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적막한 산사의 모습이 떠올려진다.포근하게 눈이 쌓인 산사의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정겹다.눈쌓인 산사는 불교의 윤회처럼 봄을 기약하듯 아련한 향수마저 불러일으킨다.그러나 제주처럼 눈이 쌓이지 않은 지역은 눈 덮인 산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그러나 눈쌓인 겨울산사가 아니더라도 넓은 제주 바다와 푸른 소나무가 어우러진 작은 암자는 제주만의 겨울정취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제주에는 송광사나 해인사처럼 대규모의 사찰과 도량을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마음을 정갈하게 해주는 소규모의 사찰이 제법있다.‘당오백 절오백’이란 말은 민간신앙과 함께 제주불교가 얼마만큼 융성했는지를 웅변해주는 대목이다.
 수려한 경관속 절집에서 구수한 차를 마시며 듣는 스님의 ‘법구경’공양은 잊지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눈 내리는 날 조용한 산사를 찾아 마음을 정돈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음직하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유서 깊은 명찰 법화사

 “법화암가에 물화가 그윽하니,대를 끌고 솔을 휘두르며 홀로 스스로 논다.만일 세상 사이에 항상 머무르는 모양을 묻는다면,배꽃은 어지럽게 떨어지고 물은 달아나 흐른다” 고려시대 혜일스님의 싯구에 소개된 절은 바로 서귀포시 하원동에 있는 고려명찰 법화사이다.

9세기경 그 창건 유래를 갖고 있는 법화사는 13세기 화려했던 영광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법화사지에서 발굴된 주춧돌을 이용해 지은 대웅전과 넓은 잔디도량은 고찰의 체취를 쉽게 느낄 수 있는곳이다.

조선시대 억불책에 의해 폐사될 때까지 영욕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이 절에선 말 그대로 역사문화유적 순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아 연륜과 전통을 말해주고 있다..3800여평의 넓은 연못 자리와 당시 기와명문,청자매병 등 출토된 유물들을 직접 볼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보면 좋을 듯하다.


▲넓은 바다와 소나무로 에워싸인 고즈넉한 산사 불광사

 서귀포 남원읍 하례리에 위치하고 있는 불광사는 바다와 육지를 잇는 땅 끝에 위치하고 있어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다.
 공천포에서 불광사로 들어가는 동안 펼쳐지는 바다의 전경과 바다위로 한가로이 떠있는 자귀섬과 고깃배의 정취는 말로는 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주위의 크고 높은 소나무들은 불광사를 에워싸 있는데 해질녘에는 그 분위기가 더욱 그윽하다.이 곳은 거북이가 알을 품는 모습과 비슷해 ‘금구포란’형의 풍수지리학적 속설을 가지고 있는 불광사는 참선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소나무 아래 토종잔디로 덮여있는 널따라 도량,주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거북이 정원석과 테이블,의자가 놓여있어 마치 수준높은 정원사의 솜씨를 방불케 한다.

 특히 불광사는‘노래하는 스님가수’지범스님이 주지를 있어 그 유명세가 더하고 있다.‘부모은중경’ 등으로 지금까지 다섯개의 앨범을 낸 지범스님은 “넓은 잔디밭에서 야외음악회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차와 그림이 있는 곳,눈이 오면 더욱 빛을 발하는 목부원
 중산간에 위치해 있어 제대로운 겨울산사의 정취를 한껏 느낄수 있는 곳이다.

 성읍과 표선사이에 있는 신풍리에 자리잡고 있는 목부원은 신풍리 마을에서도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어 눈이 쌓이면 멋스러운 겨울산사가 된다.

 목부원에 들어서면 먼저 아름다운 정원석과 넓은 잔디,그사이를 뛰놀고 있는 진돗개가 먼저 마중한다.

 이 곳을 지키고 있는 일장스님은 수차례 개인전을 가졌는데 스님의 그림 솜씨는 불교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다.수행 때문에 제주에 목부원을 세웠다는 일장스님은 불경공부와 자신의 그림에 몰두하는 것 외에 신도들의 경전공부도 돕고 있다.특히 목부원의 차맛은 일품이어서 불자와 다인들의 방문으로,적막한 산사에 인기척이 끊이지 않는다.<김미형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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