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차출’까지 23년간 경남대 강단 지켜
교육자 집안...국가 교육 선진화 봉사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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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열 원장 | ||
성산읍 고성리에서 태어난 그는 동남교와 성산중에 이어 제주제일고(18회)를 졸업하고 서울대로 진학, 교육학 학사와 석사를 받고는 1985년 경남대 교수로 교육자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1993년 서울대에서 교육학 박사를 받기도 했으나 올 5월 평가원장으로 ‘차출’될 때까지 23년간 ‘외도 없이’ 줄곧 경남대 강단을 지켰다.
김 원장은 이른바 대학내 보직도 교무연구처장(2004년)과 사범대학장(2008년) 등 4년여에 불과, ‘감투’보다는 연구에 치중했음을 엿보게 한다.
그는 교육부 시도교육청 평가위원(1997),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2001), 교육인적자원부 시도교육청 교육혁신종합평가위원 및 교육정책자문위원(2005년). 교육부 개방형자율고교 추진위원(2006년) 활동 등을 통해 ‘상아탑의 책무’인 학문의 실용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또한 김 원장은 한국교육정책학회장(2006년)에 이어 한국지방교육경영학회장(2008년)에 선출되며 학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그는 올 1월엔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참여, 새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인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만들기에 깊게 관여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와 교육(1991.공역)’, ‘학교행정의 윤리적 쟁점(1996.공역)’,‘공교육:이념.제도.개혁(2004, 공편)’ 등의 저서를 냈고, ‘국.공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성과 분석(2007)’ 등 학교운영위원회 관련 논문을 많이 썼다. 김 원장은 ‘평준화 지역 학교배정방법 개선에 관한 연구(2008)’ 등 정책연구보고서도 다수 냈다. 이러한 공로 등으로 경남대 총장의 연구상과 교육인적자원부장관 감사패와 표창장을 받았다.
‘교육자 김성열’의 모습은 교육가족인 집안 내력상 필연인 듯하다. 김 원장은 “아버지(김봉육)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하셨고, 누이동생들과 매제들도 제주와 서울에서 중.고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인어른(고원택)도 제주여고 교장으로 정년퇴직하셨고 처갓집 형제들과 동서들도 대학과 초중고에 재직하고 있다”면서 “양가 모두 교육가족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자랑스레 소개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앉은 자리는 차관급의 고위직이지만, 권력이 아니라 한 사람의 교육자가 국가의 교육 선진화를 위해 봉사하기 위해 앉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울=김철웅 기자
“이젠 수능, 표준점수.백분위.등급 표기 제공”
흔히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하지만 ‘기러기 아빠’를 마다하지 않으며 자식 교육에 ‘목숨을 거는’ 우리나라에선 오히려 “교육이 만사”인 것 같다. 그리고 자식 교육의 성패를 겨루는 최대의 격전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꼭 그래선 안되지만, 이 수능성적에 따라 수험생 한 사람의 인생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들의 인생도 달라지는게 현실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수능시험을 제출하고 채점하고, 통보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제주도 사람이다. 막강한 것 같으나, 그보다 책임이 막중한 김성열 원장을 만나 수능과 우리나라 교육정책 등에 대한 고견을 들어봤다.
“수능은 물론 교원임용시험도 관리”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주요 업무는.
- 우리 평가원의 업무는 매우 다양하다.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연구.개발과 교과서 검정 사업과 같은 학교교육지원 업무, 고교생 이하 학업성취도평가, 그리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 및 시행.채점 등의 업무, 국가적 인재선발을 위한 국비유학생선발시험, 초.중등교원임용시험 등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에 따라 의.치의학대학원 및 법학적성시험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한류열풍에 따라 응시인원이 증가하고 있는 한국어능력시험을 주관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영어 공교육 완성의 일환인 영어능력인증시험 제도화 준비를 하고 있다.
△ 수능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다. 출제자 선정과 난이도 결정 등은 어떻게 이뤄지나.
- 수능 출제자 선정은 우리 평가원이 매년 대학교수와 교사를 중심으로 구축하는 인력풀에서 추천과 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난이도는 학교교육의 정상화에 미치는 영향과 입학 전형자료로서의 변별력 등을 고려, 결정하고 있다. 수능은 수험생이나 교사의 준비를 위해 항상성을 추구하며, 난이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년 수준 유지를 원칙으로 한다. 6월과 9월 모의평가 결과를 종합, 최종 목표 난이도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 올해 수능이 예년과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 전년도에는 성적통지표에 영역/과목별로 등급만 표기했지만 2009학년도부터는 표준점수.백분위.등급을 표기하여 제공한다. 특히 전년도에는 사회탐구 영역의 국사 과목 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근.현대사 내용이 올해부턴 국사 교육과정 부분 개정에 따라 포함된다. 또 시험특별관리대상자의 수험시간이 매 교시별로 맹인 수험생은 일반 수험생보다 1.7배(전년도 1.5배), 약시 및 뇌성마비 수험생은 1.5배(전년도 교시별 20분 연장)를 더 주게 된다.
“기숙형 공립고는 공교육 강화 대책”
△ 지난해 수능 물리II 문제에서 복수정답 파동을 겪었다. 수능의 신뢰도 제고 대책은.
- 출제본부 구성과 출제 과정의 개선을 통해 문항 오류를 최소화하고, 문제 발생시에는 이의심사를 엄격히 시행, 복수정답 파동 등이 발생치 않도록 하겠다. 우수 인력의 수능 출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출제 과정에선 ‘문제의 소지가 있는’ 문제에 대해선 답지 수정이나 엄격한 단서 제시를 통해 문제를 사전 차단하겠다. 수능 후 문제 및 정답 이의 심사 시에 복수 정답 등 중요 사안은 관련 학회에 자문을 요청하고, 이의 심사실무위원회에는 외부 전문가도 3명 이상 참여시켜 공정성을 점검하겠다.
△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의 핵심인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구상에 깊게 관여했다는데.
-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기숙형 공립고 150개 설립, 마이스터 고교 50개 설립, 자율형 사립고 100개 설립, 그리고 고교특색 살리기 사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숙형 공립고는 농어촌과 중소도시 및 도시 저소득층 밀집지역에서 기숙사를 가진 학교 가운데 선정될 것이다. 학생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24시간 교사의 지도 속에 학습함으로써 교육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마디로 공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150개의 기숙형 공립고는 사교육비 부담능력이 취약한 계층과 사교육기관이 없는 지역 출신들에게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적극적인 교육기회 평등화 정책이기 때문이다.
△마이스터 고교는 무엇인가.
-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학생의 특기와 적성을 최대한 살려주는 동시에 졸업 후 취업.국내 진학.해외 유학 등의 기회가 모두 열려있는 미래형 특성화고교 모델이다. 마이스터 고교로 지정될 수 있는 학교들은 기존의 공업.상업.농업.수산업 계열뿐 아니라 정보통신(IT).디지털콘텐츠.영상미디어.디자인.조리.관광.인터넷비지니스.자동차.농생명산업.레저 등 각 분야의 선도학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스터고교는 시대와 인력수요의 변화에 부응하는 장인적 직업정신과 직업 수행능력을 육성함으로써 졸업생들의 고용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 전 학생 대상 확대”
△자율형 사립고도 생소하다.
- 국가의 획일적 통제에서 벗어나 교육과정.교원인사.학사운영 등을 학교가 자유롭게 운영하고, 그 책무성을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에 의해 평가받는 사립학교 모형이다. 사학의 정형(定型)을 회복하자는 데 근본 취지가 있다. 자율형 사립고교는 사학의 자율성을 확대, 학교로 하여금 설립이념에 근거한 특성을 살리면서 교육 프로그램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실현할 수 있게 한다.
△ 취임사에서 학교 자율화에 따른 일선 학교 지원 체계 구축 계획 등을 밝혔다.
- 우리 평가원은 교수학습연구본부를 중심으로 학교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법과 전략을 연구.개발, 보급해 오고 있다. 여기에 ‘좋은 학교’ 만들기를 위해 교육과정과 수업 운영, 그리고 평가 등 구체적인 방안과 전략들을 연구 개발, 전문적인 지원을 하겠다. 아울러 교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연구 개발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겠다.
△ 학교 교육의 질을 개선, 국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면.
- 우리 원의 주요 업무들은 모두 초.중등학교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것들이다.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와 기초학력평가는 학교교육의 질 관리 기제로서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새 정부에선 4% 내외 표집을 대상으로 실시중인 초등 3학년의 기초학력평가와 초6.중3.고1 학생의 현행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 학생을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초학력은 책임지고 완성하겠다는 ‘기초학력 국가책임제’다. 우리 평가원은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부응,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학교교육의 질관리 기제로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 제주영어교육도시에 대해 논란이 많다.
- 제주특별자치도는 교육과 관련, 탈규제지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 교육규제가 완화돼 있다. 제주도와 교육청은 이를 잘 활용, 초중등교육단계에서 발생하는 외국유학의 수요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동남아 등 좋은 교육에 대한 외국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학교들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방법은 다양하다. 설립은 공적 재원으로 하되 운영은 민간이 할 수도 있고, 민간이 설립하고 운영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의 취약계층 소외문제는 공적 재원으로 해결하면 된다. 공적 재원은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경제적으로 뒤쳐지는 학생들을 위해 쓰이는 것이 타당하다. 모든 학생에 대해 공적 재원을 지원할 필요는 없다.
△ 고향의 교육공무원들에 대한 당부가 있다면.
- 앞으로 개방화와 지방화는 더욱 진전될 것이다. 닫힌 사고로는 생존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어떤 생각과 자세로 일하는가가 제주교육의 발전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는 말이 있다.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진보주의자가가 언제나 평등만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보수주의자가 언제나 불평등만을 얘기하지도 않는다. 보다 좋은 교육을 위해 실용적인 사고를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서울=김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