 깊이 있고 쓸모 있는 분야일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 유학과 경제학 공부를 하게 됐다. 생소한 곳에서 생소한 학문을 공부하느라 많이 긴장했지만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연구원 생활을 통해 각종 경제현상에 대해 이해를 넓히는 기회를 가져 만족스럽다. 전문가로서 넓은 세상을 두루 경험한 것도 운이 좋은 일이다. 서울=김철웅 기자
| 경제를 점치는 허찬국 본부장 |
|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KERI) 경제연구본부장(54)은 점쟁이다. 미국 박사가 무슨 점쟁이냐 하겠지만 점쟁이나 허 본부장이나 불확실한 미래를 얘기하는 게 ‘업’이기 때문이다. 시중의 점쟁이가 의뢰인의 자초지종을 듣고 ‘점괘’를 통해 앞날을 얘기한다면 허 본부장은 내수와 수출 등 국내 경제상황과 국제유가 등 외부적인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 국가 또는 세계 경제의 방향을 예측하는 만큼 점쟁이로 친다면 진짜 ‘공부한’ 점쟁이다. 그는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거시경제실장에 이어 경제연구본부 본부장을 맡아 자신의 연구는 물론 거시, 금융, 재정·조세, 국제, 외환 분야의 박사급 인력 8~9명과 보조 연구진들의 연구 활동 등을 총괄하고 있다. 허 본부장은 자수성가형 전문가로 꼽힌다. 대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이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인 반면 그는 제주대 경영학과 출신(1980년 졸업)이다. 특히 그는 안정적이던 은행원이라는 직업을 버리고 과감히 연구원으로 변신을 시도, 성공을 거두었다. 허 본부장은 제주대 졸업 후 조흥은행에 합격, 행원으로 근무하다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라 UCSB(University of California at Santa Barbara)에서 거시경제와 국제 금융을 전공으로 경제학석사(1986) 및 경제학박사(1989)를 받으며 인생의 전기 마련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학위 취득 후 그는 ‘코리언’임에도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San Francisco)에 발탁, 경제연구원으로 활약하다 2000년 귀국, 미합중국이 아닌 대한민국의 경제를 점치는 일을 하고 있다. 허 본부장은 예금보험공사 자문위원, 제주개발센터 투자심의위원, 한국 사학연금자금운용자문위원, 재정경제부 정책금융심의위원 등의 직책도 맡아 한국의 경제의 발전과 건전한 흐름에 기여하고 있기도 하다. 경제연구본부장이라는 직책에 걸맞게 그는 ‘한미 FTA 평가 및 기업의 활용방안’, ‘국회 일자리 창출 및 투자활성화 특별위원회 전문가 발표’, ‘환율하락과 2006년 한국무역의 향방’ 등의 논문.정책보고서 작성과 발표, 저서 집필은 물론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O)에 한국대표 등으로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이와함께 허 본부장은 경향신문.서울경제.동아일보.경향신문 등 중앙지의 칼럼리스트와 KBS, YTN라디오 등 시사전문 프로그램의 전문 ‘평론가’로 초빙, 건전한 한국 경제를 위한 고견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김철웅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