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알코올상담센터·대한보건협회 공동 주관 음주조장환경 개선 촉구 포럼

다중 이용 시민·국공립공원 음주 허용 심각…제한 규정 없고 주류 판매 행위 공공연

사회 문제 야기·어린이 청소년 악영향 등 주민 이해 바탕으로 한 조례 제정 등 제안

주말을 맞아 초등학생 자녀 둘을 데리고 집 근처 시민공원을 찾은 주부 김소현씨(38)는 아찔했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한창 인라인스케이트에 열을 올리는 아이들을 위해 자동차를 피해 찾은 공간이었지만 함부로 버려진 맥주 캔 때문에 작은애가 크게 다칠 뻔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청소년 이용이 많은 것과 무관하게 공원 이용에 따른 음주 제한 항목이 없고 공원 내 매점에서 술을 팔고 있는 불합리함을 항의하는 김씨에게 돌아온 것은 ‘유별난 아줌마’란 불편한 시선뿐이었다.

제주알코올상담센터·대한보건협회 제주지부 공동 주관으로 12일 제주대학교 국제교류회관에 열린 음주조장환경 개선 촉구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술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를 알코올 폐해에 대한 일반의 경시 풍조를 조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음주조장 환경 실태와 개선방안’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정현 교수(제주관광대학)는 올들어 도내에서 열린 10개 지역 축제와 4개 대형할인매장 유통 실태 및 공공장소 모니터링 결과를 통해 ‘공공연한 음주 행위 조장 환경’을 지적했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지역 축제에는 도우미 등을 동원한 주류 판촉 이벤트가 부대 행사로 운영되고 있으며 먹을거리 장터 등에서 음주 행위는 통제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공원의 실태는 더욱 심각했다. 잔디밭 등에서 음주가 허용되고 주류 관련 이벤트가 가능한 상황과 달리 관리소의 통제나 순찰이 없었고 공원이용 제한 행위에 ‘음주’는 빠져있었다.

심지어 체계적 관리가 이뤄진다는 국·공립공원에서도 주류 반입을 금지하면서도 공원내 음주 행위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고 야영장이나 정자 등은 아예 음주 장소로 활용되는 등 문제점이 노출됐다.

김 교수는 “어른들이 술을 마시는 것을 보여주는 것 자체로도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는 쓰레기 문제 외에도 폭행이나 고성 등에 따른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통제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김영규 대한보건협회 제주도지부 부지부장도 지난해 주민의 힘으로 금주·금연청정공원지정조례를 발의한 서울시 중랑구 사례를 소개하고 “도내 금주구역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알코올 관련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여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창균 변호사도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기본권 보장과의 조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처벌을 수반하는 규제가 아니라 사회적 동의를 바탕으로 이해를 구하는 규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 발표되기로 했던 제주도민 음주 실태 조사 결과는 설문에 대한 전체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기,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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