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관이 미래다> 제3부 제주경관을 이야기하다 <37>옥외광고물과 도시 경관

▲ 경기도 파주시 파주출판단지 내 한 상가에 입주한 업체들의 간판들이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
간판 등 옥외광고물은 시각 정보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해당 장소를 장식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구조물이다. 이 옥외광고물은 가로 경관의 핵심 요소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가로 경관은 지극히 무표정하면서도 자극적이다. 거리를 장식하고 있는 건축물의 무표정한 표정 뿐만 아니라 가로등·가로수의 형태와 위치도 지극히 균일하게 돼 있다.

특히 옥외광고물이 거리와 건축물이 갖는 공간적 특징에 대한 배려없이 설치되고 불법 광고물이 난립해 도시 경관을 망치고 있다.

제주시가 지난한해 불법 광고물 9만9000여건을 적발, 강제 수거 등 행정 처분을 내렸는 데도 불법 광고물은 쌓이고 있다. 철거된 불법 광고물은 다음날 버젓이 도로변에 설치되는 등 ‘철거와 정비’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광고물은 ‘소비자의 눈에 잘 띠면 좋다’는 인식으로 무조건 크고 원색 위주로 설치되는 등 형태·소재가 주위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단조롭고 무질서한 형태를 띠고 있다.

또 돌출 간판, 입간판, 현수막 등 각종 광고물을 동시에 내걸어 도시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시각 공해의 바다’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제주의 도시 풍경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지 않는 획일성을 띠고 있어 세계자연유산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우리의 사회구조에서 초래됐다.

첫째 옥외광고물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 부족이다. 간판을 크게 만들고 많이 부착하는 것이 영업에 큰 도움을 준다는 그릇된 인식이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의 분위기, 건축물의 형태와는 관계없이 수많은 간판을 볼품없이 부착하면서 간판이 건축물을 뒤덮는 기이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아름답고 조화된 건축물 조성을 위한 건축 심의제도와 현상설계를 통해 만들어진  건축물의 가치가 빛을 잃어가고 있다.

둘째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 등 지역 지구제에 의해 관리되는 우리나라의 도시계획의 특성상, 고층화된 상업 건축물에 여러 점포가 들어서 하나의 건축물에 설치되는 간판의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도시공간의 구조적 문제는 1층이 상점이고 상층부가 주거공간인 외국 간판문화와 다른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셋째 도시경관 형성을 위한 적절한 행정규제의 미비를 들 수 있다.

옥외광고물에 대한 규제 법안이 있으나 실효성이 부족해 행정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또 도시와 거리의 경관 조성을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간판 관리가 아니라 단순히 시각적 효과만을 고려한 규제에 치중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최근들어 가로 경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간판 등 옥외광고물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높아지면서 행정당국이 예산 지원과 규제 강화를 펼치고 있어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선진국도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아름다운 가로 경관 형성을 위해 지역에 맞는 옥외광고물 정책을 마련해 시민들의 동참을 끌어내고 있다.

일본 고베시는 외국인들이 근무했던 외국인 거류지역에 광고 설치를 전면 금지하고 전선을 지중화하는 등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다. 고도의 도시인 교토는 옥외광고물 규제 조례를 변경해 건물의 옥상 광고와 네온사인을 전면 금지하고 있고 오사카도 옥외광고물 설치 금지 도로를 지정·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의 특성에 맞는 도시공간계획의 조정, 건축물의 입면면적에 대비한 간판의 총면적을 규제하고 건축물의 구조와 창문형태에 어울리는 간판부착 등이 필요하다. 또 건축심의에서의 옥외광고물심의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행정적인 지원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즉, 행정기관은 전문가와 협의를 통해 제주형 광고물 모델을 만들면서 주민들의 동참을 유도, 세계자연유산에 걸맞는 도시 경관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주체가 돼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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