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이 미래다] 제주도․전문가․주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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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문화의 거리 조성 등도 정체성·쾌적성 문제와 직결된다.
하지만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제주의 풍경은 너무 쉽게 변화됐다. 도시계획의 구상과 개발 방식, 건축 디자인에 대해 적절히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크게 부족했고 행정당국과 전문가 집단의 무관심 등으로 빚어진 결과다.
이에 따라 제주다움의 경관 형성·관리를 위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경관관리제도의 구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5월 경관법이 제정됐다.
그런데 경관법은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문화재보호법’‘도시공원법’‘옥외광고물관리법’등 기존 법률과의 법규 위계가 애매하다. 또 강제성을 갖고 있지 않아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의 도시기본계획·도시관리계획 사항과의 상충 문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서 다루고 있는 개발사업에 있어 옥외광고물·도로·도시개발·택지개발 등에 대한 각종 특례사항과 상충되는 부분이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경관법의 핵심중의 하나가 지역주민 스스로가 경관 관리에 참여하는 경관협정제도이다. 그러나 경관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높지않은 점을 감안하면 주민 참여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반 조성, 경관협정제도를 지원할 수 있는 재정마련도 중요하다.
일본 고베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경관형성 시민단체 인정제’를 도입해 경관 형성을 위한 시민활동을 행·재정적으로 지원해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올바른 법률 제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일관성 있는 행정집행이다. 옛 시·군을 비롯한 제주도는 건축미관 등에 관한 지침을 마련했으나 단체장이 바뀌면서 적극 추진하지 못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관법의 제정에 이어 도시경관 지침 자료의 검토와 정리작업을 통해 일관성있는 행정추진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도시가 건축물과 도로로 구성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건축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경관법에 의한 경관위원회 등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또 부서간 혼선을 빚고 있는 공공디자인을 총괄하고 유관 기관과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상위 조직으로 공공디자인 총괄본부 설립이 필요하다. 건축·광고물·도로 시설물·인도 등 도시 경관에 여러 부서가 얽혀져 있어 유기적인 업무 협조와 조정 작업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다양한 업무를 통합 조정할 수 있는 전문 부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도민 공감대가 절실하다. 도시 경관 형성을 위해 고도 제한, 광고물의 색깔·크기 등에 관한 규제가 불가피해 도민의 참여와 협조가 중요하다. 일본 가나자와시와 시의회는 지난 1992년 시민 공감대가 형성된 경관도시선언문을 채택하면서 독특한 도시 풍경을 만든 것은 좋은 사례이다.
독특한 자연 환경, 역사·문화가 반영된 경관은 도시 브랜드를 제고,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만 무엇보다 새롭고 여유있는 삶의 공간을 만들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 세계자연유산에 걸맞는 도시 경관 형성은 지자체·전문가·주민들의 과제이다.
이창민 기자
lcm9806@par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