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여성폭력 상담 2건중 1건 ‘가정폭력·가정문제’…어머니와 함께 쉼터 찾는 자녀도 증가
쉼터 입소만으로 문제해결 안돼…자녀 지원 시스템 허술·자립 기반 미흡 등 사회적 연계 필요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 6일 가정폭력방지법 시행 10주년 토론회 해결방안 적극 모색
가정폭력과 성폭력, 성매매 등 각종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이 매해 늘고 있다.
이중 가정폭력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리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하고 생존과 자립을 이룰 수 있는 사회적 연계는 일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잠재 가정폭력까지 ‘위험수위’
올들어 9월말 현재 도내 여성폭력 관련 기관에서 이뤄진 상담은 총 1만1804건으로 지난해 1만2771건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뤄진 상담 중 가정폭력과 관련한 것이 4790건으로 전체 37.5%를 차지했고, 이혼·부부갈등·가족문제 등 잠재 가정폭력으로 분류되는 상담도 2377건(18.6%)이나 되는 등 2건 중 1건(56.1%)은 가정폭력과 관련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686건이던 성폭력 관련 상담이 올들어 9월말까지 921건이나 되는 등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회복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지가 반영된 것을 제외하고 가정폭력과 가정문제 관련 상담만 6498건(가정폭력 4280건)·54.9%이나 된다.
여성 폭력 특성 상 상습적이거나 폭력 수위가 높아진 이후 상담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2차 상담 권고(3268건)보다 보호시설이나 법률·수사기관, 의료기관, 전문 상담기관 등에 연계되는 경우(4684건)가 많았다.
지난해 여성폭력과 관련해 쉼터(보호시설) 등에 몸을 피한 324명 중 가정폭력 피해자가 168명으로 51.9%를 차지했다. 올들어서도 쉼터 입소를 선택한 294명 중 가정폭력 피해자는 128명으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집을 떠난 이후가 더 문제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났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잠시 머물 수 있는 쉼터 개념의 공간은 있지만 경제적 자립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의료비 지원이 ‘가정폭력에 의한’으로 제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병원이나 건강보험공단의 관심 부족으로 ‘비밀 보장’이 지켜지지 않고 심지어는 쉼터에 머물고 있는 사실이 노출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쉼터 입소 여성들이 동반한 자녀는 101명, 올해는 9월말까지 126명으로 계속 증가, 이들에 대한 보호·관리시스템 마련이 절실해지고 있다.
‘비밀전학’에 대한 학교측 협조 부족도 문제지만 당장 교육비나 학업준비물 마련에 대한 부담도 적잖다.
특히 초등학교 이상 남학생에 대한 쉼터 입소가 제한되면서 ‘또 다른 가족 해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립할 수 있는 현실 미흡
폭력을 피해 가정에서 벗어난 여성들이 쉼터에서 머물 수 있는 기간은 최대 6개월에서 9개월로 한정돼 있다. 가정폭력과 관련한 신체·정신적 치료와 함께 기술교육이나 취업알선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는 하지만 퇴소와 함께 자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가정폭력 피해여성은 아이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데리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 좀 더 장기적인 지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여성부가 지난 7월부터 ‘폭력피해여성 주거지원사업’을 시범 실시하고 있지만 서울과 부산에서만 이뤄지고 있을 뿐 제주는 아직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법적으로 이혼 상태가 아닌 경우는 국민기초생활보호대상이나 한부모가정으로 인정되지 않아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잖다.
한편 배우자로부터의 폭력을 막기 위해 제정된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정폭력방지법’) 시행 10주년을 맞아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는 오는 6일 탐라장애인복지관 2층 강당에서 ‘여성폭력피해자지원체계 및 관련 기관 종사자 권익 증진을 위한 토론회’를 연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던 가정포겱을 법 테두리 안에 넣어 사회에 경종을 울린 이후 절실해진 현실적 요구를 공론화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