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관이 미래다> 제3부 제주경관을 이야기하다 <34>하천에서 본 도시 경관

제주다움의 상실 또는 변화의 배경에는 근대화·산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산업 구조가 변화면서 제주의 삶의 풍경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밭농사 중심에서 감귤중심의 농업구조의 변화, 농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생활양식이 변하고 주거풍경도 변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지역 정체성이 상실돼가고 삶의 질적 저하, 도시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제주의 정체성 유지, 체계적인 개발 방식 등에 관한 논의가 대두됐다.
제주다움을 연출해 내는 물리적 요소에는 한라산이나 오름, 바다, 돌담, 유채꽃, 감귤 등 자연적이며 산업 생산의 문화풍경과 밀접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하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제주다움과 제주의 경관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제주의 지형과 하천은 다른 지역과 다르다. 먼저 제주의 하천은 건천이라는 점, 둘째는 하천의 거리가 짧다는 점, 셋째 한라산을 중심으로 산남·북 방향으로만 하천이 흐르고 있다는 점, 넷째 지형적으로 경사져 있다는 점이다.
특히 물이 흐르지 않은 건천이지만 평상시에는 하천 바닥과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암석들이 다양한 표정들로 구성돼 있고 우천시에는 하천의 암석들이 빗물의 흐름을 저하시키면서도 요란스럽게 빗물의 소리만큼이나 하천 주변의 푸른 숲과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제주의 하천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이것이 건천이라는 이유 때문에 인식하지 못했던 제주 하천의 풍경이자 기능이다.
그러나 제주다움을 만들어 내는 하천의 기능과 역할을 무시한 채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쉽게 제주의 하천을 훼손했다.
원활한 빗물의 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하천정비는 필요하지만 지역적 조건과 경관에 대한 배려 없이 단순히 통수단면을 확보하기 위해 하천을 훼손했고 때로는 택지개발사업과 도로, 주차공간을 만들기 위해 복개했다.
또 문화시설을 만들기 위해 하천 하류에 인접해 대규모 매립지를 만들었고 때로는 공공의 자원인 하천 경관을 사유화하기 위해 건축물이 지어졌다.
때문에 자연경관과 삶의 문화 풍경이 훼손됐고 나아가 우리에게 고스란히 재해라는 손실을 안겨지게 된다는 교훈을 태풍 ‘나리’의 경험을 통해 체험했다.
제주다움의 하천경관을 만들어가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주의 땅과 공간, 그리고 스케일 측면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땅의 관계에 있어서는, 화산섬이라는 제주 특유의 지질학적 특성과 제주의 땅이 가진 지형과 지세를 크게 훼손시키지 않아야 한다.
상류-하류로 이어지는 하천의 거리가 짧고 산남·북으로 흐르는 하천의 특성을 도로 개설 등 각종 개발에 검토·반영해야 한다.
둘째, 공간적 측면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하천을 가능한 한 보전(保全)하려는 노력과 함께 한라산과 바다로 이어지는 제주의 하천 특징을 살려 중산간 부분의 상류와 중류 하천은 생태녹지축으로 조성하고, 거주밀집지역을 흐르는 하류부분은 보행녹지축으로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스케일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제주의 건축물은 육지의 그것에 비해 크지 않다. 이것은 바람과의 대응에 유리하고 원풍경이 되는 한라산과 오름과의 관계 설정, 특히 하천 주변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조화로움 경관 이미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노력을 토대로 지역의 정체성 확보와 제주다움이 넘치는 하천경관의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가 지양하는 생태도시의 시작은 삶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의 하천과 주변 녹지공간의 적극적인 유지와 관리에 달려있다.
이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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