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인근 군부대 장교들에게 접근해 내연 관계를 맺으며 군사기밀을 북한으로 빼돌린 위장탈북 女간첩이 검거됐다.
수원지방검찰청과 경기지방경찰청, 국군기무사령부, 국정원 경기지부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는 27일 탈북자로 가장해 국내에 정착한 뒤 군사기밀을 북으로 빼돌린 북한보위부 출신의 간첩 원정화씨(34.여)를 간첩 및 간첩미수 등의 혐의 등으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원씨는 1989년부터 북한 특수부대 남파공작 훈련 도중 부상으로 제대한 뒤 1998년 중국에 보위부 공작원으로 파견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원씨는 중국에서 공작원으로 활동하던 2001년 북한 정보에 관심이 많은 남한 사업가와 잠시 교제를 하게 되고 같은 해 4월 임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원씨가 남한 사업가에게 한국에 본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돼 교제 기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원씨는 남한에서 결혼 어려움을 겪고 중국에서 신부감을 찾던 공장 근로자 최모씨를 만났다. 원씨는 최씨와의 결혼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기로 결심하고 만난 첫 날 결혼을 약속한다.
이 과정에서 보위부는 원씨가 임신 7개월 상태인 점을 이용해 입국하면 위험성이 적어질 것으로 판단, 임신한 상태에서 입국할 것을 종용했다. 이에 원씨는 임신한 아이가 최씨의 아기라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원씨는 결국 2001년 10월 결혼하기 위해 입국하는 조선족으로 가장해 국내로 잠입한 뒤, 계획에 따라 같은 해 11월 국정원에 탈북자로 위장 자수했다.
하지만 당시까지 북한 체제에 불만이 없었던 원씨는 자수 직후 하나원(탈북자들의 사회정착 지원 통일부기관)에서 교육을 받게 되면서 처음으로 북 체제에 대한 회의를 품기 시작한다.
하나원을 나온 원씨는 최씨와의 결혼 생활 중에도 북의 군 장교의 포섭 지령을 계속해서 받게 된다. 원씨는 임무완수를 위해 신혼이었음에도 잦은 외출을 했고 귀가 시간도 계속 늦어졌다. 이후 남편 최씨와 불화가 이어져 결국 둘의 결혼 생활은 한 달 만에 끝났다.
이혼 후에도 원씨는 총 14회에 걸쳐 중국으로 출국해 재중 보위부에 보고하고 지령을 받았다. 지령 중에는 군 장교를 포섭한 후 군사기밀을 탐지하고 월북을 유도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지령에 따라 원씨는 경기 인근 부대의 장교들 여러 명에게 접근해 내연 관계를 맺으면서 장교들의 인적사항과 부대 위치 등을 보위부에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원씨는 2005년 9월 국내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김모 소령을 만나 교제하게 된다.
원씨는 이후 보위부의 지령에 따라 김 소령에게 아이를 중국에서 키우자며 중국으로 유인해 포섭하려했다. 원씨가 간첩인지 몰랐던 상황에서 김 소령은 군인이 외국에 살 수 없다는 이유로 단호히 거절해 원씨의 포섭 시도는 미수에 그치게 된다.
원씨는 2006년 9월부터 북한자 후원회를 통해 군 안보강사로 활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원씨는 같은 해 11월 모 사단 정훈 장교였던 황모 대위를 만났다. 원씨는 황 대위와 교제하면서 간첩으로서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원씨는 2007년 10월 황 대위에게 "나는 북한 보위부 소속 공작원이다. 내 임무는 탈북자 출신 안보강연 강사 신원을 확인해 북한에 보고하고 군 간부를 포섭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황 대위는 연인 관계였던 원씨를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원씨는 이번해 5월 황 대위에게 탈북자 출신 군 안보강사 2명의 신원정보를 수집해 줄 것을 요구했고 황씨는 위 정보를 수집해 원씨에게 제공했다.
합동수사본부는 이와 같은 활동을 벌인 원씨를 형법상 간첩 등의 혐의로 이날 구속 기소하고, A씨가 간첩인 것을 알면서 탈북자 명단 등을 넘긴 황 대위도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 혐의로 같은 날 구속 기소했다.
또 합동수사본부는 A씨의 간첩활동에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지난 7월29일 구속된 계부 김모씨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앞서 합동수사본부는 2005년 5월 탈북여성이 대북무역을 하고 군장교와 교제하는 점을 수상히 여겨 내사를 진행했다.
이후 수사본부는 지난달 17일 A씨에게 위장탈북과 남파 사실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고, 같은달 27일 김씨와 황씨를 각각 체포해 조사를 벌여왔다.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는 "원씨는 황 대위를 일본으로 데려가 조총련에 가입시킨 뒤 북한으로 보내려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황 대위는 원씨를 진심으로 사랑해 자수를 계속 권유했고, 체포 이후 원씨는 마음이 오히려 편해졌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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