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일 서귀포의료원 제기 부당해고구제재심판 청구 소송서 패소
재판부 “엄격한 징계 불가피하지만 오진 위험 없다는 주장 부인 자료 없다”

의료원의 만성 적자 등으로 불가피하게 불법 행위를 한 직원에게 해당 책임을 물어 해임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귀포의료원은 20일 지난해 8월 의료연대제주지부가 제기한 ‘시약 파문’과 관련,  “불법 행위를 한 강모씨(50·여)에 대한 해임은 정당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이경구)는 판결문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시약 사용은 오진을 유발해 의료원 및 환자에게 손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등 엄격한 징계가 이뤄져야 하다”며  “그런 정황과 달리 유효기간이 지난 시약의 용도, 사용방법, 기간 경과 정도 등에 비춰 오진 위험이 사실상 없었다는 강씨의 주장을 부인할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강씨가 사건 발생 전까지 성실히 근무한 점, 의료원의 만성 적자 때문에 불법 행위를 한 점을 고려할 때 해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서귀포의료원 임상병리실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지난 2006년 유통기간이 짧게는 한달에서 길게는 1년이 넘은 시약을 폐기하지 않고 숨겼다 재사용하고, 지난해 6월에는 스티커를 덧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유효기간을 수정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주도했다.

또 유효기간이 지난 시약폐기를 요청하는 소속직원의 의견을 무시했는가 하면 보고없이 시약을 버린 직원에 대해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노조의 반발을 사오다 지난해 8월 의료연대 제주지부의 성명을 통해 관련 사실이 공개됐다.

서귀포의료원은 시약 파문이 불거지자 ‘의료법 위반 및 사회적 물의 야기’를 이유로 강씨를 해임했고, 제주특별자치도도 “단속을 피해 유효기간이 지난 약을 은폐하는 등 공무수행을 방해했다”며 과태료 200만원과 과징금 800여만원을 부과하는 등 조치했다.

이에 대해 강씨는 “자신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고, 재심까지 거치며 복직 및 해고기간에 해당하는 임금도 받을 수 있다는 결정을 받아냈다.

서귀포의료원은 지방노동위 결정에 불복, “강씨로 인해 의료원의 명예 및 재산상 손해를 입은 만큼 해고는 정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의료원의 사정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강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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