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제주촌놈’ 당당한 창업 성공
국내 넘어 중동.아프리카까지 진출

   
 
   
 

김성언 사장(54)은 ‘작은 거인’이다. 제주도 한경면 판포리 ‘촌놈’으로 태어나고 간판이라곤 한림공고 건축과 졸업이 고작이지만 서울에서 ‘대학’ 간판을 붙인 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대표이사로 경영하고 있는 기업은 대형 건설공사를 위한 타워크레인 등을 임대해주는 건설장비기계업체인 ㈜한라기산과 각종 발전소와 원유 정제시설. LNG생산기지.환경플랜트 등을 건설하는 ㈜정풍개발 등 2개다.

수십층 건물 위로 솟아있는 한라기산의 타워크레인 높이나 정풍개발 참여 건설공사의 규모는 산처럼 큰 데 정작 김 사장 본인의 키는 ‘명인을 만나다’의 인기 코미디언 김병만처럼 170㎝가 되지 않는다. 작은 거인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는 1977년 현대건설에 입사, 사우디아라비아의 주택현장에 투입되며 건설과의 동행을 시작했다. 1983년 귀국 뒤엔 한양주택에 이어 라이프주택으로 직장을 옮기며 11년간 현장에서 건설을 익힌 뒤 34세이던 1988년 안정된 직장을 과감히 포기하고 ‘도전’을 선택, 한라기산을 창업했다.

빚을 내 마련한 2000만원으로 한라기산을 시작한 김 사장은 중고 타워크레인을 매입, 직접 정비하고 임대하면서 8년만에 매출 100억.경상이익 30억원의 회사로 성장시켰고 2003년엔 서울 서초동에 연건평 750평의 사옥도 준공했다.

2005년엔 정풍개발을 인수합병, 본격적인 플랜트 건설업에도 뛰어든 그는 인수 당시 180억원이던 매출규모를 3년만에 650억원으로 끌어올리는등 CEO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라기산은 2006년 국내 최초로 타워크레인 작업구역 제한.충돌방지 시스템을 도입, 건설현장 안전을 선도하고 있으며 보유장비는 타워크레인.이동식 기중기 등 100여개에 달한다.

정풍개발은 해외로도 눈을 돌려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에선 LNG생산기지 건설공사 중이고 앙골라에선 수도 루안다내 450만평 규모의 신도시 개발공사 MOU를 지난 4월 체결, 진행 중에 있다.

김 사장은 2005년 대우건설과 롯데건설.한국건설로부터 우수협력업체 표창, 2006년엔 한화건설 플랜트부문 최우수업체 표창과 산업자원부장관 표창.한국남부발전㈜ 우수협력사 표창 등을 수상하는등 신뢰와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자기 계발에도 소홀하지 않은 그는 건설사업의 구상단계부터 시공, 완성, 유지보수단계에 이르는 전과정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CM(Construction Manager)전문가 교육과정을 수료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산업기술대에도 진학, 기계과 3학년에 재학 중이기도 하다. 서울=김철웅 기자


한라기산.정풍개발 대표이사 김성언 일문일답

   
 
  ▲ 김성언 회장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어느 광고가 있다. 이처럼 삶에 있어 신체의 크고 작음도 그리 중요하지 않음을 느낀다. 컴퓨터의 크기보다 내장된 메모리와 프로그램이 품질을 좌우하듯 사람도 덩치보다 꿈의 크기와 추진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키는 작지만 큰 꿈으로 국내는 물론 중동을 넘어 아프리카까지 진출, 사업을 펼치는 제주사람 김성언 사장을 만났다. 그의 사업 얘기와, 발전소 건설 현장 등을 지휘하며 겪은 그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저탄소’를 화두로한 21세기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다가온 신재생에너지 문제에 대한 의견도 들어봤다.

“건설현장 경험 토대로 창업, 성공”

△ 먼저 기업들을 소개해 달라.

 1988년 한라건기로 시작, 1992년 법인으로 전환하며 ㈜한라기산으로 이름을 바꾼 건설장비 임대회사와 플랜트 사업을 위해 2005년에 인수합병한 ㈜정풍개발 등 2개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한라기산의 T형 타워크레인은 전국의 아파트를 지었고 60톤 대형 타워크레인은 주요 발전소.가스플랜트 건설 등에 기여했다. 정풍개발은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기간산업 건설은 물론 해외에도 진출,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에선 LNG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앙골라에는 450만평의 신도시 건설 공사 MOU를 체결해 놓고 추진중이다. 특히 환경 플랜트 분야를 강화, 종합적인 건설회사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한라기산 창업 동기는.

 한림공고 졸업 후 상경, 건설회사에 들어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4년간 근무하면서 타워크레인 임대 사업을 구상했고 귀국 후 현장 경험을 좀 더 쌓은 뒤 꿈꿔오던 타워크레인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지가 상승 등으로 건물들이 고층화되면서 타워크레인은 어떠한 공사에도 꼭 필요한 건설장비여서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 봤고, 그러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 남들은 기업 하나도 힘들다고 하는데, 정풍개발 인수 이유는.

 기업은 계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업 자체의 비전도 있어야 하지만 사회가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고용도 창출해야 한다. 그러므로 기업은 성장을 멈출 수 없다. 한라기산 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사명과 보람, 성장을 함께 할 수 있는 산업환경설비 분야의 정풍개발을 인수 합병하게 됐다. 특히 건설장비 임대업을 하면서 확보한 인적.물적 자원은 발전소 건설업을 인수하고 성장시키는데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아무리 강조해도...”

△ 기억에 남거나 특히 보람을 느끼는 공사가 있다면.

 현재 신(新)고리원자력발전 1.2.3.4호기와 신월성원자력발전소 1.2호기 및 화력발전소 건설공사를 하고 있다. 발전소에서 제일 중요한 핵심 부분인 터빈.콘덴서와 인간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고압 배관공사 등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발전소가 완공되고 전력을 생산, 국민의 생활과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게 보람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달 초 준공한 SK에너지 울산공장 중질유분해시설(RFCC) 핵심공정을 무사히 마친 것이 기억에 남는다.

△ 신재생에너지 쪽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새로운 60년의 비전’으로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과도 궤를 같이 하는데.

 현 시대는 전기에너지 없이는 잠시도 존재할 수 없다. 현재 지구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등으로 인한 온난화현상으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 등 병 들어가고 있다. 2005년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 공식 발표에서 보듯 신재생에너지는 모든 인류에게 숙명적 과제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고 에너지의 90%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선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은 천번, 만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 신 재생에너지라 하면 어떤 것들이 있나.

 미래에 사용될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키는 신에너지와 햇빛.물.지열.강수.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재생에너지로 분류할 수 있다. 즉 기존의 석유.석탄.원자력 천연가스가 아닌 에너지로, 재생에너지 8가지와 신에너지 3가지 등 11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수력, 풍력, 태양광, 파력, 조력, 지열, 수소, 연료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이 흔히 언급되고 있다.

“지구촌 풍력발전 11년새 15배 성장”

△ 특히 풍력에 관심이 높다고 하는데 풍력 발전의 경제성 등 향후 대체 에너지로서의 가능성은.

 풍력 발전은 원자력.화력 등에 비해 자연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장점으로는 바람만 불어주면 되므로 무한 청정에너지 생산이 가능하고 자연훼손이 아주 적어 육지에 설치해도 단지 내에 농사.목축 등 토지이용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또한  풍력 발전은 공사비가 다른 발전설비에 비해 적게 들고 공사기간도 짧다. 특히  풍력발전에 의한 공해물질, 특히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는 매우 크다. 200㎾급의 풍력 발전기 1대를 운전, 연간 40만㎾의 전기를 생산한다면 120~200톤의 석탄을 대체, 이산화탄소 300~500톤을 줄일 수 있다.

△풍력 발전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는 어떤가.

지구촌의 풍력 발전 동향을 보면 2006년 현재 총 발전용량은 74.20GW로 1995년 4.8GW에서 불과 11년 사이에 15.5배 규모로 성장했다. 덴마크.스페인.독일 등 유럽과 미국은 물론 이웃한 중국도 풍력에너지 투자를 엄청나게 늘려 나가고 있다. 특히 풍력은 발전 소요면적이 1.335m²/GWh로 석탄(3.642m²/GWh)과 태양광(3.237m²/GWh)보다 아주 작아 경쟁력이 크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지정학적으로 풍력 밀도가 높은 지역, 이른바 무한정한 풍력자원이 공기업이나 행정기관이 아닌 기업들에 의해 잠식돼 가는 부분이 안타깝다.

△ 제주도의 풍력 발전에 대한 견해는.

 풍력발전을 많이 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을 가봤다. 독일이나 덴마크, 미국, 스웨덴 등의 풍력 선진국들을 보면 목장이나 농장 등과 산지 할 것 없이 ‘가을하늘 고추잠자리처럼’ 풍력 발전기들을 세워 발전을 하고 있다. 환경적.지리학적 위치 등으로 볼 때 제주도의 풍부한 풍력자원은 모르는 이가 없다. 현재 한경과 행원단지가 생산성을 증명해 주고 있어 대체에너지로서의 경제성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마을 단위의 발전 사업으로 지역경제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관광자원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풍력 발전은 꼭 해야 할 프로젝트다. 특히 도내에서 풍력 자원이 풍부한 지역을 선별, 체계적인 계획 아래 마을단위 또는 면단위의 단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경면의 풍력6㎿가 연간 생산한 전력 판매액은 18억원 이상인 것으로 안다.

“변화를 읽고 미래를 준비해야”

△ 중앙에서 도전하는 고향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변화의 흐름을 빨리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과거 우리네 어린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것들이 현실로 나타난 지 이미 오래고 고유가 파동에 글로벌 사회가 휘청거리고 있다. 머지않은 시대에 수자원 고갈로 인한 물 전쟁을 하는 나라들이 생길 수 있다. 변화를 읽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만이 성공한 인생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원칙을 지키고 신뢰를 쌓으며 윤리경영을 하는 기업만이 존경 받고 승승장구할 것이다. 또한 글로벌시대에는 다문화를 익히고 다 언어를 구사, 세계 어느 곳에서나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 개방화 시대에 제주발전을 위한 조언.
- 우리 제주사람들은 개성이 너무 강하다. 타협에 무디고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 ‘공쟁이(잘 될 것도 안 되게 하려는) 문화’가 만연돼 있음을 느낀다. 도민들의 의식전환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지도자나 고위층들이 진정한 도민 화합을 이루는데 앞장섰으면 한다. 특히 제주에 ‘무한한’ 풍력을 도민 공감대 속에 마을차원으로 단지를 조성,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보조와 지원 등 정치적 배려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서울=김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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