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연락 끊기거나 줄 탈퇴 등 분위기 뒤숭숭…회비 몇만원도 부담

경기 불황이 연말 분위기마저 일찍 잠재우고 있다.

경기는 바닥을 헤매는데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물가와 대출금리에 가계부에서는 악소리가 가라앉지 않는다. 재테크를 위해 넣어두었던 주식이나 펀드가 ‘반토막’나면서 연말연시 정(情)마저 자취를 감출 판이다.

△“송년 모임요? 얼굴 보기도 힘들어요”

예년 같으면 11월 중순쯤 송년 모임 장소를 잡느라 분주했던 기업이나 각종 모임·단체들이 올해는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등 조용하다.

고교 동기회 총무를 맡고 있는 현모씨(43)는 아직 회원들에게 송년모임 일정을 알려주지 못했다. 지난해만 해도 크지는 않지만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올해는 회원들 사이에서 송년회 개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고, 몇 명이 참석할지 예측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현씨는 “회비 몇 만원도 부담스러워하고 일부는 연락조차 끊겼다”며 “전에는 돈을 모아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냈었는데 올해는 간단한 모임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38)는 요즘 탁상달력에 연말 송년 모임 일정을 표시하는 대신 참가할 모임을 선택하는 게 일이다.

연말이면 줄잡아 6~7개 송년 모임에 얼굴을 비추는 등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잘 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이지만 올해는 한 두 개 모임만을 생각하고 있다.

김씨는 “지금 주머니 사정에 회비에 대리운전비 등을 감안하면 적은 돈이 아니다”며 “오랜만에 친구들 얼굴을 보는 것 마저 힘들어질 줄은 몰랐다”고 푸념했다.

△남 돌아볼 여유도 없다

일부 단체는 연말을 앞두고 갑자기 탈퇴하는 회원들 때문에 모임 자체가 깨질 처지에 놓였다.

입소문으로 회원이 끊이질 않았던 한 인터넷동호회는 이달 들어 회원 3분의 1 정도가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그나마도 제때 회비를 내는 회원은 반 정도다. 운영진인 양모씨(31)는 “회비가 많은 것도 아닌데다 왜 안 나왔냐고 묻기도 어색하다”며 “예년같으면 연말에는 밀린 회비를 내고 찾아오는 회원도 있는데 요즘은 발길을 끊는 회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연말 모임 특수를 기대했던 호텔가나 대형 음식점 등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 식당 관계자는 “요즘 새로 문을 열었다하면 아예 규모가 작거나 연회석 등을 갖추고 있는 곳이 많다”며 “경쟁은 갈수록 심해져 수지를 맞추기 힘든데 예약도 적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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