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 폭력 등 가정불화 증가세…29일 이혼요구 아내 흉기 찌른 30대 긴급 체포
‘집안문제 껄끄럽다’인식에 두 번 우는 피해자, 가족 보호 등 현실적 지원책 필요

홧김에 폭력을 휘두르는 등 가정불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흉기로 찌른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이혼문제와 말다툼하던 중 준비해간 흉기로 아내를 찌른 손모씨(38)를 살인미수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가정폭력’이 사회문제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집안 문제’로 치부하거나 법·제도적 허점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도 늘고 있다.

△‘남의 집 일 껄끄럽다’

가정폭력을 집안 문제로 치부하는 인식이 경찰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30일 공개한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인식 조사 설문 결과에 따르면, 조사 경찰 3명 중 1명(31.7%)는 ‘가끔씩 생길 수 있는 부부싸움에 개입하는 것이 껄끄럽다’고 답했다. 또 ‘남편에게 대들거나 바람을 피우는 등 폭력을 유발할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대답도 24.2%나 나왔다.

가정폭력에 대한 위기감이 없기는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도내에서 발생한 가정폭력사건 중 가정보호사건으로 분류된 건은 총 73건. ‘화해’를 전제로 했다고는 하지만 접근금지(1호) 등 비교적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진 것은 4건에 불과하고, 사회봉사수강명령(3호)·보호관찰(4호) 15건을 제외하고는 상담위탁(24건)과 불처분(23건) 등으로 가볍게 넘어갔다.

흔치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형이 중한 형사사건으로 처리된다 하더라도 6개월에서 1년이면 별다른 해결책 없이 피해자와 행위자가 맞닥뜨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여성폭력상담기관 관계자는 “피해자 대부분이 가정폭력으로 신고를 하거나 고소를 해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가족을 지키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남편을 고소하는 아내도 있다”고 말했다.

△법·제도적 허점 고쳐야

최근 열린 대한민국 사법 6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에서도 이들 문제가 논의됐다.

참가자들은 2007년 여성부의 가정폭력사건 상담실적을 근거로 전체 가정폭력 사건 중 배우자가 가해자인 경우가 86.6%나 되는 등 심각성을 인지하고, 단순한 ‘분쟁해결’이 아닌 ‘문제해결’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접근금지’처분 때 피해자가 아닌 행위자에게 퇴거 명령을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신설, 피해자와 동반 자녀 등 다른 가족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한다거나 처리기간을 최소화하는 등의 방안도 제시됐다.

가정보호사건에 있어 조사명령을 의무화하고 가정보호 처분의 집행상황에 대한 보고와 점검, 별도의 처벌규정 신설 등을 통해 실효성있는 보호처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정폭력 관련 상담기관 관계자는 “가정폭력은 상담 등 도움을 주는 사람들조차 ‘위험’에 노출돼 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의견 제시만이 아니라 실제 법제화할 수 있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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