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에 원재료값 상승, 주머니 가뭄 등 설상가상
자릿세·텃세 등 인심 야박 ‘서민 먹을거리’이미지 강해

퇴근길에 모처럼 주전부리를 찾던 회사원 고성호씨(44·제주시 연동)는 동네를 몇 바퀴 돌다 끝내 빈손으로 집에 들어갔다.

지난해만 해도 서너 군데 노점 등에서 붕어빵이며 어묵, 군밤 같은 것을 경쟁적으로 팔았지만 올해는 한군데 찾기도 힘들어졌다.

불황 바로미터로 꼽히던 노점상도 줄어들고 있다. 생계난에 직면, ‘먹고 살길이 막막해’길거리 장사를 시작했다는 말까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붕어빵으로 겨울을 두 번 보냈다는 임모씨(40·여)는 올해 아예 장사를 접었다. 원재료비가 크게 오르기도 했지만 자리를 잡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임씨는 “지난해 장사했던 자리는 자릿세가 올랐고, 근처 슈퍼마켓에서 자투리 공간에 붕어빵 기계를 들여놨다고 하더라”며 “수지가 맞지 않아 다른 일을 찾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휘발유 등 석유류 가격은 많이 내렸지만 LPG가격만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데다 밀가루 등 원재료비도 지난해에 비해 갑절 가까이 올랐다.

하루 5만~6만원어치를 판다고 가정해도 재료비가 반이 넘을 정도로 영업비용 부담이 커졌다.

지난해 11월까지 1만9000원 하던 20ℓ들이 LPG 한 통을 들여 놓으려면 지금은 80% 이상 오른 3만9000원을 줘야 한다. 밀가루에 팥, 설탕 등 부재료 중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아직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되지 않은데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노점 창업 역시 시들한 실정이다.

제주시청 대학로 인근을 제외한 구제주 상권은 오후 8시 이후면 오가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인데다 거리 인심마저 야박해졌다.

재료값이 오르는데 맞춰 붕어빵 등의 가격을 올리다보니 손님이 줄어드는 등 설상가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목이 좋은 곳을 고사하고 노점을 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최근 도남동 아파트 단지 근처에 노점을 연 한 상인은 “재료값이 올랐다고 해도 붕어빵은 아직 서민 먹을거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1000원에 3개’라는 말에 비싸다며 타박하거나 그냥 돌아가는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전국 단위 체인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모 ‘붕어빵’ 제주지역 납품 대행 업체 관계자도 “잘될 때는 하루가 멀다고 30여곳에 재료를 대줬는데 이제는 대부분 문을 닫았다”며 “우리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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