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북한과 직접 대화 의지를 피력한 민주당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북미관계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남북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북한과 직접 대화 및 협상을 통한 대북 정책 의지를 피력했다. 더 나아가 평양-워싱턴간 '외교대표부' 설치 및 직접 대화를 조기 추진하는 등 2012년까지 북미 정상회담 및 북미 수교, 종전 선언에 이르는 대북 로드맵을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차기 미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대북 포용 정책을 펼치며 북미 관계를 빠르게 진전시켜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의 입장을 환영하고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만 협상하고 한국을 봉쇄한다)' 정책을 펼친다면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는 주변열강 틈바구니에서 한국을 따돌리는 '코리아패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이명박 정부의 향후 5년동안 남북관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으며, 남북 경협과 이산가족 및 군국.납북자 문제 등 해결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한미동맹이 공고하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뭐가 통미고, 뭐가 봉남인지 모르겠다. 한미가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가고 있는데 왜 자꾸 분리해서 생각하는가"라며 "그런 선입견을 갖지 않아도 될 만큼 한미관계가 공고하고 우리 국력도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정도 아니다"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북 전문가들은 현재 남북관계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남북관계는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북미관계가 좋아지면 북한이 한국의 대북정책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할 때까지 버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강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남북관계는 현재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도 미국 신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관망할 것이고, 남북대화 중단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면서 우리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가 미측과 대북 정책 조율을 거친 뒤 내년 봄쯤 남북 당국간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 위원은 "기본적으로는 우리의 대북 정책이 미국의 신행정부 대북정책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결과적으로는 양측이 대북 정책을 조율하게 될 것으로 본다"며 "이명박 정부는 지지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우리의 기존 입장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할 것이고, 미국 행정부도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한미관계를 악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한미간 정책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남북대화 제의는 내년 초쯤 이뤄질 것 같다"며 "북한은 그때 식량 및 비료 지원을 확보하는 작업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북미관계 개선이 남북관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이를 기회로 경색 국면을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이 북미관계 진전의 계기가 되고, 이것이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북미 협상이 진전되고 북한의 핵 포기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이 선회한다면 한반도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북미 최고 지도자간에 신뢰가 형성되는 기회를 맞는다면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장기화된 한반도 정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오바마 행정부가 적극적인 대북 협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까지 진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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